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비트코인 광풍, 씁쓸한 뒷면

남혜정 2021. 4. 23.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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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을 하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가보자. 어차피 인생은 한강물 아니면 한강뷰다'라는 말이에요. 비트코인 투자로 크게 한몫 벌면 한강 풍경이 보이는 아파트에서 살 수 있고, 실패하면 한강물에 빠져 죽는다는 뜻이죠. (가상화폐 투자가) 얼마나 위험성이 높은지 알아요. 근데 왜 너도나도 뛰어들까요? 정부는 무작정 규제만 외칠 게 아니라 왜 2030세대가 코인투자에 몰두하는지를 파악해야죠."

두 달 전 비트코인 투자에 처음으로 발을 담갔다는 지인 A(28)씨는 최근 정부의 비트코인 규제에 답답함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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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을 하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가보자. 어차피 인생은 한강물 아니면 한강뷰다’라는 말이에요. 비트코인 투자로 크게 한몫 벌면 한강 풍경이 보이는 아파트에서 살 수 있고, 실패하면 한강물에 빠져 죽는다는 뜻이죠. (가상화폐 투자가) 얼마나 위험성이 높은지 알아요. 근데 왜 너도나도 뛰어들까요? 정부는 무작정 규제만 외칠 게 아니라 왜 2030세대가 코인투자에 몰두하는지를 파악해야죠.”

두 달 전 비트코인 투자에 처음으로 발을 담갔다는 지인 A(28)씨는 최근 정부의 비트코인 규제에 답답함을 드러냈다.
남혜정 산업부 기자
최근 2030세대 비트코인 열풍이 심상치 않다. 투기에 가까운 조짐이 보이자 정부는 규제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9월까지 자격요건을 갖춰 사업신고를 하지 않는 거래소들을 폐쇄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2030세대의 가상자산 투자가 급격히 늘어난 것과 관련해 “하루에 20%씩 오르내리는 자산에 함부로 뛰어드는 게 올바른 길이라고 보지 않는다”면서 “청년들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으면 잘못됐다고 어른들이 얘기해줘야 한다”고 언급했다.

지금 비트코인 시장은 과열화 측면이 분명 있다. 정부의 우려처럼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볼 위험성을 사전에 막을 필요가 있다. 다만, 청년들의 코인 광풍을 투기로 단순하게 정의 내리고 규제로 해결하려는 정부의 인식은 불편하게 느껴진다. 은 금융위원장의 발언은 ‘청년들이 잘못된 길로 가고 있으니 기성세대가 바른길로 이끌어주겠다’란 의미가 담겨 있다. 그러나 ‘한방의 길’로 청년들을 내몬 건 그 기성세대일지도 모른다.

현재 2030세대는 사다리가 없다. 기성세대들은 소위 ‘흙수저’였어도 취업만 하면 안정된 길이 열렸다. 취업해서 대출 받으면 내 집 마련이 가능했다. 현재 청년들은 바늘구멍을 뚫고 취직에 성공하더라도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하다.

집값은 청년을 기다려 주지 않고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 3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0억9933만원이다. 대출을 아무리 받아도 LTV(주택담보대출비율) 40%를 감안하면 6억6000만원가량의 현금이 필요하다. 평생 일해도 모으기 힘든 돈이다. 특히 ‘LH 직원 땅 투기 의혹’ 사태에서 보여준 공공기관 직원들의 불법과 투기는 청년들의 박탈감에 더욱 불을 지폈다.

청년들의 가상화폐 투자는 생존형 투자에 가깝다. 지난해부터 비트코인을 하고 있는 또 다른 지인인 B(30)씨는 “집을 가졌거나 땅에 투자한 사람들이 하루에도 수억원씩 이득을 본다는 기사를 보면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내가 살고 싶은 공간에서 가정이라도 꾸리려면 근로소득만으로는 어렵다. 밤을 꼬박 새우면서 실시간으로 수익률을 확인하는 과정이 괴롭지만, 현재로서는 비트코인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수익성 높은 투자”라고 말했다.

정부에서 지원금, 청년주택 등 청년들을 위한 정책을 마련했지만, 정작 이들이 원하는 것은 자립이다. 청년들은 스스로 열심히 일하면 좋은 집을 살 수 있는 ‘노력한 만큼 보상받는 사회’를 꿈꾼다. 정부는 과도한 투기에 대한 규제와 더불어 청년들이 이런 ‘희망의 사다리’를 밟을 수 있도록 근본적 대책 마련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남혜정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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