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9억→12억' 완화 급물살?..세금 부담 얼마나 줄까

조성신 2021. 4. 25.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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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 기준 12억으로 상향 시
전국 대상자 3.7%→1.8% 감소
여당 종부세 완화 놓고 갑론을박
조세 감면에 따른 집값 상승 우려도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 = 김재훈 기자]
공시가격이 크게 오르며 세 부담도 함께 급증했다는 불만이 거세지자, 더불어민주당이 1주택자에 한 해 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재산세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종부세를 납부하는 고가주택 기준을 지금의 공시가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하는 것이 골자다. 다만, 일각에선 가격 억지력이 약화하며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5일 주택업계에 따르면, 여당과 정부가 부동산 보유세 부담 완화를 시사하면서 12년째 유지되고 있는 종부세 부과 기준이 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는 1가구 1주택의 경우 공시가격 9억원 이상이 종부세 적용 대상이지만, 이 기준을 12억원으로 상향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재산세도 공시가격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올린다면 전국 가구 약 96%가 경감 혜택을 누릴 것으로 추산된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20일 주택 가격 상위 1~2% 소유자에 대해서만 종부세를 매기자는 입장을 기획재정부에 전달했다. 다만 이 비율로 정하자는 건지, 이 정도 비율에 부과되도록 공시가격을 높이자는 건지는 명확하지 않다.

정부는 비율보다는 공시가격으로 기준을 정하는 게 좀더 합리적이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율을 기준으로 하면 매년 대상자를 새로 추려야 하는 등 어려움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종부세 상향 땐 과세대상 '16.0 → 2.6%'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이 현행 공시가격 9억원에서 12억원 이상으로 오를 경우 서울 지역 종부세 대상은 16%에서 2.6%로 대폭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을 기준으로도 3.7%에서 1.8%로 대상이 줄어든다.

국토부 자료를 보면 올해 1월 1일 기준 공시가격 9억원 초과 공동주택은 52만4620가구로 전체의 3.7%다. 2016년 이 비율은 0.5%였다. 서울의 경우 같은 기간 이 비율이 2.6%에서 16%로 6배 이상 상승했다. 종부세 부과 기준이 12억원으로 오르면 과세 대상자는 20만명 이상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공시가격 9억~12억원 구간의 공동주택이 26만7000가구이며 이 중 다주택자를 제외한 대다수가 종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되서다.

[자료 = 배현진 의원실]
종부세 기준과 함께 재산세 감면 기준도 함께 상향된다면 세금 부담은 더욱 줄어든다. 정부는 앞서 공시가격 현실화 방침에 따른 재산세 급증을 우려해 올해부터 3년간 공시가격 6억원 이하 1주택 보유자의 재산세율을 0.05%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

종부세 부과 기준 상향과 재산세 감면 대상 확대가 시행되면 시세 11억~15억원 아파트를 가진 1주택자들이 혜택을 볼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시세 12억원, 공시가 8억원 아파트 보유세는 현행 대비 100만원 가까이 줄어든다. 예컨대 시세 15억원(공시가격 9억5564만원)의 전용 59㎡ 아파트의 경우 종부세를 고려한 올해 보유세(작년 공시가격 8억3100만원)는 302만원으로 작년 233만원보다 69만원 올랐다. 하지만 종부세 기준이 12억원으로 올라가면 종부세 없이 재산세만 내면 돼 279만원으로 줄어든다. 작년보다 46만원만 더 내면 되는 셈이다.

종부세 완화와 함께 재산세 기준도 9억원으로 올리는 안이 검토되고 있다. 재산세 감면(세율 0.05% 포인트 인하) 대상이 현행 공시가격 6억원에서 9억원으로 확대될 경우 수혜 가구 비율은 92.1%(1308만 7971가구)에서 96.3%(1368만 455가구)로 확대된다. 서울의 비율도 70.6%(182만4674가구)에서 84.0%(217만422가구)로 대폭 늘어난다.

재산세 감면 기준이 상향 조정되면 재산세가 100만원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일례로 시세 12억7000만원(공시가격 8억7800만 원)의 전용 84㎡의 재산세는 218만원에서 120만원으로 98만원 줄어든다.

종부세 놓고 의견 엇갈리는 여당

여당의 4·7 재·보궐선거 참패 후 종부세 완화 논의가 당내 화두로 떠올랐지만 의견이 엇갈리며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종부세 완화에 동의하는 측은 1주택자에 한정하면 부자 감세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반면, 이를 반대하는 쪽은 정부가 집값을 포기했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 20일 김병욱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부세 공제 기준을 공시지가 합산 현 6억원에서 7억원으로 올리고 1가구 1주택자에 대해서는 종부세 부과 기준을 공시가격 9억원 초과에서 12억원 이상 초과로 상향하는 것이 골자다.

당권 선언을 공식화한 홍영표 후보도 종부세 부과 기준을 12억원으로 높여야 한다며 힘을 보탰고, 송영길 후보는 실소유자의 주택담보대출(LTV)을 90%까지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김병욱 의원은 '부자 감세' 논란에 대해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재산세와 종부세를 조정해주자는 것은 결코 '부자 감세'가 아니다"라며 "그분들은 투기 목적 없이 보유 또는 거주하는 분들이다. 또 실제 수입이 없거나 적은 어르신들도 있다. 그래서 장기 보유, 장기 거주하거나 노인층에겐 더 공제해주고 60세 이상 분들에겐 매각하거나 상속·증여 시에 납부하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12년 전 만든 종부세의 부과 기준 9억원을 현실에 맞게 조정해 주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당연히 부동산 가격 안정과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을 위한 대책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종부세 완화 논의가 자칫 시장에 '정부가 집값 잡기를 포기했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비판적 목소리도 나온다.

임대차법을 대표발의했던 박주민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무분별한 세금 인하와 대출 규제 완화는 수요 확대 정책이라 집값의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며 "공급에 대한 기대가 제대로 서지 않았는데, 수요를 자극하면 집값은 당연히 올라갈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비판했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도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있는 임시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정부가 유지해 온 원칙이 있고, 세제를 지금처럼 설정한 것에도 이유가 있는데, 그 원칙을 쉽게 흔들어버리면 부동산 시장 전체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면서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거론되고 있는 종부세 완화 조치 등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종부세 기준 완화 시 집갑 상승 우려도

정부가 '종부세 9억원' 기준을 상향 검토키로 하면서 과도한 종부세 부담이 컸던 납세자들은 환영하는 분위기이지만, 일각에선 '종부세 9억원'의 가격 억지력이 약화하며 집 값 상승을 부추길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임재만 세종대 교수는 "이론적으로 조세 감면은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는데 현재 이곳 저곳에서 규제 완화를 논의하는 분위기에 더해 집값 상승의 불쏘시개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정부가 여러 정책들을 통해 집값을 안정시키지 못한 책임을 조세저항 문제인 것처럼 면피하려는 것과 다름없다. 또 다시 조세감면과 대출 완화 등은 집값 상승은 물론 국내 경제에도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종부세 완화는 단기적으로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이라면서도 "이미 많이 오른 상황이라 폭등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 중장기적으로는 공급위축 효과가 줄어들며 집값 안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가 종합부동산세 9억원 기준을 상향하기로 사실상 방향을 정하면서 '9억원'에 걸려 있는 각종 규제 조치도 함께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9억원'에 집착하는 사이 종부세 등 세제 뿐 아니라 대출, 중개보수, 주택연금, 아파트 분양보증까지 곳곳에서 정책의도와는 다른 시장 왜곡현상이 벌어진바 있어서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robgud@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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