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경기 무료 시청 요구, 오히려 스포츠산업 발전 역행이다

김성진 2021. 4. 24.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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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김성진 기자=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등 해외에서 활약 중인 스포츠 스타들의 경기 중계 시청에 대한 논란이 벌어졌다. 국회의 이들 경기에 대한 무료 시청 요구다.

지난 22일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스포티비가 프라임 채널을 만들어 유료 채널로 전환했다. 손흥민, 류현진 경기를 보는 층은 대체로 젊은 층이다. 유료 방송 활성화는 일리가 있지만, 케이블 채널에 대한 비용도 내고, 별도로 유료채널 비용을 내게 하는 것은 과도한 부담이다”라고 했다.

현재 국내에서 손흥민, 류현진 등의 경기는 중계권사인 스포티비를 통해 시청할 수 있다. 과거에는 공중파 3사가 해외 축구리그, 미국 메이저리그 등의 중계권을 갖고 있었지만, 치솟는 중계권료에 대한 부담과 이에 따른 적자로 인해 손을 뗀 상태다.

스포티비는 손흥민, 류현진 등 관심이 높은 한국 선수들의 출전 경기는 유료 채널인 스포티비 프라임과 스포티비 온,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스포티비 나우에서 중계를 하고 있다. 즉 시청자가 생중계로 시청하려면 스포티비의 유료 채널에 가입해 구독료를 내고 시청해야 한다. 케이블, IPTV 등에 서비스되는 스포티비 채널은 해당 경기 중계의 재방송이 이루어진다.

우상호 의원은 “스포티비가 막대한 중계권료를 내고 독점했기 때문에 상업적인 수단을 생각하는 것은 일리가 있다"고 했지만 “이중적 부담이 가중될 수 있는 상황을 그대로 용인해야 한다는 것은 의문이다"라고 했다. 이에 대해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내용을 파악하고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우상호 의원의 발언 취지는 이해하나 오히려 스포츠산업 발전을 막을 수 있다.

우선 이중 과금이 아니다. 현재 국내 TV 시청 가구의 대부분은 지역 케이블이나 IPTV 업체의 인터넷 서비스를 함께 이용한다. 과거처럼 TV에 안테나선을 연결해 공중파 방송을 시청하는 시대가 아니다. TV 시청을 위해 가입하는 것이 아닌, 인터넷 이용을 위해 가입한다. 기본적으로 가입을 해서 이용해야 하는 환경이다.

오랫동안 스포츠산업과 미디어를 연구한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조성식 교수는 “이중 과금이 아니다. 90% 이상이 인터넷을 기본으로 사용한다”며 유료 채널 시청을 위한 구독은 이중 과금이 아닌 서비스 이용을 위한 지불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우상호 의원은 보편적 시청권을 언급하며 손흥민, 류현진 경기도 이 범주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프로 스포츠를 보편적 시청권의 범주에 넣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 게다가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하려면 공중파에서 중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스포티비는 공중파 방송사가 아니다.

보편적 시청권 개념 및 제도 재정립 방안 연구(2019, 주성희·김현정·노은정)에서는 “무료 지상파 방송 내지는 공적 재원이 직접적으로 투입되는 공영방송의 역할이 보편적 시청권의 보장에서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조성식 교수도 “프로 스포츠의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하려면 지상파가 해야 한다”고 전했다.

게다가 세계적인 추세가 보편적 시청권을 축소하고 있다. 조성식 교수는 “올림픽, 월드컵 정도 외에는 보편적 시청권을 축소해야 한다”며 “향후 방송 시장에서는 보편적 시청권의 의미가 없다”고 했다.

스포츠산업이 발전한 해외 여러 국가는 특정 경기나 대회를 한 방송사가 독점적으로 중계하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다. 거액의 중계권을 구입한 것에 따른 재산권을 지키고 스포츠 및 방송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무료로 독점 중계하거나 유료 서비스를 하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산 후 잉글랜드에서는 2부리그인 챔피언십도 프리미어리그의 유료 중계를 하는 ‘스카이 스포츠’가 유료 중계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한 팬들의 반발이 있지만 ‘스카이 스포츠’는 “티켓 구입을 해서 경기장 가지 않는가”라고 반문하며 유료 중계의 당위성을 밝혔다.

그러나 우상호 의원의 발언은 과거로의 회귀일 뿐이다. 일각에서는 20~30대에서 정부 여당에 대한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만큼 이를 만회하기 위한 생색내기라는 비판도 제기했다.

국내 스포츠는 오랫동안 ‘공짜’라는 인식이 강했다. 영화, 공연은 내 돈 내고 관람하면서 축구, 야구 등 스포츠 경기는 ‘공짜 티켓’을 얻으려 했다.

스포츠 중계도 마찬가지다. 영화, 연극, 뮤지컬, 콘서트 등은 기꺼이 지불하면서 스포츠 중계를 보기 위해서는 단 1원도 쓰려고 하지 않았다. 게다가 포털 사이트에서 스포츠 중계가 중단되자 오히려 비난하는 목소리가 일었다.

방송사는 자선단체가 아니다. 갈수록 스포츠 중계에 대한 광고가 줄어들어 공중파가 손을 떼는 상황에서 유료 채널은 필수적인 상황이다.

우상호 의원이 언급한 젊은 층의 상당수는 영화, 드라마 등을 시청할 수 있는 OTT 서비스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에 적극적이다. 우상호 의원의 말대로라면 이 또한 이중 과금이 아닌가 묻고 싶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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