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집 매수자, 작년 7월부터 규제 완화에 베팅.. "강남은 재건축, 강북은 리모델링"

연지연 기자 2021. 4. 2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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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이 지나고 나니 바로 20억원을 넘어버리더라고요. 언제까지 재건축 못하게 묶어두겠느냐고 집을 사는 사람들이 그러대요."(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상가 E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압구정은 조합이 속속 설립되면서 불이 붙은 거지요. 원래 진척이 없던 곳인데 이젠 정말 되려나보다고 손바뀜이 일어났어요. 소유주 구성 찾아보면 많이 젊어졌을 거예요. 작년 여름 지나고였던 것 같아요."(강남구 압구정동 Y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전국적으로 신축 아파트 선호 현상이 지속하는 가운데, 서울 아파트 매수자들은 작년 7월쯤부터 정비사업 규제 완화에 베팅을 한 것으로 보인다. 오래된 아파트의 상승률이 신축 아파트 상승률을 제칠 만큼 가팔라졌기 때문이다.

가격추이를 보면 서울 강남과 강북의 지역차도 느껴졌다. 강남은 재건축 대상이 포함된 20년 초과 아파트를, 강북은 보통 리모델링 대상으로 보는 15년 초과 20년 미만의 아파트를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25일 한국부동산원의 전국 연령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가장 많이 오른 구간은 5년 이하 신축 아파트였다. 매매가격지수는 2017년 11월을 기준(100)으로 산정한 값이다.

매매가격지수는 실거래가와 평가액 정보를 모두 사용해 산출한다. 매매가격지수가 올랐다는 것은 집값이 올랐다거나 선호도가 높아져 호가가 오르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 1년 각 연령별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추이

주목할 것은 서울의 경우 준신축 아파트인 5년 초과 10년 이하 아파트의 매매가격지수가 가장 높더니 서울시장 자리가 공석이 된 이후부터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는 점이다. 7월부터 20년 초과 아파트 매매가격지수가 뜀박질을 시작해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달 연속 5년 초과 10년 미만 준신축 아파트의 매매가격지수(114.1)와 20년 초과 아파트의 매매가격지수(114.2)가 비슷해졌다.

12월부터는 20년 초과 아파트의 매매가격지수가 가장 높아졌다. 이는 리모델링이나 재건축을 기대할 수 있는 아파트들이 강세를 보였다는 의미다. 재건축 규제 완화를 기대한 이들이 많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신축 아파트에 대한 선호가 강한 상황에서 서울의 경우 작년 10월부터 신축보단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나 선호도가 커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면서 "서울의 20년 초과 아파트의 매매가격지수는 7월 이후로 급격히 올랐다"고 했다.

최근 1년 각 연령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추이

서울을 강남과 강북으로 나눠서 보면 분위기는 조금 달랐다. 강남은 재건축 가능 아파트들이 포함된 20년 초과 아파트 매매가격지수가 가장 높은 상황이다. 강남구 압구정동, 강남구 개포동, 서초구 반포동과 잠원동 등에 재건축 연한을 채운 아파트가 많은 영향이다.

특히 부촌이다 보니 정비사업을 통해 구축 아파트가 신축 아파트로 변신하면 집값이 상대적으로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감도 역할을 했다. 반포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신축 아파트 값이 많이 오르면서 재건축 아파트가 상대적으로 싸진데다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반면, 강북은 작년 한 해 동안 신축 아파트 매매가격지수가 가장 높다가 올 3월부터 15~20년차 리모델링 대상군 아파트 매매가격지수가 가장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많은 노원이나 목동 등지보다는 15년차 초과 20년 미만 아파트인데 리모델링 정비사업 호재가 있는 동부이촌동이나 옥수동, 금호동의 아파트 중심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는 점이 강조되고 서울의 경우 정비사업을 둘러싼 규제가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시장 참여자들이 재건축 아파트에 주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한국부동산원은 준공 연한에 따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를 발표하면서 ▲5년 이하 아파트 ▲5년 초과 10년 이하 아파트 ▲10년 초과 15년 이하 아파트 ▲15년 초과 20년 이하 아파트 ▲20년 초과 아파트로 분류한다.

통상 5년 이하 아파트와 5년 초과 10년 이하 아파트는 신축과 준신축 아파트라고 본다. 지하 주차장과 커뮤니티 시설을 갖춘 경우가 많다. 반면 15년 초과 20년 이하 아파트와 20년 초과 아파트는 정비사업 대상 아파트로 본다. 15년 초과 아파트는 리모델링 사업이 가능하고, 20년 초과 아파트에는 리모델링 대상과 재건축 대상이 모두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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