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뉴스 공작 전문가 김어준이 탄압받는 언론인이라니

조선일보 2021. 4. 24.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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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

TBS 교통방송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씨가 다른 방송인의 4~5배인 1회당 200만원의 특혜성 고액 출연료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서면계약서 없이 정식 등급도 아닌 ‘별결(별도 결정)’로 분류돼 출연료 상한액의 2배나 받은 것이다. 출연료 공개를 피해 온 김씨는 감사원 감사가 시작되자 “마음에 안 드는 진행자를 방송에서 퇴출시키려는 것”이라고 했다. 비정상적인 출연료에 대한 정상적 감사인데 마치 자신이 탄압받는 언론인인 양 행세한 것이다.

민주당도 김씨를 감쌌다. 일부 의원은 “김어준은 탁월한 혜안과 천재성을 지녔고 진실에 대한 탐사보도도 압권”이라고 했다. 박영선 전 서울시장 후보는 선거 기간 중 “하나의 언론을 이런 식으로 탄압하는 것은 굉장히 과거 지향적”이라고 했다. 민주당 당권 주자인 송영길 의원은 “김어준 없는 아침이 두렵지 않으냐”고 했다.

김씨는 그동안 근거도 없이 음모론을 흘리고 노골적으로 여권을 편들면서 정치 장사꾼, 정권 나팔수처럼 행동해 왔다. 그는 2016년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를 일부러 침몰시킨 뒤 항적 데이터를 조작했다는 ‘고의 침몰설’을 주장했다. 이런 황당한 내용의 영화를 제작해 44억원 넘는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8차례에 걸친 수사·조사 결과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가짜 뉴스로 돈까지 번 것이다. 김씨는 이번 서울·부산시장 선거 때 익명의 제보자 5명을 잇달아 출연시켜 90분 내내 야당 측 반론도 없이 야당 후보들을 공격했다. 공영방송에서 전례가 없는 선동 방송이었다. 작년 총선 때는 여권 지지층을 향해 “압도적 다수당을 위해 밭을 갈아라”라고 했다.

백신 부족 사태엔 “화이자의 마케팅에 넘어갈 이유가 없다”고 했다. 장자연 사건과 관련해 윤지오씨를 출연시켜 희대의 ‘후원금 사기극’을 벌일 수 있게 해줬다. 조국 전 장관 딸을 불러 “표창장을 위조한 적이 없다”는 거짓 주장을 펴도록 했다. 추미애 전 장관 아들의 휴가 특혜에 대해선 익명의 카투사를 출연시켜 제보자 현모 병장을 거짓말쟁이로 몰았다. 하지만 현씨 주장은 모두 사실이었다.

김어준의 ‘뉴스 공장’은 사실상 ‘뉴스 공작소’였다. 정권을 돕기 위해 가짜 뉴스로 국민 눈을 속이는 데 조금도 주저함이 없었다. 같은 시간대 프로그램 중 모든 지표에서 최저 점수를 받았다. 그런데도 여권은 그를 정의로운 인물, 탄압받는 언론인인 것처럼 감싸고 있다. 그의 뉴스 공작이 그만큼 절실하다는 뜻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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