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Q&A] 원희룡 제친 '제주의 얼굴'..지역화폐 속 여인은?
최악 흉년에 전 재산 털어 백성 구한 진정한 '의인'
[편집자주]'세계의 보물섬, 국제자유도시, 세계자연유산…. 당신은 제주를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 제주는 전국민의 이상향이지만 때로는 낯설게 다가온다. 제주는 지리적 특성상 타지역과는 다른 독특한 풍습과 문화, 제도, 자연환경 등을 지녔다. 뉴스1제주본부는 제주와 관련한 다양한 궁금증을 풀어보고 소개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제주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는 독자라면 제보도 받는다.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제주도를 대표하는 인물은 누구라고 생각하시나요?'
제주도가 지난해 12월30일 발간한 '2020 제주의 사회지표'를 보면 제주도민들은 이 질문에 적합한 인물로 '김만덕'을 가장 많이 꼽았다.
조사 대상인 제주 표본 3000가구 만 15세 이상 가구원의 무려 51.1%가 그렇게 답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19.5%)와 배우 고두심(7.7%), 화가 이중섭(3.2%), 해녀(2.7%), 추사 김정희(2.5%), 설문대 할망(2.5%), 이효리(2.1%), 돌하르방(1.1%) 등은 그 다음 순위였다.
이처럼 제주도민이 사랑하는 김만덕은 누구일까.
김만덕(金萬德·1739~1812)은 조선 후기의 기녀이자 거상(巨商), 자선사업가로, 당시 평민 여성으로서는 유례 없이 역사에 이름을 남긴 인물이다.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의 한 양갓집에서 2남1녀 중 막냇딸로 태어난 김만덕은 12살의 어린 나이에 전염병으로 부모를 여의자 어쩔 수 없이 퇴기의 수양딸로 들어가 그 길로 관아의 기녀가 됐다.
그러나 기녀 생활을 청산하고 싶었던 그는 24살이 되던 해 어렵사리 과거 양인의 신분을 회복하고 객주업에 뛰어들었다. 배가 많이 오가는 제주목 관아 근처 포구에 객주를 차린 뒤 상인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며 물건을 유통하는 중개상 역할을 자처했던 그다.
김만덕은 기녀 생활 때 쌓은 인맥과 빠른 유통 정보 등을 십분 활용해 사업을 개척해 나갔다. 이후 시장은 점점 활기를 띠게 됐고 그렇게 김만덕은 50대에 이르러 단순한 중개상을 넘어 시장을 움직이는 소위 '큰 손'으로 성장하게 됐다.
그러던 어느 날 제주에 최악의 흉년이 찾아온 것이다. 김만덕이 57살이었던 때다. 당시 굶어 죽어가던 제주도민들을 가엽게 여긴 김만덕은 자신의 모든 재산을 털어 육지에서 300석의 쌀을 사들인 뒤 아낌없이 나눠 수많은 목숨을 살렸다.
이 같은 김만덕의 선행은 조정에도 알려져 정조의 칭송을 받았다. 김만덕에게 내의원에 속한 여의 가운데 으뜸인 '의녀반수(醫女班首)'라는 여성 최고의 벼슬을 내릴 정도였다.
김만덕은 이후에도 검소한 생활을 하며 헐벗은 사람에게는 옷을 주고, 굶주린 사람에게는 쌀을 주는 등 7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자선사업에 온 힘을 쏟았다.
김만덕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는 '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 같은 정사를 비롯해 정조의 지시로 체제공이 집필한 총 5권의 '만덕전', 정약용·박제가 등 당대 실학자들의 다양한 시와 문장으로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
김만덕의 기부가 당시 사회에 어느 정도의 반향을 일으켰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만덕의 나눔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주에서는 지난 42년 간 해마다 '만덕제'와 '만덕상 시상식'이 열리고 있다. 지난 2015년 5월에는 김만덕의 객주가 있었던 제주시 건입동에 '김만덕 기념관'이 문을 열었다.
이 뿐 아니라 오는 6월 발행될 제주 지역화폐 '탐나는전' 5만원권 지폐에는 김만덕의 초상이 담긴다.
지난 2007년 우리나라 5만원권 지폐 디자인이 논의될 당시 김만덕의 초상을 담아야 한다는 지역 여론이 크게 일었지만 아쉽게도 국가표준 영정이 없는 관계로 김만덕 초상은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었다.
제주도 관계자는 "'탐나는전' 5만원권 지폐 인물로 조선시대 나눔과 베풂으로 어려운 제주도민들을 도운 제주의 의인 거상 김만덕을 선정했다"며 "2007년 우리나라 5만원 지폐 인물 선정 당시 있었던 아쉬움이 해소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mro12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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