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경력 간호사가 말하는 돌봄.."남을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은 특권이다" [책과 삶]
[경향신문]
돌봄의 언어
크리스티 왓슨 지음·김혜림 옮김
니케북스 | 332쪽 | 1만6800원
책의 저자는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소속 간호사로 20년 넘게 일했다. 간호사를 꿈꾸지는 않았다. 해양생물학자의 길을 고민했으나 하는 일 대부분이 ‘플랑크톤 연구’라는 말에 접었다. 수영선수, 재즈트럼펫 연주자, 여행사 직원, 가수, 천문학자도 고려했으나 갈 길이 아니었다. 그 뒤로도 농업전문대학에 들어갔다가 2주 만에 그만뒀고, 관광안내 자격증 과정은 일주일밖에 버티지 못했다.
갈 곳이 없어 숙식을 제공하는 요양원 자원봉사자에 지원한 것이 인생을 바꿨다. “생전 처음으로 뭔가 쓸모 있는 일을 한다고 느꼈다.” 이후 “아픈 아이가 부모를 바라보는 것과 같은 강렬한 눈빛으로 간호사들을 관찰”했다.
간호사로 일한 첫날부터 마지막날까지의 경험을 담담히 전한다. 중환자실에서 시작해 환자의 눈을 들여다보며 상태를 체크하는 일반 병동, 아파서 울 힘조차 없는 아기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는 소아 병동까지 폭넓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간호사 역할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돌봄’이다. 의사가 환자의 아픔을 지식과 기술로 고치고 해결하는 사람이라면, 간호사는 환자가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병세를 이야기해주고, 보호자도 깨닫지 못하는 부분까지 보살피며, 공감과 위로를 전하는 사람이다. 저자는 말한다. “가장 취약한 동시에 의미 있는 타인의 마지막 순간을 목격한다는 건, 그리고 가족이 아닌 남을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다는 건 특권이다. (…) 간호는 돌봄과 연민, 공감을 표현하는 차별 없는 행위이고, 그래야만 한다. 또한 서로 사랑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을 상기해야 한다. 사회에서 가장 연약한 존재를 대하는 방식이 그 사회의 척도라면, 간호라는 행위 자체는 인류애의 척도다.”
홍진수 기자 soo4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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