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애의 영화이야기] '미나리'의 아카데미 수상 결과를 기다리며

현화영 2021. 4. 24.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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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기생충’(감독 봉준호, 2019)에 이어 올해는 ‘미나리’(감독 정이삭, 2020)의 아카데미 수상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기생충’은 국제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을 비롯해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 미술상까지 6개 부문 후보에 오르면서 화제가 됐고, 이중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을 받은 바 있다.  

‘미나리’도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는데,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음악상 후보로 발표됐다. 오늘은 ‘미나리’의 수상 결과를 기다리면서, 몇 가지 이슈들을 정리해볼까 한다.

- 새로운 역사가 된 ‘미나리’

‘미나리’는 지난해 ‘기생충’과 달리 연기 부문에서도 스티븐 연과 윤여정이 각각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아카데미 역사를 새로 썼다. 그동안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부문의 경우 아시아계 배우가 후보로도 오른 적은 없었으니, ‘미나리’의 스티븐 연이 첫 주인공이 됐다. 

여우조연상 부문의 경우에는 아시아계 배우가 후보로 오른 적이 세 번 있었고, 수상자는 한 번 나왔다. ‘사요나라’(감독 조슈아 로건, 1957)의 우메키 미요시에 이어 윤여정이 60여 년 만에 두 번째 수상자가 될지 기대된다.

이는 미국에서 상영되는 대부분의 영화가 영어로 된 미국영화이고, 주인공은 대부분 유럽 출신의 백인 캐릭터이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역사라 하겠다. 사실 미국이라는 나라는 다민족 이민자로 구성된 나라이지만, 유럽 출신의 백인 중심 사회로 평가되는데, 영화로도 증명되는 셈이다.  

또한 ‘미나리’의 배우 부문 포함 후보 지명은 미국 사회에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비록 초저예산 영화이지만, 미국 영화산업 내에서 한국계 영화인들이 주축이 되어, 한국인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제작했다는 것, 즉 비 유럽 출신 비백인의 이야기가 주목받았다는 건 분명 새로운 현상이다.     

- ‘미나리’는 어느 나라 영화?

여기서 또 정리할 게 등장한다. 바로 ‘미나리’의 국적 이야기다. 누군가는 ‘논란’이라고 하지만, 사실 논란보다는 혼란이라고 하는 게 적절할 듯하다. 

우리나라에서는 가끔 국적 관련 이슈가 발생한다. 종종 이중국적, 병역기피 등 부정적인 이슈들이 따라붙는다. 국적은 나라마다 부여 기준이 다르다. 국적 유무에 따라 의무나 권리가 부여되기 때문에 특정 국적 획득이나 포기를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불법적 노력이 논란이 되는 것이다.

사실 우린 이미 국적에 대해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국적과 그 사람의 정체성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도 안다. 귀화한 연예인이나 스포츠인의 경우, 법적으로는 한국 국적이지만, 미국 사람이기도 하다 식으로 이해한다.

또한 이민이나 입양으로 국적은 다른 나라라고 해도, 그 사람이 우리나라 사람이기도 하다는 식으로 이해한다. 스포츠 경기에서 다른 나라 국가대표로 출전한 교포나 입양아 등을 응원하고 그들의 성과를 축하한 적도 많다.        

‘미나리’는 서류상의 공식적 국적은 미국이지만, 한국계 이민자 가족을 다룬 영화로써 한국영화로도 인식될 수 있다.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미국영화이면서 한국영화이기도 한 거다. 

참여한 영화인 중에는 정이삭 감독이나 배우 스티븐 연, 앨런 김처럼 한국계 미국인도 있고, 배우 윤여정이나 한예리처럼 한국계 한국인도 있다. 수많은 스태프까지 살펴보면 더더욱 많은 한국인을 찾을 수 있다. 물론 그들의 국적은 한국일 수도 미국일 수도 또 다른 나라일 수도 있다. 여기엔 아무런 문제나 논란이 있을 수 없다. 

한국 관객이든 미국 관객이든 혹은 한국 관객이면서 미국 관객이든 영화를 보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느끼고, 평가하면 될 것이다. 

 

- ‘미나리’ 그 자체를 보자

역사니, 국적이니 거창한 이야기 때문에 ‘미나리’ 영화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건너뛸 수는 없다. ‘미나리’는 매우 많은 관행을 깬 영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영어보다는 한국어를 선택한 것도 대표적인 예이다. 미국영화는 미국 외 국가가 배경인 경우에도 영어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미나리’는 그러지 않았다. 거기다 제목도 ‘미나리’ 그대로이다. 미나리를 번역하거나 설명하는 영어로 제목을 짓지 않았다. ‘Minari’라는 제목은 한국어를 모르는 이들에겐 낯설다. 한국어를 안다고 해도, ‘설마 내가 아는 그 미나리?’ 싶다.     

어찌 보면 미국 내 소수의 한국계 이민자에게만 이해되는 이야기일 거 같지만, 미국은 다민족 이민자들로 구성된 나라다. 본인이나 윗세대가 경험한 이민자로서의 일상이 있기에 공감 가능한 이야기다. 나의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 그들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이건 한국 관객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지인 중에 미국 이민자가 있다면 공감할 부분들을 발견하게 된다. 이민까진 아니더라도 낯선 곳으로 이사를 했던 기억, 부부간의 문제, 할머니에 대한 기억 등등 공감되는 지점도 있다. 

며칠 후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린다. 투표한 다국적 인사들이 어떤 판단을 할지 궁금하다. 여러 부문을 수상해 미국 사회와 영화계의 변화를 더더욱 확인하고 싶기도 하다. 

물론 그 결과에 대한 숟가락 얹기식 과대평가는 줄었으면 한다. 영화에 참여한 이들에게 축하와 위로를 전하면 충분할 것이다. 그들이 이루어낸 변화는 이미 거대하다. 

송영애 서일대학교 영화방송공연예술학과 교수

※위 기사는 외부 필진의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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