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강성 지지층 반발에 '종부세 완화' 주춤

이슬비 기자 2021. 4. 23.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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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4·7 재·보궐선거 주요 패인(敗因)으로 꼽히는 부동산 정책 수정을 검토하다가 핵심 지지층의 반발에 부딪혀 주춤하는 모습이다. 특히 종합부동산세 완화 주장에 대해 23일 당내에서 “입 닥치라”는 격한 말까지 나왔다.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정책위는 이날 “1주택자 종부세 완화,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 검토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당 내부는 물론, 정의당, 친여 시민 단체까지 일제히 반발하면서 부동산 규제 완화가 없던 일이 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는 이날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연수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사무실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만나 “현재까지 우리 정부가 유지해 온 원칙이 있다”며 “원칙을 쉽게 흔들어버리면 부동산 시장 전체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여당 내 종부세 완화론에 제동을 건 것으로 해석됐다. 국회 국토위 소속 소병훈 의원은 당 일각의 종부세 완화 요구를 겨냥해 “더 이상 부동산과 관련해 쓸데없는 이야기는 입을 닥치시길 바란다”며 “부동산 문제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 어렵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했다. 소 의원은 “대한민국은 5200만의 나라다. 52만의 나라가 아니다”라고도 했다. 올해 1월 기준 종부세 부과 대상인 공시가격 9억원 초과 공동주택은 전체의 3.7%인 52만4620호다. 이 가운데 약 79%(41만2970호)가 서울에 몰려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에서도 서울·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13년째 유지되고 있는 고가 주택의 기준을 올려 종부세 부담을 줄여주자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지방 의원들과 친문 강성 지지층 등은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지방 출신 의원은 “종부세가 왜 문제인지, 왜 이것 때문에 선거에서 졌다고 하는지 나는 모르겠다”고 했다. 진성준 의원도 이날 “극소수에만 부과되는 것이 종부세인데 이것 때문에 선거에 졌다는 것은 잘못 진단하는 것”이라고 했다. 전당대회에서 친문 지지표가 필요한 당 대표 후보들도 종부세 완화 신중론으로 돌아섰다. 홍영표 후보는 애초 종부세 부과 기준을 현행 공시지가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높이는 것에 긍정적이었다가 이날 “지금은 반대다. 선거 이후 성급하게 바꿀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실소유자의 주택담보대출(LTV)을 90%까지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던 송영길 후보는 종부세 완화에 대해 “신중히 볼 필요가 있다”고 했고, 우원식 후보도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지도부도 ‘종부세 완화’를 철회하는 분위기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정의당 여영국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부동산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준다는 얘기는 공식적으로 나간 적이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이날 “일부 언론이 보도한 ‘1주택자 종부세 완화 및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를 검토키로 했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공지했다.

당내에선 “무엇보다 부동산 정책 수정을 꺼리는 청와대 기류가 반영된 것 아니겠느냐”는 얘기가 나온다. 세제 완화가 서민 주택 보유자나 무주택자의 반발을 살 수 있고, 무엇보다 임기 말을 떠받치고 있는 핵심 지지층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민주당은 당내 부동산특별위원회에서 종부세 완화를 비롯한 기존 부동산 정책의 보완책을 마련 중이다. 종부세는 매년 6월 1일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해 부과하기 때문에 올해 종부세 감면을 위해선 늦어도 5월 중에는 관련 입법을 마무리해야 한다.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5월 중 입법이 쉽지 않아 보인다”며 “여권 내부 이견으로 국민에게 혼란만 주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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