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 S클래스와 전기차 'EQS' 동시에 생산하는 벤츠의 '팩토리56'

조병욱 2021. 4. 2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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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그 부르저 메르세데스-벤츠AG 이사회 멤버 겸 생산·공급망 관리 총괄 인터뷰
요르그 부르저 메르세데스-벤츠AG 이사회 멤버 겸 생산·공급망 관리 총괄이 독일 진델핑겐의 벤츠 생산공장인 ‘팩토리56’ 벤츠의 5000만 번째 생산 차량인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클래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제공
“메르세데스-벤츠의 목표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고 가지고 싶은 차’(the world’s most desirable cars)를 만드는 것입니다.”

자동차가 컴퓨터처럼 똑똑해지면서 차를 만드는 공장도 ‘스마트’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이 같은 흐름에 맞춰 스마트하면서도 유연하고 지속가능한 생산 공장 ‘팩토리56’을 지난해 완성했다.

이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듣기 위해 메르세데스-벤츠 AG의 이사회 멤버 8명 중 1명인 요르그 부르저 벤츠 생산 및 공급망 관리 총괄과 지난 21일 한국 언론이 화상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는 독일 슈투트가르트와 서울 중구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본사에서 이뤄졌다.

전 세계 30개가 넘는 메르세데스-벤츠 공장의 생산과 공급망을 담당하고 있는 부르저 총괄은 이날 “자동차 제조사들이 유연성이나 지속가능성, 디지털화를 확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팩토리 56은 바로 그 예시”라고 소개했다. 그는 “자동차 생산의 미래는 디지털화, 효율화, 지속가능성과 유연성”이라고 강조했다. 

2020년 9월 독일 진델핑겐에서 문을 팩토리56은 내연기관차인 ‘더 뉴 S클래스’와 전기차인 ‘EQS’를 같은 생산라인에서 조립하는 유연성을 갖춘 공장이다. 부르저 총괄은 “이곳은 내연기관차와 전기차를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파워트레인과 차체를 한 번에 다룰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공장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400대가 넘는 무인 운반차(AGV)가 운영 중이며 이를 통해 적시에 필요한 부품이 정확하게 전달된다”고 말했다.

요르그 부르저 메르세데스-벤츠AG 이사회 멤버 겸 생산·공급망 관리 총괄. 메르세데스-벤츠 제공
7억3000만유로(약 1조350억원)가 투입된 이 공장은 5G 통신을 활용한 디지털화에도 공을 들였다. 그는 “효율성을 향상하는 핵심은 MO360(메르세데스 오퍼레이션 360도)”이라며 “생산의 모든 단계와 요소들은 완전히 디지털화한다”고 말했다. 부르저 총괄은 생산 공정을 ‘생태계’라고 설명했다. 그는 “MO360은 공장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내용을 기록하고, 공유해 데이터 투명성을 확보해 나가는 시스템”이라며 “모든 데이터는 클라우드에 연결돼 모든 멤버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메르세데스-벤츠의 56번째 공장인 팩토리56은 친환경과 지속 가능성 분야에서도 신기술이 대거 적용됐다. 부르저 총괄은 “팩토리56은 계획 단계부터 탄소 중립을 달성하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삼았다”며 “기존 공장보다 에너지 요구량이 25%가량 적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장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이용해 공장 소비 에너지의 30%를 충당하고 있다”며 “부족한 전력은 외부에서 충당하는데 이때도 풍력 에너지 등 친환경 에너지 100%로 생산 기지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종이를 사용하지 않는(paperless) 공장으로 연간 10t의 종이를 절약한다“고 덧붙였다. 팩토리56은 자동차 배터리를 재활용해 태양광 전력을 저장하고, 옥상에 빗물 저류시설이 설치돼 이를 용수로도 사용하고 있다.

첨단 기술이 집약된 공장이지만 실제 이를 운영하는 것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공장은 기계만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손끝에서 완성된다고 그는 자부했다.

독일 진델핑겐에 위치한 메르세데스-벤츠의 스마트 공장 ‘팩토리56’에서 벤츠 차량이 생산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제공
부르저 총괄은 “생산 라인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저희 직원들”이라며 “우리의 목표는 자동화를 통해서 기계가 기계를 만드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아니다. 팀 멤버들이 합심해 세계 최고의 차를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현재 이곳에는 1500명이 넘는 직원이 일하고 있다.

또한 “인체공학적 측면까지 반영해 작업과 조립 자체를 더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생산라인의) 접근 방식과 시스템 구축도 유연하게 구성했다”며 “이러한 프로세스가 마련돼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프로세스에 지원할 수 있어야 비로소 최고의 품질을 달성할 수 있고, 최고의 차량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파워트레인이 내연기관보다 간편한 전동화로 바뀌면서 인력 재배치에 대한 이슈가 대두하고 있다. 부르저 총괄은 “미래에는 팀 멤버들을 지속해서 교육해 작업 수준을 제고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 될 것”이라며 “파워트레인 생산 분야에서 앞으로 일어날 변화와 전환은 그 규모나 정도가 클 것으로 예상한다. 5∼10년에 걸쳐 노동 비중이 줄어들 텐데 이에 대해서는 깊이 있고 솔직한 대화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이러한 변화를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는 구체적인 대안으로 파워트레인을 생산하는 독일 운터튀르크하임 공장에서는 노사 합의를 통해 이곳에 e캠퍼스를 설립해 미래에 배터리 셀을 테스트하는 시설로 활용하기로 했다. 그는 “큰 변화가 반드시 위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근로자 위원회와 대화와 협의를 통해 변화하는 상황에 대응할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독일 진델핑겐에 위치한 메르세데스-벤츠의 스마트 공장 ‘팩토리56’ 전경. 메르세데스-벤츠 제공
벤츠는 일방적인 신기술 도입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노사 협의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부르저 총괄은 “팩토리56은 준공 전부터 근로자 위원회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기존 생산 시설인 E-클래스 생산라인에 계속 근무하고 싶은 분들은 누구이며, 누가 이곳으로 옮겨오길 원하는지, 어떤 교대 근무를 선호하는지 등 다양한 의견을 취합했다. 그 결과 (근로자들이) 실질적으로 원하는 조건의 85%가량을 만족하게 했다”고 말했다.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를 한 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게 된 벤츠는 앞으로 배터리 공장도 추가로 지을 계획이다. 부르저 총괄은 “메르세데스-EQ의 전기차에 탑재할 배터리 시스템은 독일·폴란드 등 유럽, 중국, 미국 등 3개 대륙의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에서 공급받고 있다”며 “앞으로 생산 전략에 따라 진델핑겐(팩토리56) 현장에 또 다른 배터리 공장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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