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안 가는 'GTX-D' 노선..수도권 서부 주민들 "국민 무시한 발표"

최승현 2021. 4. 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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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권 광역급행철도(GTX-D) 노선이 김포와 부천을 잇는 노선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커지자 주민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경기 김포시 한강신도시 일대. /이선화 기자

경기·인천 제안 '쏙'…한국교통연구원 "예산 문제 때문"

[더팩트ㅣ최승현 인턴기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D노선이 김포~부천 구간만 연결짓기로 가닥을 잡자 수도권 서부 지역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당초 김포·영종·검단·청라 등의 지역 주민들은 서울 강남까지 바로 연결되는 노선을 고대했다.

◆ "강남 연결될 줄 알았는데…" 수도권 주민 불만 폭주

한국교통연구원(연구원)은 22일 온라인 공청회를 열고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안(2016∼2025년)을 발표했다.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은 향후 10년간 철도망 구축의 기본방향과 노선 확충계획 등을 담고 있는 중장기 법정계획이다.

이날 공청회에서 이목을 끈 건 단연 신규 서부권 광역급행철도인 GTX-D 노선이다. 앞서 GTX-D 노선 계획이 불투명해 여러 전망이 불거졌고, 경기 서부권 주민들의 경우 GTX-D 노선이 강남으로 직결되리라는 희망도 품었다.

그러나 정부는 서부권 주민의 기대와 달리 GTX-D 노선을 김포 장기부터 부천종합운동장까지만 잇기로 결정했다. 일전 인천시와 경기도가 건의한 노선에서 많이 축소된 계획이다. 경기도는 김포~부천~서울남부~하남을, 인천시는 인천국제공항~청라~검단~계양~부천을 잇는 Y자형 노선을 제안해왔다.

기존 계획보다 노선이 축소된 까닭은 예산 때문이다. 연구원은 "지자체가 제안한 노선은 상당히 길다. 제안대로 노선을 건설하려면 10조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며 "이 사업을 밀어붙일 경우 다른 사업을 진행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강남까지 노선을 확장한다면 수도권 집중이 심화될 우려도 있다"며 "현재로선 김포~부천 구간만 신설하는 것이 타당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서부권 주민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온라인 공청회 당시 채팅방에는 즉각 "김포 주민 대부분이 서울로 출퇴근하는데 부천으로 가는 노선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 "지역균형발전을 한다면서 왜 김포는 제외되나" 등 주민들의 불만이 폭주했다.

공청회가 끝난 직후에도 각종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GTX-D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는 글이 수차례 올라왔다. 한 커뮤니티 이용자는 "김포시민 대다수가 서울로 매일 출퇴근하고 있다"며 "꼭 강남이 아니더라도 신도림, 용산 등 서울로만 연결이 됐더라도 시민들이 화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청회가 끝난 다음날인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GTX D노선 축소검토에 대한 이의제기'라는 제목의 청원도 게시됐다. 청원인은 "경기도가 제안한 GTX-D노선은 김포한강신도시에서 강남을 거쳐 하남까지 이어지는 노선으로 예상 사업비는 5조9000억 원"이라며 "이번 공청회에서는 GTX-D노선의 서울 직결에 마치 10조 원 가량이 들어가는 것처럼 과장했다. 이는 국민을 우롱하는 행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유사한 내용의 GTX-D 노선에 대한 청원은 지난 15일에도 올라온 바 있다. 이 게시물은 23일 오후 3시 기준 2만5000명이 넘는 동의를 얻었다.

한국교통연구원이 22일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안을 발표한 가운데, GTX-D 노선을 두고 이의를 제기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 캡처

◆ 사라진 집값 상승 기대감…주민들, 피켓 시위 예고

주민이 반발하는 이유는 결국 집값의 문제로 추정된다. GTX-D 도입을 통한 집값 상승 효과를 볼 수 없다는 상대적 박탈감이 반발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1일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GTX-C노선 정차 기대감이 있는 경기 의왕시와 안산 단원구 집값은 각각 2.90%, 2.34% 상승했다. 인천의 경우 GTX-B노선이 지나는 연수구(3.24%)와 서구(1.43%)를 중심으로 올랐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GTX 도입에 대한 기대 심리, 교통 개선 여지로 김포, 동탄 등 수도권 전체에서 집값이 상승하고 있다"며 "김포는 대표적인 주거 지역인데, 교통 노선이 축소됐다는 건 주거 지역으로서 매력도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천 검단과 김포 한강 신도시 주민들은 정부 입장을 규탄하는 단체행동에 나설 예정이다. 인천 검단·한강신도시 연합회는 23일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공청회를 통해 발표된 GTX-D노선은 서부지역 주민의 목소리를 철저히 무시한 발표"라며 "오는 28일 각 신도시 연합회와 함께 국토부 앞에서 피켓 시위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편, 국토부는 GTX-D 사업 외에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기존 노선을 연장하고 신규 광역철도를 건설할 계획이다. 이는 신도시 개발, 인구증가 등에 따른 교통 개선을 위한 목적이다. 연구원에 따르면 수도권 광역철도 도입 효과로 △김포~부천 69분→15분 △남양주~강동 64분→14분 △오산~용인 46분→24분 △고양~용산 45분→25분 △고양~은평 38분→21분 등으로 수도권 내 이동이 단축된다.

연구원은 이번 공청회에서 제시된 의견을 반영해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수립 연구 최종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최종안을 토대로 관계기관 협의, 국토계획평가, 철도산업위원회 심의 등 절차를 거쳐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을 올해 상반기 중 확정·고시할 계획이다.

shc@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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