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불협화음'..당·정·청 갈등 조짐

김상범 기자 2021. 4. 23.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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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완화·법 유지 입장 대립 속
청·주류 "유지"에 당 반발 기류
정권 말기 주도권 다툼 분석도
"조세정책, 단기 요동 땐 무력화"
우왕좌왕에 시장 불안감 누적

[경향신문]

여권에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완급 조절을 놓고 상반되는 의견이 거세게 맞붙고 있다. 서울·수도권 의원들은 세 부담 대상을 좁히자는 규제완화 주장을 내놓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극소수만 내는 세금 아니냐”며 원칙을 유지하자고 반박한다. 4·7 재·보궐 선거 패인을 부동산 정책 실패에서 찾는 건 같지만 해법을 두고 지역구 유주택자들의 ‘조세저항’을 우려한 의원들의 주장과 무주택자들의 주거권을 앞세운 ‘집값 안정화론’이 충돌하는 모양새다. 이면에는 위기에 놓인 당·정·청 관계가 자리한다. 선거 참패 이후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 징후가 나타나면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방어하려는 여권 주류와 치고 나가려는 의원들이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양상으로 읽힌다. 집권여당이 이처럼 우왕좌왕하는 사이 시장의 불안만 커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보선 이후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종부세 완화 목소리가 두드러졌다. 이광재 의원은 상위 1%에게 매겼던 종부세의 원래 취지에 맞게 적용 대상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고, 김병욱 의원은 종부세 부과 기준을 공시지가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높이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민주당 의원 13명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이는 지역구 민심과 맞닿아 있다. 김 의원 지역구인 경기 성남 분당은 고가 아파트가 많아 종부세 대상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계파’ 구분도 무의미하다. 친문 강성으로 분류되는 정청래 의원도 종부세 부담을 줄이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그의 지역구인 서울 마포구도 최근 공시지가 상승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대권주자들도 가세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실거주용에 한해 조세 부담을 줄여줄 것을 주장했고,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부유세가 중산층까지 확장되면 세목 취지와 어긋난다”고 말했다.

반대 목소리도 거세다. 국회 국토교통위원으로 부동산 정책을 주도해온 진성준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는 것은 결국 집값을 못 잡아 서민의 주거권이 심각하게 위협을 당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집값이 올랐으니 세금 부담도 커졌다, 세금 깎아줘야 한다는 논의가 먼저 나오는 것은 앞뒤가 바뀐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원식 당대표 후보도 지난 2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선거 패배의 원인은 집값 급등이지 ‘세금폭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소병훈 의원도 23일 SNS에서 “부동산 문제는 이제야 자리를 잡아간다. 더 이상 쓸데없는 얘기는 입을 닥치길 바란다”고 했다.

악화된 부동산 민심을 두고 ‘조세저항’이라는 주장과 무주택자들의 ‘박탈감’이라는 해석이 부딪히는 모양새다.

이러한 여권 내 파열음을 정권 말 현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임대차 3법 등 부동산 정책과 법안들이 국회에서 여당의 일방 독주로 처리될 때마다 당 일각에서는 “청와대·정부에 국회가 끌려다니는 것 같다”는 불만이 적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의 25차례 대책에도 시장 실패가 이어지자 당과 의원들이 주도권을 쥐려는 움직임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대로라면 지역구 의원들의 재선은 물론이고 정권 재창출도 어려울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청와대와 여권 주류는 불편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청와대는 선거 이후 부동산 대책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여권 주류에서는 정책을 미세 수정하는 건 가능해도 다주택자 규제 등 큰 틀을 바꾸는 세 부담 완화 등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김부겸 총리 후보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현재까지 우리 정부가 유지해온 (부동산 정책) 원칙이 있다”면서 “원칙을 쉽게 흔들어버리면 부동산 시장 전체에 잘못된 메시지 줄 수 있다.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시장에는 불확실성이 누적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준호 강원대 교수는 통화에서 “조세정책은 중장기적으로 봐야 하는 일종의 ‘인프라’ ”라면서 “단기적인 전망에 따라 흔들리면 (집값 안정화) 수단이 무력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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