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만에 다시 정구 스승 만난 정인선 회장
올해 60줄에 접어든 그는 타임머신을 타고 그 옛날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로 돌아간 듯 했다. 최근 중학교 시절 처음 라켓과 인연을 맺게 해준 잊지 못할 은사를 만난 정인선 대한소프트테니스협회(정구) 회장이다.
●1970년대 중반 정구부 사제 관계 첫 인연
정 회장은 1974년 수원 수성중 1학년 때 당시 체육교사였던 신융선 전 경기체고 교장(79)의 손에 이끌려 정구부에 입단했다. 이천농고 정구부 선수 출신인 신 전 교장은 수성중 교사로 일하며 정구부 창단을 주도했다. “흰색 유니폼에 라켓 가방이 너무 멋있어 보여 정구를 하게 됐다”던 정 회장은 1년 6개월 정도 정구 선수로 활동했다.
올해 초 협회장에 당선된 정 회장은 이달 들어 소프트테니스 저변 확대를 위해 전국 주요 지방자체단체 단체장과 연쇄 회동을 갔던 중 염태영 수원시장을 만난 자리에서 정구 인생의 출발점이 된 사연을 전했다. “오랜 세월 연락이 끊긴 은사님을 꼭 다시 만나 뵙고 싶었습니다.” 정 회장은 중학교 졸업 후 대전고를 거쳐 연세대 의대에 입학하면서 반 세기 가까이 신 전 교장와의 연락이 끊어졌다.
염태영 시장의 도움으로 수소문한 끝에 정 회장은 지난 주말 수원 한 식당에서 신융선 전 교장과 뜻 깊은 만남의 자리를 가질 수 있었다. 스승과 제자의 재회는 정 회장이 중학교에 다니던 1970년대 중반 이후 45년 만이었다. 두 사람은 옛날 추억을 더듬으며 애틋한 사제의 정을 나눴다. 신 전 교장은 약속 날짜를 잡고는 옛 제자를 다시 만난다는 설렘에 며칠 동안 잠을 제대로 못 이뤘다고 털어놓았다.
●한 포인트의 소중함 가슴 속에 새겨
정 회장은 “대회에 나갔다가 상대 선수에게 매치포인트에 몰린 상황이었는데 너무 화가 나 마지막 공을 일부러 날려버려 그대로 경기를 끝내버린 일이 있었다. 다음 날 선생님께 눈물이 나도록 혼났다. 그 한 점으로 경기가 뒤집어 질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고 회고했다. 한 포인트의 소중함과 어떤 상황에서도 쉽게 포기해선 안 된다는 가르침을 가슴에 새기는 계기가 됐다는 게 정 회장의 얘기다.
정 회장은 중학교 시절 정구부가 갑자기 해체돼 운동을 중단하게 됐다. 여기에도 감춰진 스토리가 있었다. 신 전 교장이 정 회장과 정구를 치다가 라켓에 얼굴을 맞아 치아를 다쳐 치과 치료를 위해 급하게 병원을 찾았는데 당시 교감이 무단조퇴라는 이유로 정구부를 돌연 해체했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가슴 아픈 일이었지만 이젠 웃지 못할 해프닝처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됐다.
신 전 교장은 “아주 오래 된 아름다운 추억 속에서 사랑하고 예뻤던 제자가 이렇게 자랑스럽고 위대한 모습으로 나를 찾아줘 너무 감격하고 감사했다”며 “행복하고 고마운 마음을 평생 간직하게 해준 제자를 평생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 효자종목 정구 재도약을 위해 다시 손잡아
성형외과 전문의로 활동하던 정 회장은 학창 시절 경험을 살려 서울 광진구에서 정구 동호인 활동을 하면서 다시 라켓을 잡았다. 이를 계기로 서울시 정구협회회장과 실업정구연맹 회장 등을 거쳐 한국 정구의 최고 수장까지 오르게 됐다. 신 전 교장은 은퇴 후에도 경기도체육회에서 생활체육관련 업무에서 자원봉사 활동 등을 하고 있다.
신 전 교장이 정구 선수를 하던 때만 해도 그 인기가 테니스 보다 높았다. 요즘 정구는 비인기 종목 신세지만 아시아경기나 세계선수권에서는 한국 대표팀이 금메달을 휩쓸 만큼 효자 종목이다. 운동 효과가 뛰어난 반면 몸에 무리는 적어 생활 체육 스포츠로도 안성맞춤이라는 평가다. 정구 부흥을 이끌어달라는 스승의 덕담에 정 회장은 “정구는 운명과도 같다며. 재도약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겠다. 선생님도 좋은 조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정인선 회장이 은사를 위해 정성껏 준비한 선물을 전달한 뒤 후일을 기약하며 아쉬운 작별의 발걸음을 돌렸다. 이제 며칠 남지 않은 스승의 날. 두 사람에게는 잊을 수 없는 하루였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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