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기, 방배동 모자사건 그 후

홍혜림 2021. 4. 23.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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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12월 30대 지적장애인 아들이 어머니가 숨진 사실도 알리지 못한 채 노숙을 하다 구조된 일이 있었죠.

그 뒤 이 아들은 장애인 등록도 하고 복지 혜택을 받으며 살고 있는데요.

하지만 ​1년 뒤면 또다시 살 곳을 걱정해야 할 처지라고 합니다.

홍혜림 기자가 아들 최 씨의 자립기 백 일을 동행 취재해, 취약계층 복지제도의 문제점을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뇌졸중을 앓던 엄마가 쓰러지고 용준 씨는 어떡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최용준/방배동 모자사건 아들 : "도와달라고 하려고 갔어요. 진짜 치료비 낼 돈이 너무 없어서 신고는 전혀 못했습니다."]

모자가 12년 동안 살았던 집.

가스, 전기, 수도... 엄마가 손글씨로 남긴 '빈곤의 벽'이 있었습니다.

엄마가 숨지기 전 넉 달간, 한 달 평균 수입 36만 3천 원, 지출은 36만 2천 원이었습니다.

생계, 의료, 주거, 교육 4가지 기초생활급여중 모자는 주거급여만 받았습니다.

이혼한 전 남편과 연락을 끊었지만, '서류상 가족'이 있다는 '부양의무제' 때문이었습니다.

사건 이후 생계급여의 부양의무제는 조건부 폐지됐고, 최용준 씨는 장애인 등록을 마치고, 복지제도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용준씨 뭐 좋은 일 있다면서요?) "네, 복지카드 받았어요."]

["복지카드 최용준, 841.. 장애정도 중증."]

장애인 의료급여로 태어나서 처음 치과진료도 받았습니다.

용준씨는 세상에 홀로설 준비를 합니다.

[최용준 : "엄마! 하늘에 계신 엄마. 용준이가 이렇게 건강하게 돌아왔어요. 가슴도 안 아프게 해주세요. 내가 지금 가슴이 조금 아파요 갑자기."]

하지만 살 곳 구하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주거복지상담사/음성변조 : "영구임대가 대한민국에서 제일, 제일 취약한 분들끼리 다 피터지게 경쟁하는 유형이예요. 몇 년 뒤에 들어갈지 장담을 못하는 거예요."]

1984년생, 지적장애인, 한부모 가정.

용준 씨와 사는 곳만 다른 스웨덴의 올레 씨.

월급과 정부보조금으로 아파트를 얻어 자립했습니다.

[올레 이르빈/지적장애인 : "경제관리인에게 도움을 받아요. 집안일을 도와주는 분도 있고요."]

전 계층을 포괄하는 보편적 복지 토대 위에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보조금 등 선별적 복지 정책이 공존합니다.

올해 우리나라 복지관련 예산은 199조 원.

하지만 기초생활보장제도 등 취약계층 지원에 투입되는 예산은 전체의 10%에 불과합니다.

[오건호/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위원장 : "빈부격차, 불평등사회, 사회적 약자 이렇게 얘기하는데 복지만 보면 특히 복지에서는 그러해야 되는데 가난한 사람들의 복지는 정체돼 있어요."]

KBS 취재 100일째인 지난 12일 용준 씨는 1년 거주만 가능한 발달장애인 자립주택에 입소했습니다.

1년 뒤 거처는 구하지 못했습니다.

KBS 뉴스 홍혜림입니다.

촬영기자:연봉석/영상편집:송화인

홍혜림 기자 (newsho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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