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탈원전 정부의 섣부른 '2050 탄소중립'이 한국 발목 잡게 될 것

조선일보 2021. 4. 24.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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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화상으로 열린 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시스

세계 기후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말 유엔에 제출했던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올해 안에 더 상향할 것이고, 향후 신규 해외 석탄발전소에 대한 공적 금융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은 2030년까지 2005년 배출량의 절반 수준까지 줄이겠다고 선언한 걸 비롯, 일본 캐나다 영국 등 주요 서구 선진국도 크게 강화된 배출 감축 약속을 내놨다. 반면 중국 인도 러시아 등은 새로운 감축 약속을 내놓지는 않았다.

기후 붕괴는 백신 같은 해결책도 없고, 한번 찾아오면 장기간 세계의 에너지, 경제, 안전을 뒤흔들 수 있다. 그러나 세계적 공동 보조를 이끌어내기 어려운 사안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의 기후 리더십을 복원하겠다고 40국 정상을 불러 모았지만, 미국은 클린턴이 체결한 교토의정서를 부시가 걷어차고 오바마가 합의를 이끌어낸 파리협약을 트럼프가 파기한 일이 있다. 중국은 “미국이 자기들 마음대로 무단 결석했다가 수업에 다시 들어오면서 무슨 영광스러운 복귀인처럼 처신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한국은 굉장히 난감한 상황이다. 철강, 화학 등 중공업 위주의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 비중이 커서 배출 감축은 상당한 출혈이 뒤따를 것이다. 배출량도 줄곧 증가 경로를 밟아왔다. 1인당 배출량이 연 14t으로 EU 7.4t의 거의 두 배에 가깝다. 국제사회에서 ‘기후 악당’ 소리까지 들을 정도였다. 그런데도 느닷없이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10월 ’2050 탄소 중립'을 선언해버렸다. 유럽, 미국 등은 40~60년을 시야에 두고 서서히 밟아가는 ‘배출량 0’ 경로를 우린 30년 내에 이뤄내야 한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내 탈원전을 고수하고 있다. 신재생 에너지 확대를 주장하지만 국토가 좁고 햇빛이 세거나 바람이 풍부한 여건도 아니다. 실질보다 포장을 중시하는 대통령이 구체적인 로드맵에 대한 검토 없이 거의 달성 불가능한 ’2050 탄소 중립'을 국제사회에 선언해버려 산업계와 후속 정부들을 곤경에 빠뜨린 상황이다. 다음 정부가 들어서면 탈원전 정책부터 폐기한 후 탈탄소를 향한 가능한 방안에 대한 근본 재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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