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언어보다 정확한 생명체들의 의사소통법 [책과 삶]
[경향신문]
숲은 고요하지 않다
마들렌 치게 지음·배명자 옮김
흐름출판 | 320쪽 | 1만8000원
토끼는 ‘공중변소’에서 의사소통을 한다. 같은 화장실을 쓰며 똥과 오줌으로 소통하는 것이다. 사실 여러 포유동물의 의사소통 수단이기도 하다. 독일 행동생물학자인 마들렌 치게는 프랑크푸르트에서 토끼와 충돌 사고를 겪었다고 한다. 대도시에 웬 토끼? 자연을 인간이 점령하면서 동물들도 시골을 떠나 도시로 향하게 된 것이었다. 사는 곳이 달라지자 도시토끼의 생활 방식 역시 시골토끼와 달라졌다. 시골토끼는 큰 무리를 이루는 데 반해 도시토끼는 작은 무리를 이루고, 낮에도 맘대로 돌아다녔다. 결정적으로 공중변소를 집에서 어느 정도 떨어진 곳에 많이 설치했다. 다른 토끼 집단에게 영역을 알리는 일종의 냄새 철조망이었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정보를 주고받는다.”
<숲은 고요하지 않다>는 생명체들 사이의 활발한 정보 전달을 의미하는 ‘바이오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책이다. 흔히 인간의 의사소통이 우월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정작 일상에선 마주 앉은 사람과도 대화가 엇갈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자연의 생물들은 다르다. 저마다 환경 정보를 받아들이는 여러 대화법을 통해 인간의 언어보다 정확한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책에선 체내수정을 해 알이 아닌 새끼를 낳는 물고기 대서양 몰리부터 천적을 속이기 위해 암호를 발신하는 지빠귀, 특정 주파수에 반응해 방향을 바꾸는 옥수수 뿌리, 눈 대신 세포를 이용해 시각정보를 받아들이는 플라나리아까지 지구상 생물들의 ‘소란스러운’ 소통 기술을 전한다.
생명체의 생존은 같은 공간에 사는 다른 생명체와 얼마나 성공적으로 의사소통하며 조화를 이루느냐에 달렸다. 인간 중심주의를 넘는 놀라운 통찰력을 준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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