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클레이도 고점대비 반토막..그래도 '토큰 이코노미' 밝다는데

이동우 기자 2021. 4. 24.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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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현정 디자인기자

최근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이 급변동하는 가운데 주요 IT 기업들의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행보가 주목된다. 앞서 카카오와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은 각각 자체 구축한 블록체인 플랫폼을 통해 암호화폐를 출시했다. 미래 먹거리로 '토큰 이코노미'를 지목하고 공격적 확장에 나선 것이다. 일각에서는 대형 IT기업들의 가세가 암호화폐에 대한 과열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카카오 자회사 그라운드X가 만든 암호화폐 '클레이'(KLAY)의 개당 가격은 2100원선에서 거래된다. 전체 발행량인 100억개에 대입하면 총 코인의 가치는 21조원에 달한다. 클레이는 지난해 6월 시초가 개당 180원으로 시작해 지난달 말 5049원까지 올라 시가총액이 50조원에 육박하는 등 당시 카카오 전체 시총(약 43조원)을 추월하기도 했다.

라인이 만든 암호화폐 '링크'(LN)는 현재 개당 약 18만원에서 거래된다. 2018년 시초가 5달러로 책정된 링크의 전체 발행량은 10억개다. 최근 각국 정부의 규제 가능성 등으로 암호화폐 시장이 침체하며 가격이 동반 하락했다.

카카오와 라인은 모두 자체 개발한 블록체인 플랫폼을 통해 암호화폐도 출시했다. 라인은 미국 기반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프론트(BITFRONT)까지 직접 운영 중이다. 카카오는 국내 1위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에 약 22.4% 지분(우회지분 포함)을 보유하는 등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블록체인 생태계 구축하는 카카오·라인…그 안에서 콘텐츠 즐기고 결제까지
한국과 일본에서 나란히 최고의 테크 플랫폼으로 성장한 이들 기업이 암호화폐에 뛰어든 것은 블록체인 생태계 구축 때문이다. 블록체인 기반으로 다양한 플랫폼과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고, 거기에 더해 자신들이 발행하는 암호화폐를 기축통화처럼 사용할 수 있다. 카카오톡과 라인이라는 메신저를 기반으로 누리는 네트워크 효과가 블록체인까지 확대되는 것이다.

그라운드X는 자체 개발한 클레이튼을 공동 운영하는 '클레이튼 거버넌스 카운슬'(Klaytn Governance Council)에 LG전자, 셀트리온 등 각 산업의 주요 기업을 포섭했다. 향후 이들 기업이 블록체인 기반 신규 서비스를 선보일 때는 자연스럽게 클레이튼을 활용하게 된다. 또 지난해 6월 출시한 카카오톡 내 가상자산 지갑 '클립'(Klip)은 지난달 기준 가입자가 90만명을 넘어섰다. 클립 사용자는 게임·쇼핑 등 클레이튼 기반 블록체인 앱에서 얻은 가상자산을 보관하거나 카톡 친구에게 보낼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클레이튼을 기반으로 다양한 자산을 NFT(대체 불가능 토큰)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미술품과 게임 아이템, 비상장주식 투자확인서, 명품교환권 등이 클레이튼에서 NFT로 발행됐다. NFT의 글로벌 거래액은 지난 2월만 3억4000만달러(약 3580억원)를 기록하는 등 급성장 중인 시장이다.

라인 역시 다양한 기업을 자신들의 플랫폼에 참여시키는 것은 물론, 암호화폐를 금융 서비스와 연계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간편결제 서비스 '라인페이'에서 가상자산 '링크'를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희우 라인 테크플러스 대표는 지난 1월 블록체인 세미나를 통해 '링크'가 라인 앱에서 다양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게임과 '메타버스' 연결고리는…암호화폐 광풍 부추겨? "오래전부터 준비"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강남고객센터 / 사진=뉴시스
카카오와 라인 외에도 국내 많은 IT 기업이 블록체인·암호화폐 활용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다날핀테크는 암호화폐 페이코인을 발행하고 주요 편의점과 치킨·피자 프랜차이즈 등에서 실제 결제가 가능하도록 했다. 게임 업계에서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메타버스(Metaverse) 생태계 구축을 노린다.

가상 세계의 아바타를 이용해 일상처럼 생활하는 메타버스 생태계는 게임과 유사성이 크다. 다만 기존 게임에서는 다양한 아이템을 사고 팔아도 이를 현실로 가져오는 것이 어려웠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면 가상 세계에서 이뤄진 경제 활동도 현실 세계로 이어진다. NFT를 게임 내 아이템에 적용해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게임사들은 암호화폐 거래소의 인수에 관심을 두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 개발과의 시너지도 있겠지만, 핵심적인 이유는 막대한 거래 수수료다. 최근 게임사들의 인수 목표가 된 빗썸의 일평균 거래액은 14조원을 넘고, 거래액의 0.05~0.25%의 수수료를 뗀다. 넥슨 지주사 NXC가 빗썸 인수 의사를 드러낸 가운데 위메이드 역시 빗썸 인수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기업들의 행보가 최근 암호화폐 폭등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나온다. 경쟁적으로 투자 계획이나 장기 비전을 밝히며 암호화폐 등락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앞서 다날핀테크가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를 국내 최초로 상용화한다고 밝히자 페이코인 가격이 이틀 만에 30배 가까이 오르기도 했다. 최근 가격이 1000배 급등해 '시세 조종' 의심을 받는 '아로와나토큰'에 한컴위드가 약 10% 지분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기업의 블록체인 행보와 암호화폐 열풍과는 별개라고 진단했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암호화폐연구센터장)는 "지금 코인 가격이 올라서 기업이 편승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지만 기업들의 블록체인에 대한 진출은 오래전부터 이어지던 것"이라며 "현금 대신 디지털 화폐를 사용하는 등 다음 세대의 플랫폼을 준비하는 차원으로,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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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우 기자 canel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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