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포수 양의지가 또 친정팀에 당했다

장민석 기자 2021. 4. 23. 23:1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두산 대주자 안권수, 양의지 피하는
절묘한 슬라이딩으로 명장면 연출
두산 안권수가 절묘한 슬라이딩으로 NC 포수 양의지를 피해 득점에 성공한 뒤 세이프 모션을 취하고 있다. / 최문영 스포츠조선 기자

2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두산이 2-0으로 앞선 7회말 팬들의 탄성을 자아내는 장면이 나왔다. 1사 2루 상황에서 김재환이 땅볼을 쳤다. 수비 시프트를 걸었던 NC는 2루수 지석훈이 깊은 타구를 처리해 1루로 던져 아웃시켰다.

그런데 그때 대주자로 2루에 있던 안권수가 3루를 돌아 홈으로 과감하게 파고들었다. NC 1루수 이원재가 다급하게 홈으로 공을 뿌렸다.

타이밍으로는 아웃이었다. 하지만 두 팔을 쭉 뻗어 홈으로 들어가던 안권수는 순간적으로 왼팔을 접으며 NC 포수 양의지의 태그를 피한 뒤 오른손으로 홈 베이스를 찍었다. 신기의 슬라이딩이었다. 엉겁결에 당한 포수 양의지는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NC는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지만 결과는 세이프. 두산을 5대1 승리로 이끈 결정적인 장면이었다.

작년 8월 2일 NC전에서 센스 있는 주루 플레이로 득점에 성공한 최용제. 그에게 허를 찔린 양의지는 최용제의 광주 진흥고 선배다. / 연합뉴스

이 장면을 보고 자연스레 떠오른 순간이 있었다. 지난해 8월 2일 두산과 NC의 잠실 경기다. 당시 두산 포수 최용제는 4-4로 맞선 연장 12회초 선두 타자로 나와 중전 안타로 기회를 잡았다.

박건우가 2루타를 쳤고, 최용제는 있는 힘껏 홈으로 내달렸다. NC의 중계 플레이가 잘 이뤄지며 최용제는 홈에서 아웃될 타이밍이었다.

여기서 최용제의 재치가 빛났다. 그는 NC 포수 양의지가 막아선 홈 플레이트 앞에서 갑자기 멈춰 섰다. 예상치 못한 동작에 양의지가 옆으로 쓰러졌고, 최용제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왼발을 쭉 뻗어 홈 플레이트를 터치했다. NC는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지만, 완벽한 세이프였다.

당시 최용제는 “홈으로 뛰고 있는데 공이 오는 소리가 들렸다. 슬라이딩을 하면 아웃될 것 같아 쉽게 죽지 않으려고 일단 멈췄다”며 “의지 형이 중심을 잃은 것을 보고 왼발을 내밀었는데 운 좋게 득점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두산에서 주로 2군 포수로 뛰었던 그가 한 팀에서 우상처럼 따랐던 고교 선배(광주 진흥고)이자 국내 최고 포수 양의지의 허를 찌른 장면이었다.

두산 안권수가 재치 있는 슬라이딩으로 득점을 뽑아내는 장면. / 연합뉴스

그리고 1년이 흘러 이번엔 안권수가 양의지를 농락하며 결정적인 득점을 얻어냈다.

2020시즌 2차 10라운드 99순위로 두산에 지명된 안권수는 일본 야구 팬들에게 ‘팔굽혀펴기 왕자’로 잘 알려진 선수다.

사이타마현 출신의 재일교포 3세인 안권수는 와세다실업고 재학 시절인 2010년 고시엔(甲子園·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대회에서 4할 타율(15타수 6안타)로 팀을 4강까지 끌어올렸다. 당시 부드러운 타격을 위해 팔 힘을 뺀다며 대기 타석에서 ‘푸시 업’을 하는 모습이 포착돼 ‘팔굽혀펴기 왕자’로 불렸다.

이후 일본 독립리그와 사회인리그에서 뛰면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안권수는 두산에서 지난 시즌 타율 0.270, 3타점을 기록했다. 지난 1월엔 일본 아이돌 출신 미야타니 유에와 결혼했다.

올해도 주로 대주자·대수비 요원으로 나서는 그는 23일 NC전에서 쉽게 잊히지 않을 명장면을 만들어냈다.

안권수는 경기 후 “2루에서 상대 수비 위치를 확인한 뒤 여차하면 홈까지 대시하겠다고 마음 먹었다. 불규칙 바운드 등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기 때문”이라며 “3루로 향해 뛰는데 코치님이 팔을 돌리셔서 자신있게 홈까지 달렸다. 아웃 타이밍이었지만 볼이 날아오는 것을 본 순간 상대에게 왼손을 보여주고 오른손으로 승부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