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총장 인선에 '대통령 국정철학' 연계한 박범계 법무장관

2021. 4. 23.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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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3일 차기 검찰총장의 인선 기준에 대해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대한 상관성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총장도 행정부 소속이므로 행정 수반인 대통령과 국정철학을 같이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박 장관의 발언은 그 내용은 물론 시기적으로 볼 때 대단히 부적절하다. 박 장관의 발언이 전해지자 당장 친정부 성향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차기 총장으로 앉히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박 장관도 이 지검장의 후보 포함 가능성에 대해 “후보가 누구라는 건 말씀드리기 곤란하다.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추천위) 위원들이 자유롭게 토론해서 압축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여지를 남겼다.

검찰총장의 최고 덕목은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다. 따라서 대통령과 손발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국민의 신뢰를 받아야 한다. 게다가 이번 검찰총장은 임기(2년)의 절반을 다음 대통령과 보내야 한다. 박 장관 말대로라면 내년 새 대통령이 취임하면 검찰총장을 다시 뽑거나, 이번에 뽑힌 검찰총장이 내년에는 자신의 철학을 새 정권에 맞춰 바꿔야 한다. 박 장관 발언이 추천위 개최를 앞두고 나온 것도 예사롭지 않다. 추천위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고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추천위는 법무부 산하기구이지만 법무부 장관의 입맛에 맞는 총장 후보를 내거나 정권의 거수기 역할을 하라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이 지검장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금의혹 사건에서 수사 외압 의심을 받고 있다. 검찰총장 후보로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많다. 박 장관은 민감한 시기에 분란을 자초할 수 있는 언행을 삼가야 한다.

윤석열 전 총장이 지난달 초 사퇴하면서 검찰 수장 공백 사태가 2개월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추천위는 오는 29일 회의를 열고 3명 이상의 검찰총장 후보자를 박 장관에게 추천할 예정이다. 박 장관은 이 가운데 최종적으로 1명을 문 대통령에게 제청한다. 이번 검찰총장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및 경찰과 협의하면서 수사권 조정 작업 등을 마무리해야 한다. 또 안팎으로 조직을 추스르고 내부 비위를 척결해 신뢰받는 검찰을 만들어야 한다. 정치적 중립성 시비 등으로 검찰총장이 중도 사퇴하고 검찰 조직이 흔들리는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 추천위는 오로지 국민의 입장에서 후보를 추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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