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검사키트, 감염자도 '음성' 나올 수 있어 '방역 혼란' 우려

조형국 기자 2021. 4. 23.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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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2개 제품 시판 허용

[경향신문]

서울대, 두 시간 안에 코로나19 검사 결과 나오는 기기 시연 서울대학교가 23일 자연과학대 주차장에 검체 채취소를 설치하고, 두 시간 안에 검사 결과가 나오는 코로나19 신속분자진단검사를 시연하고 있다. 서울대는 이번주까지 시범운영한 뒤 대면수업 재개를 위해 26일부터 학내에 검사소를 운영할 계획이다. 사진공동취재단
바이러스 양이 많아야 판별
무증상자는 찾아내기 어려워
“유전자증폭 검사 대체 아니다”
건보 적용 안 돼 가격 1만원대
양성 땐 선별진료소 제출해야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가 이르면 이달 말 시중에 유통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품목허가를 하면서 비정확성 탓에 “자가검사키트는 확진이 아닌 보조적 수단으로만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자칫 자가검사 결과만 믿어 방역 현장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유전자증폭(PCR) 검사보다 민감도가 떨어져 무증상자 조기발견이라는 당초 기대에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식약처가 23일 조건부 품목허가한 에스디바이오센서와 휴마시스 제품 모두 전문가 도움 없이 콧속에서 검체를 채취해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검사하는 항원 방식이다. 7~10일 후 약국이나 인터넷 등에서 구입할 수 있다. 공장 출고가가 7000원대여서 소비자가격은 1만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건강보험은 적용되지 않는다.

자가검사키트는 편리하게 감염 여부를 알 수 있지만 체내 바이러스 양이 많아야 양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사용 대상을 ‘코로나19 바이러스 증상자’로 한정한 것은 이 때문이다. 식약처는 “제품 원리와 한계상 바이러스 농도가 낮은 무증상자는 결과를 확인하기 어렵다”며 “무증상자보다 증상이 있거나 역학적 연관성이 있는 사람이 PCR 검사를 하기 어려운 경우 등에 보조적으로 사용한다”고 밝혔다.

품목허가를 받은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붉은색 두 줄은 양성 가능성을, 붉은색 한 줄은 음성 가능성을 나타낸다. 연합뉴스

방역당국이 자가검사 결과와 상관없이 코로나19 증상이 있거나 감염이 의심될 경우 PCR 검사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도 같다. 에스디바이오센서 제품의 경우 제조사가 밝힌 민감도는 82.5%다. 나머지 17.5%는 자가검사키트 에서 음성이 나왔더라도 실제는 양성일 수 있다는 의미다. 휴마시스 제품 민감도는 89.4%다. 식약처는 “검사 결과에 관계없이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을 반드시 준수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자가검사키트는 사용 후 폐기 방법도 감염 여부에 따라 다르다. 양성을 나타내는 두 줄이 나왔다면 키트를 비닐 등으로 밀봉 후 선별진료소 등에 제출해 격리의료폐기물로 처리해야 한다. 음성일 때는 밀봉 후 종량제봉투에 버리면 된다.

방역당국은 자가검사키트를 요양병원·시설 등 검사 대상자가 일정하고 주기적 검사가 가능한 곳에 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한계는 여전하다. 바이러스 양이 적을 때 반복 검사를 한다고 정확성이 높아지지 않는 데다 반복 사용할 경우 비교적 저렴한 항원 방식 자가검사키트의 가격경쟁력도 사라진다.

전문가들은 섣부른 자가검사키트 도입이 방역 역량 낭비, 방역의식 해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자가검사키트를 도입하는 이유는 드러나지 않은 무증상 감염자를 빨리 파악하고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현재 수준의 정확도는 방역당국이 기대했던 당초 취지에 부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홍기호 연세대 의대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위양성(가짜 양성)으로 의료 역량이 낭비되는 것도 문제, 위음성(가짜 음성)이 집단감염으로 이어지는 것도 문제”라며 “검사 편의성만 놓고 방역에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많다”고 말했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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