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가검사키트 도입, 방역 혼선 없도록 대책 촘촘히 세워야
[경향신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3일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2개 제품을 조건부 허가했다. 이날 허가받은 제품은 개인이 스스로 콧속에 면봉을 넣어 검체를 채취한 뒤 약 15분 이내에 결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식약처는 7~10일 뒤 약국이나 인터넷에서 구매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숨은 감염자가 대폭 늘어난 탓에 자가검사키트를 도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섣부른 자가검사키트 허용이 방역 현장에서는 또 다른 혼란을 낳을 수 있다.
자가검사키트 도입 여부를 놓고 그동안 방역당국은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코로나19 감염자 조기 발견에 도움은 주지만, 민감도와 정확도가 낮아 오히려 감염 확산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었다. 코로나19 확진자도 음성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는데, 음성 판정만 믿고 마음대로 돌아다닐 경우 자칫 슈퍼 전파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자가검사키트를 허가하면서 “감염 확진이 아닌 보조적인 수단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선별진료소를 방문해 추가로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키트가 방역 혼선을 부를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등 검사 대상자가 일정하고 주기적 검사가 가능하며, 검사 결과에 따라 후속 관리가 가능한 영역에서 보조적 수단으로 사용이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말 그대로 효과를 낼지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우선 키트로 반복검사를 한다고 해도 바이러스 양이 적을 경우에는 검사의 정확성이 높아지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또 키트 사용 여부를 온전히 개인이나 개별 사업자 자율에 맡길 수밖에 없는데 이 또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사업장과 업주에 따라 키트 도입이 들쭉날쭉하면 방역의 일관성이 떨어진다. 자가검사키트 도입이 시민들의 방역의식을 해이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진자는 23일 0시 기준으로 800명에 육박했다. 해군 함정에서 장병 33명이 집단감염되는 등 도처에서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다. 시민들의 방역 피로도는 높아졌고 백신 수급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49%로, ‘잘하고 있다’(43%)보다 많았다. 한달 전 동일한 여론조사와 비교하면 부정적인 평가가 훨씬 더 많아졌다. 방역 불신은 코로나19 극복에 치명적이다. 자가검사키트가 또 다른 불신의 빌미가 되지 않도록 방역당국은 이 같은 혼선이 일어나지 않게 명확하게 지침을 마련하는 등 후속 조치를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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