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리포트] '탄소 저감 실패 우려 국가'라는 오명 씻으려면

이창훈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21. 4. 2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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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지금처럼 화석연료를 쓴다면, 2100년에는 지구 표면 온도가 3.5℃ 이상 올라 인류와 지구 생태계는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는다. 이에 전 세계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문제는 이를 충실히 지켜도 기후변화를 피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향후 10년간 더욱 엄격한 배출 저감 정책이 필요하다. 온실가스 다배출국 한국도 마찬가지다.

탄소중립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국제 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목표는 21세기 말까지 지구 표면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다. 전 세계 과학자들이 모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2018년 ‘1.5℃ 특별보고서’를 통해 기존 목표였던 산업화 이전 대비 2℃ 제한은 안전선이 아닌 최후의 보루인 만큼 온난화 대응 목표를 1.5℃로 낮추고, 2050년 전 세계가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 각국은 이런 요청을 받아들여, 현재 125개국 이상이 탄소중립을 법제화하거나 논의 중이다. 특히 유럽연합(EU)은 2019년 말 그린딜 전략을 발표하며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2030년 감축 목표도 1990년 대비 40%에서 55%로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미국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선거 공약에서 2050년 이전 탄소중립 달성을 명시했고, 일본도 지난해 10월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도 지난해 9월 2060년 이전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기후변화를 제한하기 위해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은 2015년 파리협정을 통해 구체화됐다. 각국은 자발적 감축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2030년 목표배출량(NDC)을 제출했다. 

문제는 각국이 제출한 NDC로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턱 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유엔환경계획(UNEP)에서 발표한 배출격차보고서에 따르면 1.5℃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배출량과 제출된 NDC(560억t(톤)) 사이의 격차는 2030년 기준 290억~320억t이었다. 1.5℃를 달성하려면 세계 각국은 2030년 자신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존 NDC보다 평균 57%p 이상 더 줄여야 한다.

한국은 경제 대국이자 온실가스 다배출국이다. GDP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 총량도 세계 10위권 내외로,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전 지구적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고 있다. 우리는 5.36억t의 NDC를 제출했는데, 이는 2015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22.3%를 감축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1.5℃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유엔환경계획에서 제안한 전 지구 감축률을 국내에 적용하면, 국내 2030년 배출량을 2.3억t으로 줄여야 한다. 2030년 NDC 대비 3.1억t을 추가로 감축해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유엔환경계획은 주요 20개국(G20) 국가 가운데 한국을 NDC 달성 가능성이 가장 낮은 4개 국가 중 하나로 지목했다. 현재 정책을 그대로 시행한다면 2030년 배출량이 NDC를 15% 이상 초과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온실가스 정책의 완전한 재검토, 특히 온실가스의 90% 이상인 이산화탄소를 대량으로 배출하는 에너지 부문의 혁신이 필요하다. 

한국은 에너지 사용 효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3분의 2 수준에 불과하고, 석탄 등 화석연료를 대량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친환경 에너지원인 재생에너지 이용 비중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실정이다.

탄소가격화ᆞ기술개발… 근본적인 전환 필요

지난해 12월 7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 관련 합동브리핑'. 기획재정부 제공

정부는 지난해 10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탄소중립이 인류 생존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사실이 확실해지고 EU와 미국, 중국 등 주요 무역대상국의 정책기조가 탈탄소로 바뀌면서, 새롭게 형성되는 탈탄소 세계 경제체제에 선제적 감축 및 기술투자를 통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자 하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대선 공약이었던 에너지 전환과,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위기 극복 전략으로 제시한 ‘그린뉴딜’의 연장이기도 하다.

2050년 탄소중립을 이룩할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이를 실현할 장기적인 전략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여러 가지 미래 기술과 사회 요소를 결합해 다양한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특히 고탄소업종이나 감축비용이 매우 높은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항공업 등에 대해서는 정부와 산업계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중간 단계에 대해서도 목표를 명확히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 기구나 미국, EU 모두 2050년 탄소중립에 앞서 2030년 감축 목표를 상향 조정하고 구속력을 갖도록 강력히 추진 중이다. 한국도 2030년 감축 목표를 상향 조정하고 구체적인 로드맵을 작성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정부 계획, 에너지 기본 계획, 전력수급 기본 계획 등도 수정해야 한다.

2050년 탄소중립은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전환 없이는 불가능한 목표다. 정부의 재정적자를 통한 지원정책은 지속가능하지 않고, 기업과 국민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자발적으로 노력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제품의 생산 및 이용 과정에서 배출된 온실가스의 피해를 그 제품 가격에 반영하는 탄소가격화(carbon pricing)를 전면적으로 시행하고, 시장에서 온실가스 감축 기술이 확대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업 및 제품의 온실가스 배출량 정보를 공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투자자와 소비자가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과 제품을 확인하고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녹색기술 경쟁력을 쌓아야 우리 기업이 탈탄소 세계 경제에서 앞서갈 수 있을 것이다. 

※관련기사

과학동아 4월호, '탄소 저감 실패 우려국가' 오명 씻으려면

https://dl.dongascience.com/magazine/view/S202104N038

[이창훈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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