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주값 72% 세금 떼가는 국세청..고시도 몰라 혼선

제주=홍다영 기자 2021. 4. 2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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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밤 제주도 제주시 한 술집.

국세청의 주류거래질서 확립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 제2조 10항에 따르면 주류 경품은 거래 가격의 10%를 초과해선 안 된다.

정확성이 생명인 국세청 담당 공무원이 자신들의 고시를 몰라 오락가락 답변을 한 것이다.

해당 고시는 주류 시장에서 공정한 거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국세청이 시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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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밤 제주도 제주시 한 술집. 술집은 자리가 가득 찼고 시끄러운 음악과 함께 테이블 위에 소주병이 늘어져 있었다. 한 주류 업체는 술집에서 4000원짜리 소주 2병을 마시면 3000원짜리 경품을 제공하는 행사를 열었다. 소주 13병 이상 마시면 1만원에 판매되는 슬리퍼를 줬다. 남성 10여명은 계단 입구에서 입장을 기다리며 장사진을 쳤다. "1시간 넘게 기다린 게 억울해서 소주 한 잔 해야겠다"는 남성도 있었다.

제주에서 소주 경품 경쟁이 난무하며 국세청 고시 위반 논란이 불거졌다. 제주는 5인 이상 집합 금지만 지키면 밤에도 자유롭게 술집에 갈 수 있다. 주류 소비가 회복되는 곳이고 경품 경쟁도 치열하다. 그런데 국세청은 자신들의 고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세청의 주류거래질서 확립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 제2조 10항에 따르면 주류 경품은 거래 가격의 10%를 초과해선 안 된다. 경품 가액은 제조 또는 구입 가격의 25%를 더한 금액으로 규정한다. 여기서 거래 가격을 놓고 기업과 국세청의 해석의 차이가 발생했다.

국세청은 경품에 대해 ‘소비자 판매가’를 기준으로 계산한다고 했다. 예컨대 소주 두 병(8000원)을 마시면 주는 판매가 3000원짜리 경품은 10%인 800원을 넘으므로 고시 위반이다.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그러나 해당 기업은 경품은 ‘거래처 구입가’를 기준으로 계산하며 고시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경품 구입가는 공개하지 않았다.

국세청과 기업의 입장이 달라 국세청 소비세과에 수차례 물었다. 부재중 전화까지 포함하면 주고받은 통화 기록만 15건이다. 국세청은 소주와 경품 모두 판매가를 기준으로 계산하는 게 맞다는 답을 되풀이했다. 담당 부서 뿐만 아니라 대변인실도 "현장 확인을 나간다" "위반 행위가 적발되면 엄정 조치한다"고 했다.

시간이 지난 뒤 국세청은 자신들의 설명이 틀렸다고 해명했다. 말이 180도 바뀐 것이다. 이유를 묻자 지금은 폐지된 공정거래위원회 경품 고시를 꺼냈다. "옛날에 공정위 (경품) 고시로 따질 땐 판매가를 기준으로 계산했는데 국세청 고시가 개정되며 구입가를 기준으로 경품을 계산하게 됐다"는 설명이었다.

정확성이 생명인 국세청 담당 공무원이 자신들의 고시를 몰라 오락가락 답변을 한 것이다. 국세청은 주류 기업 사이에서 저승사자로 통한다. 술을 제조·판매하려면 국세청 면허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소주 제조원가의 72%를 세금으로 매기는 곳이기도 하다.

해당 고시는 주류 시장에서 공정한 거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국세청이 시행 중이다. 국민이 낸 소주값 대부분을 세금으로 가져가는 국세청이 자신이 맡고 있는 고시 하나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데, 주류 시장 질서가 잡힐리 만무하다.

주류 경품 논란은 그간 여러 언론에서 수차례 지적한 문제다. 국세청은 그때마다 "현장 조사를 하겠다"고 답했지만 과연 실제 조사가 이뤄졌는지조차 의문스럽다. 말만 하고 실제로 제대로된 현장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국세청 담당자 스스로 고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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