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한국인, 방글라데시 가면 연예인"..우리도 어느새 인종차별

정한결 기자 2021. 4. 25. 08: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The W]차별과 혐오, 우릴 노린다③
/사진=칠레의 코미디쇼 '미바리오'(MiBarrio) 방송 화면
코로나19 여파로 세계 각지에서 늘어난 동양인 차별 문제는 비단 먼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연일 국제 뉴스란을 장식하는 동양인 혐오 범죄에 공분하는 이가 많지만 정작 한국서도 백인보다 동양인을 향한 차별이 거세다. 인종차별을 둘러싼 '내로남불'이 이어지는 셈이다.
세계 곳곳서 늘어나는 동양인 차별…美서는 대도시 혐오범죄 150%↑
뉴욕타임스(NYT)등에 따르면 23일 미국 상원은 아시아인 혐오 방지 법안을 초당적인 지지를 받아 가결했다. 찬성 94대 반대 1로 통과된 이 법안은 혐오 범죄 신고·처리 등을 용이하게 하고, 전담 인력을 배치하도록 각 주정부 등을 지원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아시아인 차별에 대한 교육 활동을 전개하도록 지원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법안은 최근 아시아계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묻지마 폭행' 등 혐오 범죄가 늘어나면서 발의됐다. 미국 주요 16개 도시의 혐오범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아시아인 대상 혐오 범죄는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 대비 145%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뉴욕은 833%로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

실제로 지난 20일에는 캘리포니아에서 한국계 노부부를 '묻지마 폭행'한 20대 백인 남성이 증오범죄와 노인 학대 혐의로 체포됐다. 가해자 마이클 비보나(25)는 지난 18일 산책하던 노부부에게 접근해 아무런 말과 설명 없이 이들의 얼굴을 마구 폭행하고 넘어트린 혐의를 받는다.

그는 이번 사건 전에도 미국 가라데 국가대표 선수인 일본계 미국인 코쿠마이 사쿠라에게 "역겨운 중국인,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외에도 이탈리아에서 유명 방송인들이 눈을 찢으며 아시아인들을 비하하고, 칠레의 한 방송에서는 방탄소년단을 패러디하며 인종차별 발언을 하는 등 코로나로 촉발된 아시아 혐오가 전세계로 확산되는 상황이다.
'내로남불' 된 인종차별…"차별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없다"
국내에서는 이같은 혐오 범죄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지만 동양인을 향한 차별은 정작 한국서도 심각하다.

최근에는 여행 유튜버 A씨가 인종차별 '내로남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앞서 A씨는 지난해 4월 '177cm의 평균 키 한남도 여기서는 연예인 됨'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그는 "방글라데시의 평균키는 160㎝, 한국 평균키(177㎝)의 한국인이 최빈국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한복판에 홀로 서봤다"며 "생각지도 못했던 시선들과 인기를 한몸에 받게 됐다"고 해당 영상을 소개했다.

공개 당시만 해도 큰 화제가 되지 않았지만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해당 영상이 소개되면서 인종차별 논란이 제기됐다. 특히 A씨는 그동안 해외 여행을 다니면서 한국인들을 향한 인종차별에 저항하는 콘텐츠를 제작해 '내로남불'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결국 A씨는 지난 12일 논란의 제목을 '와 나 같이 못생긴 키작남도 여기서는 사람들이 예뻐해주네'로 수정했다. 그는 "과거에 올린 영상이지만 여러분 의견이 일리가 있다"며 "기존 '177㎝의 평균 키 한남도 여기서는 연예인 됨' 식의 제목을 지금의 제목으로 바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이어 "내로남불 지적(질) 감사하다"며 "과거 부족한 모습을 거울 삼아 꾸준히 발전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경북연대회의와 대구경북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지난 3월 22일 대구시청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시가 발령한 외국인 노동자 코로나19 검사 행정명령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스1

특히 같은 외국인이라도 백인보다는 동양인 등 유색인종을 향한 차별이 거세다. '조선총독 콧수염 논란'이 일었던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 대사의 경우 일본계 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받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리스 전 대사는 일본인 어머니와 주일 미군인 아버지 사이에서 일본에서 태어났다.

당시 국내 시민단체는 해리스 전 대사의 콧수염이 일제 강점기 당시 총독을 연상시킨다며 사진에서 콧수염을 떼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사가 무슨 조선 총독인가"라고 말하는 등 정치권에서도 비난이 이어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이와 관련해 지난달 해리스 전 대사와의 인터뷰를 보도하며 "해리스 전 대사가 일본계였기에 일부 한국 언론의 타깃이 됐다"고 분석했다. 해리스 전 대사도 "인종차별에 많이 놀랐다"고 전했다.

전임인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 대사가 국내 프로야구 구단인 두산을 응원하거나,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순두부찌개를 먹거나 스티브 비건 전 국무부 부장관이 방한 때마다 닭한마리를 먹는 등 백인 인사들의 친한적인 모습이 부각된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인권 활동가들은 한국 사회에 인종차별이 뿌리 깊게 자리잡았다고 말한다. 이율도 인권 활동가는 "'똥남아'라는 비하 표현부터 시작해서 기본적으로 외국인들을 향한 인종차별이 심각하다"면서 "주로 이주민들이 한국에서 3D 업종을 하다보니까 전체적으로 더 낮게 보는 경향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인종차별이 정확히 무엇인지 한국 사회가 논의를 하지 않고 잘 모르기에 아무렇지 않게 차별이 벌어진다고 주장한다. 특히 '단일민족'을 내세운 한국의 민족주의가 차별 의식에 일조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활동가는 "한국 사회 내 차별에 대한 사회적 정의가 합의되지 않았기 때문에 '차별은 당연하다'는 인식도 팽배하며, 차별인지도 모르고 차별하는 이들도 있다"면서 "현행법마저 이주민들을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식 개선은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만 법 개정은 의지만 가지면 할 수 있다"면서 "차별금지법 제정이 차별에 대한 담론을 정리하는 첫번째 단추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서예지가 죽은 새 보며 한 말…"착하다"→"소름" 바뀐 반응"젖가슴·머리채 부여잡아" YH사건…봉태규 녹화 중단비욘세, 지퍼 내리고 아찔하게… 클리비지 룩 '관능적'박하선, 파격 란제리 화보…"아이 엄마 몸매 맞아?"'담배꽁초 짬뽕' 식당에 항의했더니..."그 담배 안 피워"
정한결 기자 hanj@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