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공매도 재개] '한국판 게임스톱' 가능성 열려있나?

박응진 기자 2021. 4. 25.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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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보고서 "공매도 재개 종목 중심 발생 가능성"
"국내 공매도 잔고 비중·개인 결집력↓, 가능성 적다"
지난 1월 이후 게임스톱 주가 추이 - 야후 파이낸스 갈무리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오는 5월3일 코스피200·코스닥 150 종목, 즉 대형주에 대한 공매도가 재개되면서 공매도 재개종목을 중심으로 한국판 게임스톱 사태가 발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지만 게임스톱 사태가 벌어졌던 미국과는 주식시장 환경 자체가 달라 한국판 게임스톱 사태의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 1월 미국 온라인커뮤니티 레딧(Reddit) 내 주식정보 공유게시판인 월스트리트베츠를 중심으로 뭉친 개인 투자자들은 헤지펀드 등의 게임스톱 주식 대규모 공매도에 대응해 게임스톱 주식을 대량 매수하면서 게임스톱 주가가 폭등했다.

이후 멜빈 캐피털·시트론 캐피털 등 기관투자자들이 숏스퀴즈에 나서면서 주가가 더욱 급등했다. 숏스퀴즈는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공매도 및 콜옵션을 매도했으나 주가가 상승해 숏포지션을 정리하거나 손실을 줄이기 위해 주식을 다시 집중 매수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발간한 '2021년 자본시장 위험 분석 보고서'에서 "5월 예정된 공매도 부분 재개시 공매도 재개종목을 중심으로 미국 게임스톱 사태와 같은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금감원이 이처럼 예상한 배경에는 공매도에 대한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불신이 크다는 점이 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 판 뒤 실제 주가가 떨어지면 싼값에 다시 사들이는 방식으로 차익을 얻는 투자 기법으로,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는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부추긴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깔려있다.

금감원은 또 온라인 커뮤니티가 활성화된 국내 환경을 감안할 때 게임스톱 사태와 유사한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국내에서는 4만명이 넘는 회원을 보유한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가 공매도 규탄의 선봉에 서있다.

게임스톱 사태 소식이 전해진 뒤인 지난 2월에는 한투연이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 등 국내 주식시장에서 공매도 잔고 비율이 높은 종목의 주주연대와 연합해 공매도 세력에 맞서 싸울 준비를 하겠다고 밝혔으며 이후 해당 종목들의 공매도 잔고 비중이 일부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공매도 재개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특정 종목에 대한 게임스톱 운동 전개 움직임이 아직까지는 감지되고 있지는 않지만, 공매도 재개 후 특정 종목에서 공매도에 의한 주가 하락이 포착되면 게임스톱 운동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한국판 게임스톱 사태의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본다. 개인 투자자 1000만 시대를 맞아 우리 주식시장도 예전과는 다른 형태의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면서 "공매도의 폐해 여부에 따라 개인 투자자의 응집 규모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인 투자자를 둘러싼 풍부한 증시 주변자금을 고려했을 때 향후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 운동이 벌어질 가능성은 있지만 게임스톱 사례처럼 숏스퀴즈에 의한 주가 급등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해 3월부터 1년 넘게 공매도가 금지되면서 국내에서 공매도 투자자가 크게 줄어들었고, 남아있는 공매도 투자자는 시장조성자 등 헤지(위험회피) 포지션을 구축한 투자자로서 숏스퀴즈를 유발할 주체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의 홍보용 버스.(한투연 제공)2021.1.31/뉴스1

한 증권사 연구원은 "국내 종목들의 대차잔고 비중이 낮을 뿐만 아니라, 국내에는 특정 종목의 주가를 낮추려는 것보다는 헤지성 거래의 공매도가 많기 때문에 숏스퀴즈가 일어나기 어렵다"며 "국내 종목들은 유통주식 수 대비 공매도 잔고 비중도 크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기준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각각 공매도 잔고 비중이 가장 높은 롯데관광개발은 6.69%, 케이엠더블유(거래정지 중인 신라젠 제외)는 4.84% 등으로 공매도 잔고 비중은 한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게임스톱은 그 비중이 한때 100%를 넘어선 바 있다.

보고서를 통해 한국판 게임스톱 사태의 가능성을 제시한 금감원도 국내 종목들의 공매도 잔고 비중이 낮고, 가격제한폭(±30%)·단기 과열종목 등 시장관리 수단이 있기 때문에 극단적인 주가 급등락 우려는 적다고 관측했다.

이와 함께 지난 2월 한국판 게임스톱 운동의 대상으로 지목된 종목의 수급을 봤을 때 실제로는 개인 투자자들이 대규모 차익실현에 나섰던 것으로 나타난 점은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결집력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앞서 정부가 한국판 게임스톱 운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경고해 '대장개미'의 출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황세운 상명대 DnA랩 객원연구위원은 "주가가 오른 상태가 유지되기 힘들다는 것은 게임스톱 사태를 통해 이미 확인됐다.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이에 대한 이해가 축적됐다고 생각한다. 비용은 굉장히 많이 들지만, 공매도 투자자에게는 치명타를 입히기 어렵다는 점 등 때문에 국내에서는 게임스톱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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