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페북 '페이퍼컴퍼니' 논란..'국내 대리인' 뭐길래

손인해 기자 2021. 4. 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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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과 페이스북, 애플의 국내 대리인이 사실상 '페이퍼 컴퍼니'로 부실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유명무실한 국내 대리인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체 없는 국내 대리인이 아니라 최소한 본사의 한국법인이 국내 이용자개인정보 유출이나 통신 서비스 안정 의무와 관련한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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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상 '현지 주재 의무 부과 금지'로 연락망 역할 제한
과기정통부도 구글 먹통 땐 정작 본사와 소통..유명무실 지적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페북과 애플, 아마존, 구글 이미지. (사진=AFP)

(서울=뉴스1) 손인해 기자 = 구글과 페이스북, 애플의 국내 대리인이 사실상 '페이퍼 컴퍼니'로 부실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유명무실한 국내 대리인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체 없는 국내 대리인이 아니라 최소한 본사의 한국법인이 국내 이용자개인정보 유출이나 통신 서비스 안정 의무와 관련한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연락망' 역할로 제한된 국내 대리인

국내 대리인 제도는 태생부터 그 한계를 지녔다.

2018년 9월 정보통신망법상 마련된 국내 대리인은 국내에 주소 또는 영업소가 없는 부가통신서비스 제공자 가운데 전년도 매출액이 1조원 이상이거나 정보통신부문 매출액이 100억원 이상인 자를 지정해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가 있는 경우 관련 물품과 서류를 제출하도록 한다.

글로벌 사업자에도 이용자 보호 관련 책임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시작했으나 한·미 FTA상 미국 기업이 한국에 사무실을 두도록 요구하지 못하게 한 '현지 주재 의무 부과 금지' 규정 탓에 역할이 쪼그라들었다.

2012년 3월 발효된 한미 FTA는 서비스 공급 기업이 속한 국가에 대한 내국민 대우 보장과 최혜국 대우, 시장접근 제한조치 도입 금지, 현지주재의무 부과 금지 등 네 가지 의무를 지도록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리인 제도는 FTA상 미국 기업에 우리나라가 법적 구속력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만들어졌다"면서도 "대리인이 실제 업무를 처리한다기보다 본사와 연락해서 한국 정부와 연결하라는 일종의 '콘택트(접촉) 포인트"라고 말했다.

◇ 정부도 이용자 피해 땐 본사와 소통

정작 이용자 피해가 발생했을 땐 국내 대리인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국내 대리인 제도는 정보통신망법 이외에도 전기통신사업법과 개인정보보호법상으로 쪼개져 있는데, 전기통신사업법을 소관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12월 구글 서비스 '먹통' 사태와 관련해 국내 대리인인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가 아닌 구글의 한국법인인 구글코리아를 통해 본사와 소통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지엽적 사안은 국내 대리인을 연락 창구로 쓸 수 있지만 구글 먹통 사태는 워낙 큰 사건이다 보니 구글 본사와 직접 연락을 주고받았다"며 "본사가 나서면 굳이 대리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전기통신사업법과 정보통신망법, 개인정보보호법은 국내 대리인에 각각 통신 서비스 안정 업무와 정보통신망법은 정보통신망법 위반 업무, 개인정보보호 업무를 맡긴다.

전기통신사업법상 국내 대리인은은 이른바 '넷플릭스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상 통신서비스 안정화 방안 의무 마련 대상(구글·페이스북·넷플릭스·네이버·카카오)으로, 구글·페이스북·넷플릭스가 해당한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 뉴스1

◇ 넷플릭스는 한국법인 대리인으로 지정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번에 문제가 된 '한 건물 9개 국내 대리인' 사태는 당연한 귀결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 측에 따르면 구글(디에이전트)과 페이스북(프라이버시에이전트코리아), 아마존(제너럴에이전트), 애플(에이피피에이) 등 9개 국내 대리인이 서울시 종로구의 한 빌딩에 들어가 입점해 있고, 현장에 확인한 결과 직원이 근무하지 않거나 같은 사무실에 여러 법인이 등록돼 있었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등기부등본에도 동 호수가 나오지 않았다"며 "유선전화를 해도 안 받는 등 대부분 제대로 일을 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논란이 된 국내 대리인 법인의 상황을 파악 중"이라며 "3개 법이 3개 기관에 나눠져 있는 만큼 유관기관과 올해 실태 점검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국내 대리인 제도의 실효성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구글코리아처럼 국내 법인이 대리인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법안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실제 넷플릭스의 경우 한국법인인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를 전기통신사업법상 국내 대리인으로 지정했다.

s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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