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정 서울대 총장 "대학은 함께 하는 경험 중요. 온라인 강연 안전할순 있지만 대학 역할 아냐"

고재원 기자 2021. 4. 2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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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한림원 제119회 코리아리더스포럼..코로나가 가속화한 대학 혁신
서울대 제공

"대학의 존재 목적은 지식의 전수 만이 아닙니다.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쌓아간다는 사회적 의미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22일 비대면으로 진행된 한국공학한림원 ‘제119회 코리아리더스포럼’에서 이 같이 밝혔다. 오 총장은 "미국 아이비리그의 좋은 점이 바로 '인맥'이라며 "페이스북을 만들어낸 마크 저커버그도 미국 하버드대에 다니고 있어 성공할 수 있었다고 본다. 하버드대가 아닌 조그마한 시골대학이었으면 그런 일이 가능했을까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이달 26일부터 학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신속진단키트를 도입해 자연과학계열 대학원생과 교직원 2700여명을 주기적으로 검사한다고 밝혔다. 캠퍼스 정상화를 위해 이런 대량의 주기적 검사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오 총장은 "신속 PCR을 도입해 학교 문을 열고 싶어하는 것도 남과 함께 하는 경험이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온라인 강의만 하면 안전은 할 수 있지만 이건 대학의 역할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코로나가 가속화한 대학혁신'을 논했다. 오 총장은 코로나19가 지나가는 일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큰 변화가 일 것으로 예견한다며 미래의 대학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오 총장은 "코로나19가 일어나기 전부터 미래의 대학에 대해 논의가 있었다"며 "대표적인 게 대학이 미래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였다"고 설명했다.

오 총장은 "대학은 한군 데 모여서 교수와 학생이 지식을 나누고 진리를 탐구하는 굉장히 오래된 기반이지만 인터넷이 도입되며 싼 가격으로 온라인 강의가 가능해지면서 대학이란 이런 모델이 미래에 사라질 것이란 예측들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오 총장은 온라인 강의의 장점이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집에서 공부할 수 있고, 편한 시간에 강의를 볼 수 있다"며 "또 스타강사들이 강의를 하게 되면 일반 선생님보다 더 재밌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 총장에 따르면 실제 이런 장점들만 차용해 미국 등 해외에서는 온라인 강의가 오래전부터 적극 도입돼 왔다. 미국에서 1976년 피닉스대라는 온라인 기반의 대학이 첫 문을 열었고, 수강인원 없이 모든 사람이 수강이 가능한 온라인 강좌를 뜻하는 무크(MOOC)도 성황리 운영 중이다. 무크를 수강한 한 해 학생만 47만명에 이른다. 

오 총장은 온라인 강의를 졸업생들을 위한 재교육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19 시대에 들어오면서 인터넷을 통해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는데 매우 익숙해졌다”며 “이는 곧 평생 자기 계발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 총장에 따르면 싱가포르 공대의 경우 졸업을 하고 나서도 10년 간 학교 강의를 온라인으로 무료로 들을 수 있다. 최근 시대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인공지능(AI)이나 컴퓨터 공학 관련 교육에 수강생들이 집중되고 있다. 사회에 진출한 사람들이 대학의 온라인 수업을 통해 재교육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대 중앙도서관에서 열린 '학생들이 만든 한국 현대사 -서울대 학생운동 70년' 출판기념회에서 오세정 서울대 총장이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하지만 온라인 강의가 이처럼 장점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 총장은 "교육과 연구에서는 개인적 관계가 중요하다. 아무리 인터넷으로 강의를 해도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가 중요하다"며 "현대에 연구라는 것이 점점 빅사이언스가 되고 학제 간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으며 실제 현재 대학 연구는 혼자 하는 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실제 과학 분야 노벨상도 3명까지도 주는 경우도 다수며 세계적 학술지라 할 수 있는 네이처와 사이언스 저자들도 대부분 3명 이상이다. 특정 경우 저자가 100명을 넘는 사례도 있다.

오 총장은 앞으로 대학의 양극화가 미래에 극심해질 것으로 예측했다. 명망이 높은 연구 중심의 대학만이 살아남아 지금의 수업인원보다 많은 이들에게 강의를 제공하고, 타 대학들은 없어지거나 특성화의 과정을 거칠 것이란 분석이다. 코로나19로 이런 변화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봤다.

그는 “이는 전 세계적 트렌드”라며 “한국은 이에 더해 학령 인구 감소라는 인구 구조 변화 때문에 양극화가 더 심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 총장은 “결국 이런 양극화의 시대 때는 대학이 해야할 것은 세계 톱 클래스의 경쟁력을 가거나 특성화하는 것"이라며 "이를 이뤄내는 것은 대학의 근본적 기능이 학생교육과 인재양성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오 총장은 미래 인재상이 현재의 시점에서는 예측이 불가하기 때문에 어떤 지식을 주입하기 보다 창조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키운 사람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경제포럼 예측에 따르면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들의 65%가 현재 없는 직종에서 일하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며 "미래의 인재상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애들을 가르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 총장은 "이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창조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야 한다"며 "이와 함께 비판적 사고와 소통과 공감, 예술 인문학적 감각도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오 총장의 생각을 담아 현재 서울대는 이런 인재 양성을 위해 학생이 선택적으로 수업을 들으며 직접 전공을 설계하는 제도와 문이과를 나누지 않고 수업 신청을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박성진 포스코 산학연협력실장은 미래 대학의 모습과 관련해 ‘언번들링(Unbundling)’의 개념이 도입될 것이라 예측했다. 언번들링은 기존에 묶여있던 상품이나 서비스를 나누어 제공한다는 개념으로 대학으로 치면 기숙사 생활과 수업, 취업 상담 등이 모두 묶여 있는 서비스다.

박 실장은 “미국 하버드대에서 에듀테크 기업들 동원해 학생 선발, 실습, 캠퍼스 식당 등을 제공토록하고 무엇보다도 교육의 질을 높이겠다고 지난해 발표했다”며 “이런 움직임들로 인해 미래 교육시장이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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