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윤호중의 부적절한 사과

박창억 2021. 4. 23.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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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는 관계 회복의 열쇠이자 갈등 조정의 수단이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진정한 사과의 조건은 '하지만' '다만' 같은 변명을 붙이지 마라, 무엇이 미안한지 구체적으로 표현하라, "내가 잘못했다"라고 명확히 말하라, 보상 의사를 밝혀라,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 등이다.

무엇을 진심으로 사과하는지 언급하지도 않는 등 장소·형식·내용 모두 부적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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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는 관계 회복의 열쇠이자 갈등 조정의 수단이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진정한 사과의 조건은 ‘하지만’ ‘다만’ 같은 변명을 붙이지 마라, 무엇이 미안한지 구체적으로 표현하라, “내가 잘못했다”라고 명확히 말하라, 보상 의사를 밝혀라,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 등이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 에런 라자르에 따르면 “제가 어떤 잘못을 했건 사과드린다”(애매한 인정), “본의 아니게 잘못이 있었다”(수동적 표현), “만약 제 실수가 있었음이 드러난다면…”(조건부 사과) 같은 표현은 금물이다.

진정성 있는 사과는 감동을 준다.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가 1970년 12월 7일 폴란드 유대인 위령탑 앞에서 비를 맞으며 나치의 반인륜 범죄에 대해 무릎 꿇고 참회한 모습이 ‘가장 위대한 사죄’로 불리는 이유다. 2019년 12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사과도 진정한 사과의 전형으로 꼽힌다. 메르켈 총리는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강제수용소를 찾아 “독일인이 저지른 야만적인 범죄에 마음 깊이 부끄러움을 느낀다”며 “범죄에 대한 기억은 끝나지 않은 우리의 책임”이라고 사죄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신임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지난 22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방명록에 “선열들이시여! 국민들이시여! 피해자님이여!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고 적었다.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들을 향한 사과였다. 이를 두고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기리는 장소에서 멀쩡하게 살아 있는 성추행 피해자들을 언급한 것도 뜬금없지만, 민주당이 해온 ‘텅 빈 사과’를 반복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무엇을 진심으로 사과하는지 언급하지도 않는 등 장소·형식·내용 모두 부적절했다.

진정성 없는 사과는 화를 부른다. 오 전 부산시장 성추행 피해자는 “저는 현충원에 안장된 순국선열이 아니다. 너무나 모욕적”이라고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당내에서도 “사과에 대해 사과를 해야 한다”(설훈 의원)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은 4·7 재보선에서 참패하고도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것 같다. 윤 위원장의 사과는 얄팍한 사과의 전형으로 두고두고 인구에 회자될 것이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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