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약사 탓, 미국 탓 말고 웃돈 주고라도 백신 확보하라

조선일보 2021. 4. 24.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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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정현중 보들 테니스센터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수원시 코로나19 제2호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백신 분주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코로나 백신 부족으로 접종에 속도가 나지 않는 가운데 코로나 확진자는 800명에 육박해 국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다섯 번이나 700명대를 기록하는 등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하루 확진자가 언제 1000명대로 올라설지 모를 지경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 정부가 코로나 대응을 ‘잘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49%를 보여 ‘잘하고 있다’는 의견 43%를 앞질렀다. 코로나 대응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앞선 것은 대구 집단감염 발생 직후인 작년 2월 말 조사에서 긍정 평가 41%, 부정 평가 51%를 기록한 이후 1년 2개월 만에 처음이다. 정부가 코로나 대응을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로는 55%가 ‘백신 확보·공급 문제’를 꼽았다. 정부가 “백신 도입이 늦지 않았다”고 강변하지만 국민은 정부가 백신 확보 문제를 안이하게 판단하고 확보에 실패했음을 꿰뚫어보고 있는 것이다.

정세균 전 총리는 23일 백신 부족 논란에 대해 “너무 성급하게 국민 불안을 조성하는 게 아닌가”라며 “상당히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계약임에도 국민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계약을 제때 했다”고 말했다. 그는 확보한 백신을 미국이 금수 조치할 가능성에 대해 “(계약한 백신을) 가로채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미국이 어떻게 그런 깡패 짓을 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이 정부가 백신 부족을 인정 않고 온갖 남 탓 해온 것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드디어 미국 탓까지 나온 것이다. 지금 어떻게든 백신을 확보하려면 미국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공개적으로 미국 비난을 하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되나. 방역 대신 정부 책임을 다른 데로 돌리는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정 전 총리는 지난 1년 넘게 방역과 백신 확보 문제를 책임져온 사람이다. 주요국에 비해 백신 계약이 늦은 것이 명확한데도 어떻게 ‘제때’ 계약을 했다는 말을 할 수 있는지 어이가 없다.

유럽연합(EU)은 벌써 화이자에 웃돈을 주면서까지 내년·후년에 쓸 백신 9억명분에 대한 계약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불공정 계약이라고 제약사 탓하고, 도입 차질을 우려하는 언론을 탓하고, 거친 표현을 쓰며 미국을 탓할 때가 아니다. 지금은 비상한 수단을 써서라도 일단 충분한 양의 백신을 확보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필요하다면 웃돈을 주고서라도 백신 반입을 앞당겨 코로나 위기에서 탈출하는 것이 국민 생명과 국익을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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