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부터 난야까지 불붙은 반도체 증설..삼성은 '샌드위치'
[MK위클리반도체]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 청사진이 속속 실천으로 발전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수백억 달러 인센티브를 약속하고, 유럽연합(EU) 역시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67조원 규모 프로젝트를 가동하면서 기업들의 투자도 탄력을 받은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 1등,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2위 삼성전자는 글로벌 기업들의 주요 타깃이다. 대만 TSMC와 일본 소니는 차세대 반도체 분야에서 자신들을 위협하는 삼성전자를 찍어 누르기 위해, 미국 인텔과 대만 난야 등 후발 주자는 각각 파운드리와 D램 분야에서 삼성전자를 끌어내리기 위해 본격 행보를 시작했다.
소니는 일본 나가사키 공장 내 이미지센서 양산을 늘리며 삼성전자의 추격을 견제하고 나섰다.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소니는 1000억엔(약 1조원)을 투입해 나가사키에 추가로 지은 공장에서 6월부터 상보성 금속산화막 반도체(CMOS) 이미지센서 양산을 시작한다. 이 공장은 기존 공장 인근에 건물 5동으로 건설됐다. 제품을 제조하는 클린룸 넓이는 1만㎡ 수준이다. 소니가 반도체 공장을 신설한 것은 14년 만이다. 정보기술(IT) 기기와 자율주행차의 카메라, 즉 눈 역할을 담당하는 이미지센서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설계 분야(팹리스)에서 차세대 먹거리로 점찍은 제품이다. 스마트폰 같은 IT 기기뿐만 아니라 스마트홈·자율주행차·로봇 등의 핵심 부품이다. 테크노시스템리서치에 따르면 작년 글로벌 CMOS 이미지센서 시장에서 소니는 점유율 45.1%로 1위를 달리고 있고, 삼성전자는 19.9%로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요시다 겐이치로 소니 회장 겸 사장은 20일 신공장 준공식에서 "신공장 가동을 계기로 (이미지센서 시장에서의) 리딩 포지션을 확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소니는 미국의 제재로 화웨이에 대한 센서 공급이 중단되면서 중국 내 스마트폰 제조사들 문을 두드리며 대체 고객사를 발굴할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40%대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D램 메모리 반도체에서도 강력한 해외 추격자가 등장했다. 21일 연합보를 비롯한 대만 언론에 따르면 현지 메모리 기업 난야는 대만 북부 타이산 난린과학단지에 3000억대만달러(약 106억7000만달러, 약 11조9000억원)를 7년간 투자해 10나노급 D램 공장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당장 올해부터 공장 착공에 돌입한다.
난야는 이미 10나노급 D램 양산 기술을 확보했으며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활용한 최첨단 D램을 2024년부터 신공장에서 양산한다는 목표다. 예상 생산량은 12인치 웨이퍼 기준 월 4만5000장 정도다. EUV 기반 10나노급 D램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최신 D램과 동급 수준이다.
미국 마이크론은 낸드플래시 메모리 시장 2위(점유율 약 19%)인 키옥시아(옛 도시바 메모리) 인수에도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이크론이 실제 인수에 성공하면 단숨에 삼성전자와 맞먹는 낸드 강자가 된다. 업계에서는 당장은 다수 업체가 난립했던 낸드 시장이 '삼성전자-마이크론·키옥시아-SK하이닉스·인텔'로 삼분돼 기업들 수익성이 개선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한국 기업들에 위협적인 라이벌이 탄생할 것으로 우려한다.
삼성전자를 경계하고 있는 TSMC는 올해만 280억달러(약 31조원)를 설비 투자에 쏟아붓겠다고 올 초 공언했다. 이달 초에는 다시 "3년간 1000억달러(116조원)를 투자하겠다"며 판을 더 키웠다. TSMC는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굴기에 가장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기업이다. TSMC는 360억달러를 들여 애리조나주 등 미국에만 5나노급 이하 첨단 반도체 공장 6곳을 추가로 짓겠다고 했다. 일부는 계획이 확정돼 올해 공사를 시작한다.
삼성전자·TSMC와 첨단 공정 경쟁에서 패배를 선언했던 인텔도 파운드리 판에 복귀했다. 인텔은 200억달러를 투자해 애리조나주에 파운드리 공장 두 곳을 짓는다고 지난달 밝혔다. 인텔은 이미 7나노 반도체 양산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이 공정만으로도 삼성전자·TSMC의 5나노 공정과 맞먹는 성능을 낸다고 자부한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발표하며 연내 유럽 신규 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9년 4월 "2030년까지 파운드리 등 시스템 반도체에서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며 10년간 총 13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의 수감으로 총수 부재에 빠진 삼성전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
3나노 반도체 기지로 기대를 걸고 있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 증설 프로젝트는 사업부에서 170억달러(약 19조원) 규모에 달하는 상세 투자 계획을 완성해놓고도 '결재'가 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거의 매주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 증설이 곧 발표된다'는 루머가 돈다"며 "하지만 삼성전자는 아직 전사 최고재무책임자(CFO)와 각 부문장이 참석하는 경영위원회에서 오스틴 공장 증설안을 논의하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와 이미지센서를 비롯한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D램과 낸드 같은 메모리 사업은 투자 계획을 보수적으로 짰다. 이런 와중에 메모리 경쟁자들 역량이 강화되며 삼성전자의 메모리 왕좌도 흔들릴 위기다.
삼성전자는 1993년 D램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른 이래 29년간 세계 시장에서 압도적 메모리(D램·낸드) 1위를 지켰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점유율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2016년 삼성전자의 연간 D램 점유율은 48%였으나 5년간 계속 감소해 작년에는 43.1%로 떨어졌다. 이미 작년 4분기에는 42.1%(트렌드포스 집계) 수준까지 내려갔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메모리사업부는 올해 D램 투자를 당초 계획 대비 월 2만~3만장(12인치 웨이퍼 기준) 늘려야 점유율 유지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낸드도 형편은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의 낸드 점유율은 2017년 40%를 넘겼지만 이후 계속 떨어져 작년 4분기에는 33.4%까지 감소했다. 더군다나 지난해 11월에는 미국 마이크론이 세계 최초로 176단 이상 3차원(3D) 7세대 적층(V) 낸드를 출시한다고 밝혀 기술 초격차에도 금이 갔다. 삼성전자는 현재 6세대 V낸드를 주력으로 만든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는 올해 하반기로 예정한 7세대 낸드 상용화 시기를 조금이라도 앞당기기 위해 절치부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경묵 서울대 교수는 "한국 기업의 의사결정 특성상 과감하게 파격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오너의 존재가 필수"라며 "이 부회장 부재는 삼성전자가 글로벌 기업에 대응해 과감하고 신속하게 투자할 기회를 놓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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