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훈 "'달이 뜨는 강', 문제 없이 흘러갔던 드라마로 기억되길"[인터뷰S]

심언경 기자 2021. 4. 25.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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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2 '달이 뜨는 강'에 출연한 배우 이지훈. 제공ㅣ티에이치컴퍼니

[스포티비뉴스=심언경 기자] "'달이 뜨는 강'이 '아무 문제 없이 흘러갔던 드라마'로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KBS2 '달이 뜨는 강'을 마친 이지훈은 23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티에이치컴퍼니 사옥에서 스포티비뉴스와 만나 "촬영하면서 감독님도 너무 고생 많으셨고, 배우들도 엄청 힘들었을 텐데 정말 큰 사고 없이 다행히 마칠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달이 뜨는 강'은 고구려가 삶의 전부였던 공주 평강, 사랑을 역사로 만든 장군 온달의 순애보를 그린 작품이다. 지난 20일 20회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달이 뜨는 강'의 항해는 그리 순탄치만은 못했다. 반 사전제작으로 시작해 촬영 대부분을 마친 시점에, 온달 역의 지수가 학교폭력(학폭) 가해 논란에 휘말려 하차한 것. 이후 나인우가 투입되어 빈자리를 메웠지만, 어쩔 수 없이 상당 부분을 재촬영해야 했다.

이지훈은 "아마 현장에서 다들 예민했을 거다. 18부까지의 감정을 가지고 찍어놨는데, 다시 돌아가서 예전의 감정을 갖고 촬영해야 한다는 게 힘들었다. 18부 속 고건의 상태인데 거의 첫 감정으로 가서 연기를 하려고 하니까 걱정이 많이 됐다. 후반부에 저 스스로 굉장히 예민해졌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초유의 사태였다. 그럼에도 '달이 뜨는 강'은 결방 없이 무사히 마지막 회까지 달렸다. 이는 윤상호 감독부터 출연 배우와 스태프들까지, 이들의 눈물 나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시청자분들은 '잘 흘러간다'고 생각하셨을 텐데, 작업을 하는 사람들은 피 말리게 힘들었죠. (나)인우는 들어오자마자 하루에 40신을 찍었어요. 1회부터 다시 찍어야 했던 (김)소현이가 제일 힘들었을 거예요. 5개월 동안 드라마 두 개를 찍은 셈인데, 체력적으로 힘들었을 거예요."

이지훈은 빠르게 자리잡은 나인우와 웃으면서 버텨준 김소현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이지훈은 "(나)인우가 먼저 다가와 줘서 고마웠다. 중간에 들어와서 연기를 한다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성격이 밝고 유쾌하더라. 첫 촬영날 보고 4일 뒤에 만났는데 어떻게서든 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게 보이더라. 잘 해낸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김)소현이가 진짜 힘들었을 텐데,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어리기도 하고 여자이기도 하고 액션도 있었지 않나. 그걸 버티면서 끝까지 웃으면서 촬영을 했다. 어리지만 '리스펙'하는 부분이다"라고 전했다.

전쟁터에서 전우애가 꽃피듯, 배우들의 호흡은 더욱이 끈끈해졌다. 눈빛만 봐도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 정도였다. 이지훈은 "꼭 말해야만 서로의 마음을 느끼는 게 아니다. 눈만 봐도 '힘내자'라는 말이 느껴졌다. (김)소현이와 서로 걱정이지만 힘내자고 말했다. 감독님은 웬만하면 아무렇지 않은 척하셨다"고 말했다.

극 중 이지훈은 상부 고씨 계루부 고추가 고원표의 장남 고건으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고건은 평강(김소현)을 연모하지만 자신의 마음이 외면당하자 흑화를 택했다. 이처럼 치열한 정쟁 속 애증이 뒤섞인 고건의 감정선을 그려내기란 쉽지 않았다.

특히 고건은 자신이 사랑하는 평강과 자신을 사랑하는 해모용(최유화) 사이에 놓인 인물이었다. 이에 이지훈은 "시청자분들에게 갈팡질팡하는 애로 보일 수도 있으니까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해모용처럼 '다른 관계는 다 필요 없고 고건만 볼 테야'라는 생각이거나 평강과 온달처럼 마음이 쌍방향이면 되는데 고건은 너무 어려웠어요. 그래서 그런지 살이 쭉쭉 빠지더라고요. 엄청 빠질 걸 알아서 시작할 때 77kg까지 찌웠었는데 지금 67kg이에요."

▲ KBS2 '달이 뜨는 강'에 출연한 배우 이지훈. 제공ㅣ티에이치컴퍼니

해모용을 향한 고건의 감정은 "네가 고스란히 나였다. 가질 수 없는 사람을 가지려 하고, 닿을 수 없는 길을 가려고 하고. 나의 거울이다. 넌 부디 멈추지 말고 살아가라. 내 너를 사랑했었다"라는 대사에서 확연하게 드러났다. 이 대사는 캐릭터에 혼연일체 된 이지훈과 배우의 몰입을 확신한 한지훈 작가, 그리고 해모용에 완벽히 녹아든 최유화가 함께 만들어낸 것이었다.

"감사하게도 작가님이 마지막회 대본을 보내주시면서 고건의 마음을 들어보고 싶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제가 '고건과 해모용이 똑같다'고 말씀을 드렸어요. 해모용에게 '사랑했었다'라고 말한 건 평강과 같은 마음으로 사랑한 게 아니라 나와 같은 사랑을 하는 처지의 해모용을 한 인간으로서 사랑한다는 뜻이었어요. 저는 '사랑했었다'라는 말이 이해되지 않았는데 (최)유화 씨한테 의견을 물어봤어요. 여자 입장에서는 사랑했다는 말을 듣고 버티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하게 됐죠."

고건과 해모용의 러브라인을 얘기하자면, 이들의 진한 키스 신도 빼놓을 수 없다. 고건과 해모용의 입맞춤은 평강과 온달(나인우)과 달리 풋풋함을 덜어내고 '어른'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이지훈은 "대본에는 침대 신까지 있었다. 침상에서 윗옷을 벗으면서 끝이 나는 거였는데, 공영방송이다 보니 키스로 끝내기로 했다. 대신 침상이 나오지 않아도 나올 것 같은 분위기의 키스를 하기로 했다. 키스를 하다가 해모용을 들어서 탁자에다가 앉히고 키스를 하는 것까지 찍었는데 방송에는 안 나왔다"고 해당 장면에 얽힌 비화를 전했다.

그럼에도 고건은 오로지 '평강'이었다. 이지훈은 "고건이 죽을 때 걸어오는 평강과 온달을 바라보는 신이 있었다. 그때 연기를 한 게 아니라 촬영 동안 응축된 감정이 다 터졌다. (김)소현이가 앉으면서 제 손을 잡았는데 처음 잡은 거였다. 정말 주저앉아 버릴 만큼 감정이 올라오더라. 이후 최유화 씨랑 둘이 남아 있는데 과호흡이 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지훈에게 '달이 뜨는 강'은 여러모로 유의미한 작품이다. 올해 데뷔 10년 차를 맞이한 이지훈은 '달이 뜨는 강'을 통해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럼에도 이지훈은 겸손을 잃지 않았다.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해요. 겸손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연기하고 나면 항상 부족한 것만 보여요. '인생 캐릭터'라는 건 시청자분들과 감독님이 평가해주시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지훈은 인터뷰 내내 솔직하고 소탈한 매력을 드러냈다. 이는 단단하게 여문 34살의 여유에서 비롯됐다. 이지훈은 "제가 엄청 대단한 것도 아닌데 연기를 한다는 이유로 왜 베일에 싸여야 하는지 모르겠더라. 20대 때는 나를 만들어내고 짜여진 틀대로 하려고 했는데 지치고 힘들었다. 겪어보니까 잘 보이려고 노력해도 욕할 사람은 한다. 이제는 나를 좋아해주고 알아주는 사람과 함께하면 된다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데뷔 전 작성했던 버킷리스트를 대부분 달성했다는 이지훈은 이제 또 다른 목표를 세웠다. 이지훈은 "연기를 하면서 상을 안 받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나. 하지만 그건 노력도 해야 하고 타이밍도 맞아야 하고 하늘이 도와줘야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영어를 배워서 미국 드라마나 영화 오디션도 보고 싶다. 전보다 나은 필모그래피를 만들기 위해 도전할 수 있다는 작품이 있다면 무조건 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 KBS2 '달이 뜨는 강'에 출연한 배우 이지훈. 제공ㅣ티에이치컴퍼니

스포티비뉴스=심언경 기자 notglasses@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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