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사면의 정치학

2021. 4. 23.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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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너희 형제들을 긴히 쓸 날이 있을 것이니 무슨 일이 있어도 버텨야 한다.'

최근 개봉한 설경구 주연의 영화 '자산어보'입니다. 다산 정약용과 그의 형 정약전은 가톨릭 신자라는 이유로 나란히 귀양길에 올랐고, 영화는 척박한 땅 흑산도로 유배 간 정약전의 귀양살이를 그렸습니다.

조선 시대의 귀양살이는 위리안치란 말 그대로 가시 울타리 안에 가둔다는 뜻이지만, 고을 수령의 재량으로 지역 내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었지요.

덕분에 정약전은 현지 어민의 도움을 받아 '조선시대판 해양생물 백과사전'이라고 불리는 '자산어보'를 남길 수 있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직 대통령 2명이 감옥에 갇혀있습니다. 엊그제는 청와대 오찬에 참석한 박형준 신임 부산시장이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건의했고,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석방과 엇물려 말들이 많았죠.

대통령이 말한 사면 조건은 '국민 공감대'와 '국민통합'. 여기서 사면에 대해 3가지 제언을 하고자 합니다.

첫째,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말자는 겁니다. 대통령 말 그대로 '국민 공감대'와 '국민통합' 측면에서만 판단하는 거죠.

둘째, 탄핵과 사면은 별개의 사안으로 다뤄야 합니다. 탄핵을 부정하는 건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과 헌법재판소에서 내린 합법적인 결정을 부정하는 게 됩니다. 그럼 사면에 대한 논점을 흐리게 하고 공연히 국론만 분열시킬 뿐이지요.

셋째, 문 대통령이 말한 '국민 공감대'와 '국민통합'에 덧붙여 '국익'도 고려대상에 넣었으면 합니다.

삼성전자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국가 인프라'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는 반도체 세계 최강 아닙니까. 또 이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우리 정부가 화이자 최고위층을 만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를 때 정부에 화이자 회장을 소개해 협상의 실마리를 열게 했었습니다.

'홍어가 댕기는 길은 홍어가 알고, 가오리가 댕기는 길은 가오리가 안다.'

영화 '자산어보'에서 정약전이 현지 어민에게 흑산의 물고기를 배우면서 듣는 얘기지요. 요즘 말로 하면, 전문가에게 물어보라는 뜻인 듯합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사면의 정치학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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