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도 신용대출의 절반 이상은 14% 넘는 고금리였다

박현 2021. 4. 25.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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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6~14% 중금리 비중 2015년 29%→2020년 27% 감소
정부 5년 전 '중금리대출 활성화 대책' 내놨으나 효과 못내
서울의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금융회사의 신용대출 건수 중 연 14% 이상 고금리 대출이 절반 이상인 54.4%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5년 전 금리 10% 안팎의 중금리대출 활성화 정책을 내놨으나 금융회사들의 비협조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한 셈이다.

금융위원회가 25일 내놓은 중금리대출 현황 분석 자료를 보면, 연 6% 미만의 저금리 대출이 신규 신용대출 건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하반기 12.3%에서 지난해 상반기 19%로 6.7%포인트 증가한 데 비해, 연 14% 이상 고금리 대출 비중은 같은 기간 59.2%에서 54.4%로 4.8%포인트 감소한 데 그쳤다. 또한 연 6% 이상~14% 미만의 중금리 대출 비중은 같은 기간 28.5%에서 26.6%로 소폭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신규 신용대출액이 38조7천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금융소비자들이 연 14% 이상 고금리로 빌린 신용대출액이 20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2016년 신용대출 시장에서 금융회사들이 고신용층은 저금리, 중저신용층은 20% 전후 고금리로 대출을 실행하는 이른바 ‘금리단층’ 현상이 심각하고, 중간 수준의 신용도를 가진 고객층이 연 10% 안팎의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중금리대출 활성화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핵심은 서울신용보증이 보증을 서는 ‘사잇돌대출’을 도입하고, 금융회사가 자체적으로 대출해주는 ‘민간중금리 대출’을 활성화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사잇돌대출 잔액은 2조1300억원, 민간중금리 대출 잔액은 12조5300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5년간 제도 시행 결과 중금리대출 잔액이 14조7천억원 증가했으나 여전히 규모가 적은 수준이다. 또한 중신용층 대출금리도 저신용층 대출금리와 크게 차이가 없는 문제가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신용등급별 평균 대출금리는 1~3등급은 6.6%, 4~6등급은 15.4%, 7~10등급은 18.3%였다. 금융위는 코리아크레딧뷰로(KCB)의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2016년 이후 중금리대출 활성화로 양적 성장이 있었으나 여전히 금리단층 현상은 지속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금리대출 활성화 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한 원인은 다각적이다. 사잇돌대출의 경우 신용등급에 대한 요건이 없어 부실 위험이 낮은 고신용층 비중이 과도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사잇돌대출 공급액 중 55%가 신용등급 1~3등급 차주에게 공급됐다. 특히 중금리대출 활성화를 명분으로 설립이 허가된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사잇돌대출 실행액의 66.4%가 1~3등급에게 공급했다. 민간중금리 대출의 경우에도 중금리대출 인정 요건이 까다로운데다 금융회사들에 대한 인센티브 부족 등으로 대출이 활성화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25일 중금리대출 제도개선 방안을 다시 내놨다. 금융위는 사잇돌대출 적격 공급요건에 신용점수 요건을 신설하기로 했다. 사잇돌대출에 별도의 신용점수 요건이 없어 그간 사잇돌대출 중 상당부분이 고신용층에게 공급되는 점을 개선하려는 것이다. 앞으로는 신용점수 하위 30% 차주(기존 5등급 이하)에게 사잇돌대출의 70% 이상이 공급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또한 민간중금리 대출은 ‘신용점수 하위 50% 차주(기존 4등급 이하)에게 공급되는 업권별 금리상한 이하의 모든 비보증부 신용대출’로 요건을 변경해 관리하고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로 했다. 그동안은 사전공시된 ‘중금리대출상품’ 취급실적만을 중금리대출 실적으로 인정함에 따라, 고신용층에 대한 중금리대 대출이 중금리대출로 인정받거나 중·저 신용층에 대한 저금리 대출이 중금리대출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금융위는 제도개편을 통해 ‘중·저 신용층에게 공급되는 모든 중금리대 대출’을 중금리대출로 인정해 규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한편, 금리상한 요건도 법정 최고금리 인하와 시장 상황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인하할 방침이다. 업권별 민간 중금리대출 금리 요건은 은행은 10.0%에서 6.5%로 낮추고 상호금융은 12.0%에서 8.5%, 카드사는 14.5%에서 11.0%, 캐피탈은 17.5%에서 14.0%, 저축은행은 19.5%에서 16.0%로 인하한다.

또한 인터넷전문은행이 법과 도입 취지에 부합하게 중·저 신용층에 대한 대출을 확대 공급해 나가도록 중금리대출 공급계획과 실적을 분기별로 점검하는 등 관리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와함께 저축은행이 중·저 신용층에 특화된 신용평가 모델을 개발하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아울러 신용평가에 필요한 비금융 데이터 활용, 다양한 대출상품 비교·이동 등을 지원하는 인프라를 구축·확대함으로써 중·저 신용층에 대한 대출금리 인하를 유도해나갈 계획이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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