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억 빌라, 대책 발표이후 1억 올라..서민 주거지 사라지나

양지윤 기자 2021. 4. 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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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만 자극한 공급대책]
후보지 공개이후 분위기 달라져
2월 2,814건서 3월 3,225건으로
3억 미만 저가 빌라 거래량 급증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는
공공재개발 지역도 매수문의 늘어
저층 주거지 공공개발 사업 후보지인 영등포구 신길동 인근 지역./연합뉴스
[서울경제]

#지어진 지 30년이 다 돼가는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전용 36㎡ 소형 빌라는 지난 3월 말 1억 7,500만 원에 손바뀜됐다. 동일한 평형이 올해 초 1억 원을 겨우 넘는 1억 500만원에 거래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불과 몇 달 새 가격이 60% 넘게 상승한 것이다. 노원구 상계동의 전용 39㎡ 크기의 구축 빌라도 ‘2·4 공급 대책’ 직전 2월 초 2억 3,000만 원에 팔렸다가 두 달 만인 3월 말 이보다 1억 원 오른 3억 3,000만 원에 매매됐다.

지난 2·4 대책 이후 매입한 주택이 추후 공공 주도 개발사업으로 지정될 경우 현금 청산 대상이 된다는 정부 발표가 나오자 주춤했던 서울의 빌라 매수세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3억 원이 채 되지 않는 저가 구축 빌라의 경우 2·4 대책 발표 이후 오히려 거래량이 급증했다. 저가 빌라가 많이 팔리면서 3월 서울 전체 ‘빌라(다세대·연립)’ 거래도 이달 22일 현재 4,825건으로 2월(4,422건)보다 9.1% 증가했다. 정부는 ‘현금 청산’ 카드가 대규모 공공개발에 따른 시장 과열을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지만 오히려 빌라 시장만 더 자극 시키는 부작용이 나오고 있는 셈이다.

◇쏟아지는 공공개발, 자극 받는 빌라 시장=정부가 ‘2·4 공급 대책’을 발표하자 빌라 시장은 얼어붙었다. 현금 청산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돼서다. 정부는 이에 힘입어 2·4 대책에 따른 후보지를 잇따라 발표했다. 역세권, 저층 주거지 등을 대상으로 한 도심공공복합개발의 경우 34곳, 7,702가구의 후보지를 공개했다. 이들 대부분의 지역은 노후 빌라촌이 밀집한 주거지역이다.

하지만 3월 들어 서울 빌라 시장 분위기는 달라지고 있다. 오히려 저가 빌라를 중심으로 거래가 늘어난 것이다. 서울경제가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빅밸류에 의뢰해 분석한 올해 가격대별 서울 빌라 거래량 통계를 보면 3억 원 미만 저가 빌라의 거래량이 2월 2,814건에서 3월 3,225건으로 늘어났다. 전체 빌라 거래량을 봐도 2·4 대책 이후에 거래가 더 많이 이뤄졌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를 보면 2월 서울에서 이뤄진 빌라 거래는 총 4,422건이다. 3월 거래량(이달 22일 기준)은 이보다 증가한 4,825건에 달한다. 아직 3월 통계 집계 기간이 남은 만큼 거래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일선 현장에 따르면 빌라 문의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강북구의 한 중개 업소 관계자는 “공공개발 후보지가 발표되면서 사놓으면 언제가 돈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며 “오히려 대규모 공공개발이 빌라 매수 수요를 더욱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공공개발 정식 후보지로 지정되기 전에 팔아도 시세 차익이 제법 나올 것이라는 판단이다.

◇토지거래허가지역도 매수 문의 급증=구축 빌라 매수세는 매매 요건이 까다로운 공공재개발 후보지에서도 포착됐다. 공공재개발은 공공 주도 개발사업과 달리 대책 발표 이후 구매했더라도 현금 청산 대상이 되지 않는다. 다만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되면 ‘토지거래허가지역’으로 묶이는 만큼 실거주 목적이 아니라면 매매가 제한된다. 매매 자체가 어렵지만 ‘재개발이 되면 가격이 오른다’는 심리가 확산하면서 매수 문의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는 것이 현지 공인 중개 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2차 공공재개발 후보지가 포함된 한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도 “워낙 매수 조건이 까다로워 아직 거래 허가가 나온 경우는 없지만 방문 상담과 유선 상담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고 현재 거래허가 검토 중인 건수도 여럿 있다”고 말했다. 거래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가격도 상승하는 분위기다. 국토교통부 실거래 내역에 따르면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서울 외곽 지역에서 저가 구축 빌라의 가격이 불과 한두 달 새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 가까이 뛰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최근 도심 노후 지역에 대한 재개발 사업이 활성화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도심권 노후 빌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이라며 “양극화된 시장구조 속에서 구매력을 갖춘 투자자는 아파트로, 그보다 자금이 부족한 투자자는 빌라를 매수하고 있다. 또 집값이 계속 오르면서 뒤늦게 내 집 마련을 하려는 무주택자 실수요도 빌라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도 “현금 청산 대상이 되려면 소유주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기도 하고 또 주택 정책이 추후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만큼 투자자 입장에서는 가격 상승을 기대하고 매수를 결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y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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