'아이오닉5' 타보니..중형 같은 차체, 대형 같은 공간감
현대차가 “전기차 시대 원년을 열겠다”며 선보인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를 타봤다. 사전계약 첫 날 신기록(2만3760대)을 세우는 등, 올해 나오는 신차 중 가장 관심도가 높은 차다. 시승 차량은 롱레인지 후륜구동 프레스티지 트림이었다. 보조금을 적용하지 않은 차 값이 5900만원 정도 되는 차다.
미래지향적 외관 디자인이 먼저 눈을 사로잡는다. 차 앞쪽 후드 전체를 감싸는 ‘클램쉘’(Clamshell·조개껍데기) 후드가 독특한 인상을 준다. ‘픽셀’을 활용한 전조등·후미등 디자인도 기존 내연기관차에선 볼 수 없는 디자인이다. 아이오닉5는 차 길이는 4635㎜로 중형 SUV 투싼(4630㎜)과 비슷한데, 휠베이스(앞뒤 바퀴간 거리)는 3000㎜로 대형 SUV 팰리세이드(2900㎜)보다도 더 길다. 바퀴가 차 앞뒤 끝 단에 몰려있고 차체 중간을 길쭉하게 늘려놓았다. 내연기관차의 통념을 깬 디자인이 이곳저곳에 많이 적용됐다.
운전석에 앉아보니 개방감이 생각보다 더 컸다. 아이오닉5는 전기차 특성상 구동축이 없어지면서 운전석과 조수석을 가로막는 턱이 없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의 콘솔 박스는 앞뒤로 최대 140㎜까지 움직일 수 있다. 뒤로 최대한 밀고나면 운전석에서 조수석으로 건너가는 것도 가능하다. 아이오닉5는 선루프가 중간 지지대 없는 통창으로 돼 있어, 햇빛이 실내 곳곳으로 쏟아져 내려왔다. 12.3인치 LCD 디지털 계기판과, 같은 크기의 중앙 내비게이션 디스플레이도 흰색 플라스틱으로 마감돼 넓고 밝은 느낌을 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를 ‘움직이는 거주 공간’으로 표현한다. 휠베이스가 길어진 덕에 뒷좌석 공간도 충분히 넓게 쓸 수 있었다. 뒷좌석 무릎 공간은 주먹 2개 이상 들어갈 정도였다. 뒷좌석은 앞뒤로도 움직이고 각도도 젖혀진다. 뒤로 끝까지 젖히자 소파에 앉은 듯 뒤로 기대 다리를 꼬아 앉을 만큼의 공간이 나왔다. 차가 크면 운전·주차가 불편한데도 국내에서 큰 차를 선호하는 건 결국 차량 실내 공간을 넓게 쓰고 싶어서다. 중형 SUV 정도의 차체를 운전하면서 대형 SUV 이상의 공간감을 누릴 수 있다는 건 아이오닉5의 최대 장점이다.
전기차의 최대 애로사항은 충전이다. 본격 시승에 앞서 강동EV스테이션에서 직접 충전을 해 봤다. 350kW급 급속충전이 가능한 충전소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충전기를 조작했더니, 주유기처럼 생긴 커넥터는 천장에서 자동으로 내려왔다. 차량 오른쪽 뒤에 있는 충전구와 간단하게 연결됐다. 커넥터를 연결하니 배터리 용량을 55%에서 70%까지 채우는데까지 7분 걸린다고 안내 받았다.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고, 스트레칭을 하다보니 충전이 완료됐다.
EV스테이션에선 평상시엔 80%까지만 충전할 수 있고, 이날은 시승회 일정 탓에 70%까지로 제한했다. 직원은 “80% 이상 충전하려면 충전 속도가 조금 떨어지는데, 다른 고객들의 충전 편의를 위해 충전량을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자란 20%는 급속충전소가 아닌 곳에서 충전하라는 의미다. 80%까지 충전하면 300㎞ 이상 주행거리가 나온다.
전기차의 주행감은 호불호가 엇갈리는 편이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 차 속도가 급격히 줄면서 멀미를 유발할 때가 종종 있다. 아이오닉5는 이 부분을 개선해 페달에서 발을 떼도 속도가 자연스럽게 줄어들도록 했다. 내연기관차와 비슷한 느낌이다. 물론 운전자가 회생제동 수준을 최대로 높이면 다른 전기차처럼 속도가 급격히 줄어든다. 이날 고속도로 주행에서 몇번 회생제동을 써봤더니, 페달 브레이크 대신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감속이 빨랐다.
아이오닉5는 배터리가 차체 하단에 자리 잡아 무게 중심을 낮췄다. 핸들링과 코너링은 안정적인 편이었다. 다만 차체가 세단보다는 높은 편이라 고속 주행 안정감은 조금 떨어졌다.
전기차 특성상 저속에서도 최대의 힘을 발휘할 수 있어 확 치고나가는 운전도 가능했다. 스포츠 모드로 변경하면 차가 더 민첩하게 반응한다. 주행 소음은 거의 없었고, 서스펜션은 너무 무르지도 딱딱하지도 않았다. 시승 후 연비는 6.4㎞/kWh로, 평균 복합연비(4.9㎞/kWh)보다 조금 높게 나왔다. 주행 중 회생제동을 통해 에너지를 일부 회수했기 때문이다.
기존엔 없던 디자인·기능을 다수 적용한 차량이다 보니, 의외로 불편한 부분이 몇 개 있었다. 이를테면 시승차엔 사이드 미러가 거울 대신 카메라로 장착돼 있었다. 후방 시야를 카메라가 촬영해, 실시간으로 차 운전석과 조수석 쪽에 별도로 마련된 화면을 통해 보여준다.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하지만, 정작 운전 내내 익숙해지지 않아서 차선을 바꿀 때 꽤 애를 먹었다. 특히 왼쪽 화면은 운전자의 시야에선 운전대 왼쪽에 딱 붙어있어서 다소 불편함이 느껴진다. 카메라는 선택 사양이므로 ‘얼리 어답터’가 아니라면 꼭 추가할 필요는 없어보였다.
중앙 디스플레이는 태블릿PC처럼 돼 있다. 공조·미디어 등 차량 내 대부분의 기능을 터치스크린으로 조작하도록 돼 있다. 이날 운전석 앞 헤드업디스플레이 시야가 낮아서 이를 높이려고 설정 중 해당 조정 기능을 한참 찾아야 했다. 끝내 ‘검색’ 기능을 통해 찾아 조절했다. 좌석 통풍 기능을 켜기 위해서도 홈→공조→통풍 버튼을 차례로 눌러야 한다. 시트 옆 버튼 하나만 눌러 켜는 것보단 다소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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