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전쟁稅 5500억원, 어떻게 쓰실건가요[우보세]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더니. 세기의 배터리대결에도 예외는 없었다. SK이노베이션이 영업비밀 침해 댓가로 LG에너지솔루션(옛 LG화학 배터리부문)에 2조원 합의금을 주는데, 재정당국이 여기서 법인세를 뗄 전망이다. 합의금이 이익으로 잡히니 당연한 일이다.
2조원 합의금에 27.5% 법인세율을 적용하면 5500억원 정도가 세금이다. LG는 SK로부터 2년에 걸쳐 1조원을 현금으로 받고, 나머지 1조원은 10년에 걸쳐 로열티로 지급받기로 했다. 국세청은 매년 늘어나는 이익만큼 세금을 더 받을 수 있게 됐다.
3년간 양사가 국내외서 수천억원 소송비용을 썼다. 세기의 대전쟁이었다. 다 털고 나니 5500억원의 세금만 남는다. '바이든과 국세청이 위너'라는 말이 나온다. 합의를 종용해 SK 미국 배터리공장을 지켜낸 바이든만큼이나 세정당국도 쏠쏠하게 재미를 보게 됐다는 말이다.
그런 상황을 지켜보는 배터리업계에서 기발한 제안이 나온다. 이번에 LG에너지솔루션이 내는 '배터리전쟁세'를 배터리 산업발전 지원 예산으로 쓰자는 거다.
세정을 아는 사람이라면 고개를 저을 일이다. 세금엔 꼬리표가 없다. 걷을때만 세목이 있지 걷고 나면 멜팅팟이다. 일단 걷어두면 배터리 소송 합의금에 붙은 법인세인지, 전기차를 산 사람이 낸 취득세인지 알 도리도, 항목을 정해서 쓸 법적 근거도 없다.
반면 배터리를 아는 사람이라면 반색을 할 일이다. 이제는 반도체에 버금가는 가능성을 보유한 것으로 각광받고 있는 배터리지만 수십년간 외롭고 힘든 싸움을 해왔다. 특단의 지원이 다른 때도 아닌 바로 지금 필요하다.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30여년 전 배터리 산업을 사실상 개척할때, 주변에서 사업을 접어야 한다고 지적한 이들도 많았다. 정부 지원도 거의 없었다. LG가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진지하게 임한데는 그런 설움이 녹아있다.
함께 배터리 산업을 키워 온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수차례 배터리사들이 힘을 합쳐 연구인력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가별로 배터리블록을 만들어가는 상황에서 우리도 힘을 합치자는 거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처음 화상으로 만난 23일, 테이블에 올려놓은게 바로 LG와 SK 배터리다. 앞서 "배터리는 우리에게 제2의 반도체와도 같다"며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종합적인 지원 전략을 세울 것"이라고도 말했다.
반도체에 비해 기술장벽이 낮다는 평가를 받는 배터리산업이다. 그만큼 혁신과 신제품 개발이 더 중요하다. 경쟁국들과 격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원엔 돈이 든다. 대학에 배터리학과를 개설해 인력을 키우고 이들을 해외로 보내 선진 수요시장을 학습하도록 지원하는 일, 혁신적 R&D 투자에 세지원을 하는 일 등은 하나하나가 간단한 일이 아니다. 문 대통령이 의지가 있다 해도 맨손으로 할 수는 없다.
없는 재원이라도 만들어야 할 판에 배터리세 5500억원은 뚝 떨어진 돈이나 다름없다.
세수 활용은 입법부와 행정부의 고유 권한이지만 그 권한은 국익에 우선하지 않는다. 세금에 꼬리표를 달아 예산으로 연결시키는 일은 쉽지 않지만 합의금 세수의 큰 틀만큼 지원예산을 편성한다면 명분이 성립한다. '5500억원 세금의 배터리산업 육성예산화' 프로젝트다.
세금이 예산이 되는 과정에서 필연적인 몇가지 장면이 있다. 국회와 정부의 힘겨루기, 여당과 야당의 싸움, 국회의원들의 자기 지역구 챙기기 등이다. 이번 만큼은 '돌직구'로 5500억원을 배터리사업 지원에 쓰자. 국내 기업 간 역대 최대 합의금 기록을 남긴 세기의 배터리 소송에 그보다 의미있고 보기좋은 마무리는 없을 것이다. 행정의 상상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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