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옳다?" 프로당구 PBA의 '내로남불'
PBA외 대회 참가규정 '신고제→허가제'로.."선수보호"명분
19년 프로당구 출범때 UMB·KBF '제재'엔 거세게 반발
김영수 총재 "아마대회 출전시 협조" 취임사와도 배치
2시즌만에 기득권화돼 '당구권력'휘둘러..선수는 '뒷전'
세계3쿠션 최상위 기구인 세계캐롬연맹(UMB)과 대한당구연맹(KBF)이 ‘이중등록’과 ‘미승인대회’ 등을 이유로 PBA 참가 선수들을 제재한다고 밝혔다.
PBA와 대한당구선수협의회(이하 선수협)는 즉각 거세게 반발했다. PBA는 선수들의 대회 출전권은 보장돼야 한다며 UMB가 PBA 선수를 제재한다면 대한체육회 제소 등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선수협도 입장문을 발표 “프로선수에 대한 KBF의 등록말소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며 “국가인권위에 기본권 침해 조사 및 구제 신청을 내겠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UMB와 KBF는 PBA에 등록한 선수들에게 무더기 징계를 내렸다. UMB는 110명(男83명·女37명)의 선수자격을 정지시켰고, KBF도 PBA투어에 출전한 369명(男327명·女42명)의 선수등록을 말소했다. 결국 이들은 KBF가 주최·주관하는 국내 당구대회는 물론 3쿠션월드컵 및 세계선수권 등 UMB 대회에 참가할 수 없게 됐다.
그로부터 2년이 흐른 2021년. PBA가 슬그머니 새로운 규정을 내놓았다. PBA 이외 단체가 주최‧주관하는 대회 참가 관련 규정을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꾼 것. 앞으로 PBA 선수들이 다른 단체가 주최하는 대회에 참가하려면 사전에 PBA 승인을 받으라는 것이다. PBA측은 800여명의 PBA 선수를 보호하고 관리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아직까지 ‘신고제→허가제’로 바뀐 PBA규정을 아는 선수들은 많지 않은듯하다. 그러나 이 소식을 접한 선수들은 적잖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또한 당장 5월2일 개막하는 서울당구연맹(이하 서울연맹) 주최 ‘휴브리스배 캐롬3쿠션대회’가 영향을 받게됐다.
서울연맹은 2019년 KBF의 제재방침과 달리, 서울연맹에서 활동했던 PBA선수에게 ‘준회원’자격으로 서울연맹 대회에 출전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김병호 조건휘 오성욱 김보미 등 PBA 선수들이 2019년, 20년 서울연맹 대회에 출전했다. 당시 KBF 소속이던 조재호, 조명우(군입대전) 김민아, 스롱피아비와 PBA 선수간 대결도 볼거리였다.
선수들의 반응도 부정적이다. PBA선수 A는 “선수들 입장에서는 대회가 더 있기를 바란다. 그 동안 서울연맹 대회에 나갔는데 갑자기 왜 승인을 받아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이런 일이 있으면 선수만 피해를 본다”고 말했다.
또다른 PBA선수 B는 “허가제로 바뀌면서 서울연맹 대회에 나가려던 선수들이 눈치를 보고 있다. 상금규모와 관계없이 선수들은 많은 대회에 나가고 싶어 한다. 특히 비시즌에 열리는 대회에 참가하면 실전 감각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런데 일일이 허가를 받고 나가라니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PBA가 밝힌 ‘PBA이외 단체가 주최한 대회’ 기준도 모호하다. 서울연맹이나 경기연맹 등 공적 단체가 주최하는 대회만 해당되는지, 유튜버나 클럽이 주최하는 대회도 해당되는지…. PBA 설명대로 ‘선수보호 및 관리’가 명분이라면, 유튜버나 클럽 등에서 주최하는 대회가 허가대상이 되는게 더 설득력이 있지않을까.
2019년 PBA는 선수를 볼모로 잡는 UMB와 KBF에 적극 반발하며 선수들의 자유로운 대회 선택과 출전 보장을 주장했다. 하지만 PBA는 불과 2년만에 UMB와 KBF의 행동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출범 2시즌만에 ‘작은’ 흥행성공을 거둔 PBA가 벌써부터 기득권층화되어 선수 입장은 뒷전으로 밀려난게 아닌지 의문이 든다.
“프로와 아마단체는 경쟁이 아니라 상생 관계다. 우리는 프로단체지만 기본적으로 선수들이 아마대회에 참가하면 제재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프로선수가 아마대회에 참가한다고 하면 지지하고 협조할 것이다.”
2019년 5월7일 PBA 김영수 총재가 취임 기자회견에서 대회에 밝힌 내용이다.
최근 PBA의 ‘신고제→허가제’ 변경은 김영수 총재의 취임사와도 정면 배치된다. 김영수 총재가 이 같은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건지 의문이다.
PBA는 곧 세 번째 시즌을 맞는다. 그러나 벌써부터 대단한 기득권을 손에 쥔것처럼 ‘당구권력’을 휘두르려는 모습이 눈에 설어진다.[imfactor@mk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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