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이 놓친 車반도체 2위 NXP..삼성전자 인수설 급부상

윤진우 기자 2021. 4. 2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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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주도권 잡기 위한 M&A 경쟁 치열
JP모건 "삼성, NXP 인수에 큰 관심 보여"
"미래 먹거리 확보 차원에서 인수 필요" 목소리도
하지만 이득 크지 않고, 투자 결심할 총수 부재

삼성전자가 지난 2016년 독일 완성차 업체 메르세데스-벤츠와 협력해 선보인 차량 제어 및 모니터링 솔루션 사용 모습.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의 ‘NXP 인수설’이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업체 간 인수합병(M&A) 경쟁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투자금 대비 삼성전자가 얻을 수 있는 실익이 크지 않고, 투자를 결정할 총수가 부재해 실제 M&A가 이뤄질 가능성은 불확실한 상태다.

25일 재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자동차용 반도체 업체를 인수하기 위한 다양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에 자동차용 반도체 생산 공장이 있는 글로벌 업체를 우선순위로 놓고 타당성 검토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이런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 부족이 확대된 지난해 말부터다. 지난 1월 최윤호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사장(최고재무책임자·CFO)이 컨퍼런스콜에서 "향후 3년 내 의미 있는 M&A를 실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면서, 자동차용 반도체 업체들이 강력한 M&A 후보군이라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네덜란드의 NXP, 미국의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 스위스의 마이크로칩 일렉트로닉스가 M&A 후보군으로 꼽힌다. 이 가운데 NXP는 가장 유력한 후보다. 최근 미국 투자 전문매체 배런스는 JP모건의 보고서를 인용해 "삼성전자가 NXP 인수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자율주행차에 활용되는 반도체. /삼성전자

NXP는 2004년 필립스 반도체 사업부문이 분사해 세운 자동차용 반도체 전문 업체다. 지난해 독일 인피니언에 이어 글로벌 점유율 2위에 올랐는데, 인피니언이 사이프러스를 인수하기 전인 2018년까지는 NXP가 1위였다.

NXP는 반도체 업체들이 가장 인수하고 싶은 회사로 거론된다. 차량 전력을 제어하는 마이크로컨트롤유닛(MCU)에서 가장 앞선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에는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이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NXP와 440억달러(약 50조원) 규모의 인수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전 세계 반도체 산업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빅딜이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두 회사의 합병을 끝내 승인하지 않으면서 계약은 물거품이 됐고, 퀄컴은 위약금 20억달러(약 2조원)을 주고 NXP 인수를 포기해야 했다. 국제법에 따라 계약이 최종 성사되려면 두 회사의 합병으로 영향을 받는 미국, 유럽, 한국, 일본, 중국 등 9개 국가의 승인이 필요한데, 중국이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한 보복 조치로 미국 기업인 퀄컴의 합병을 사실상 반대하면서 계약이 실패로 돌아간 것이다.

삼성전자가 NXP 인수에 나설 경우 인수가는 7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NXP의 시가총액은 지난 23일 기준 5만4100억달러(약 60조5800억원)로, 인수가가 시가총액보다 통산 10~15% 높게 형성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인수가는 70조원에 육박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인수 자금을 확보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삼선전자의 지난해 말 현금 보유액은 104조원이 넘는다.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하면 1년 내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은 120조원에 달한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NXP를 인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NXP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투자에 세제 혜택을 지원하기로 한 만큼 전기자동차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는 "NXP는 인포테인먼트와 MCU에 강점이 있는 회사로, 전기차 시대가 열리면 NXP의 자동차용 반도체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며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은 기술력으로만 진입하기 힘들기에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NXP 인수는 삼성전자에게 꼭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삼성전자 연구원들이 메모리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웨이퍼(원판)를 검사하고 있다. /조선DB

반면 삼성전자의 NXP 인수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삼성전자가 NXP를 인수할 경우 이 회사와 계약을 맺고 있는 BMW, 포드, 도요타 등 주요 완성차 업체를 고객사로 쉽게 확보할 수는 있지만, 자동차용 반도체를 제외하면 삼성전자가 NXP의 다른 사업에서 얻을 수 있는 실익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NXP 매출 가운데 자동차용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44%로, 나머지 56%는 삼성전자가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갖고 있는 사물인터넷(21%), 통신인프라(20%), 모바일(15%) 등에서 나온다. 특히 NXP는 현재 텍사스주 오스틴과 애리조나주 챈들러에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두 곳 모두 20㎚(나노미터·10억 분의 1m) 이상의 구식 공정을 사용하고 있다. 5㎚ 이하 공정을 개발 중인 삼성전자가 NXP의 기술력을 활용할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NXP 인수를 결정하더라도 퀄컴과 같이 중국 등이 반대할 경우 계약이 물거품이 될 수 있는 리스크도 있다. 삼성전자 역시 NXP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9개 국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중국이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용도로 M&A에 제동을 걸 경우 수조원의 계약금을 날릴 수도 있다. 영국은 최근 미국 엔비디아의 M&A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제동을 걸었고, 중국은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의 M&A 심사를 보류한 바 있다. 주요 국가들이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기술보호주의를 강화하면서 과거와 같은 빅딜이 어려워진 것도 삼성전자가 염두에 둬야 할 부분이라는 것이다.

그룹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빈자리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총수 부재로 미국 내 반도체 공장 증설을 위한 1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도 선뜻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서, 70조원 규모의 빅딜이 나오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박재근 교수는 "미국 대통령까지 나서 반도체 투자를 독려하는 현재의 기회를 삼성전자가 놓치게 해서는 안 된다"며 "결국 이 부회장 사면에 따라 NXP에 대한 삼성전자의 M&A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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