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론, 보수 분열에 윤석열까지 잡는다면? 여권이 유연해진 이유

정지용 2021. 4. 23.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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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에서 다시 불을 지핀 '이명박ㆍ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 표정이 묘하다.

지난 1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이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을 제기한 이후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를 둘러싼 엇갈린 의견이 분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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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서울 종로 서울대학교병원에서 퇴원하고 있는 이명박(왼쪽) 전 대통령과 서울 서초 성모병원에서 구치소로 이송되는 박근혜 전 대통령. 연합뉴스, 고영권 기자

국민의힘에서 다시 불을 지핀 ‘이명박ㆍ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 표정이 묘하다. 지난 1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두 전직 대통령 사면을 제안했을 당시만해도 '촛불정신 배신'이라는 내부의 격렬한 비판이 쏟아져, 이 전 대표 지지율까지 기울었다.

하지만 이번에 야당에서 재점화된 사면론은 4·7 재·보궐선거에서 패배한 민주당에 유리한 다목적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선거 승리로 쇄신 목소리가 커진 국민의힘을 비롯해 보수 진영 내부에 분열을 일으킬 수 있는 데다, 야권의 대선주자로 부상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까지 잡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박형준 부산시장과의 오찬 간담회에 앞서 환담하고 있다. 유영민(왼쪽부터) 대통령비서실장, 박형준 부산시장, 문 대통령, 오세훈 서울시장, 이철희 정무수석. 뉴시스

야당발 사면론에 유연해진 與

지난 1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이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을 제기한 이후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를 둘러싼 엇갈린 의견이 분출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결단을 내려달라"(홍문표 의원)거나, "과거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전두환ㆍ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도 이렇게 감옥에 오래 있지 않았다"(김태흠 의원)면서 공감하는 목소리가 나오는가 하면, "사면론은 현재 국민들의 어려움이나 민생과 잘 맞지 않는다"(김웅 의원)면서 반발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지난 20일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의 사면 건의에 문 대통령은 "국민 공감대와 국민 통합에 도움이 돼야 한다”고 했다. 지난 1월 신년기자회견에서 "엄청난 국정농단으로 국민의 고통이나 상처가 매우 크다"고 단호히 거절한 것과 비교하면 누그러진 반응이다. 민주당도 연초 사면론이 제기됐을 때보다 유연한 모습이다. 최인호 당 수석대변인은 23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공감을 전제로 한 사면 논의가 돼야 한다"면서 논의 여지를 남겼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동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뉴스1

야권 분열에 윤석열 잡을 다목적 카드?

민주당이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에 다소 유연해진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사면론이 국민의힘을 친박근혜계와 비박계, 대구ㆍ경북(TK)과 수도권으로 분열시킬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 과정에서 '탄핵 불복론'이 분출하고 이를 고리로 극우 세력이 다시 결집하면, 향후 대선 레이스에서 '중도 싸움'을 해야 하는 민주당에 나쁠 게 없다는 판단이다.

사면론이 '윤석열 대세론'을 흔들 수 있다는 관측도 여권 내부에서는 나온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비위 수사를 주도한 윤 전 총장의 전력이 결국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고 사면론이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사면론이 부각될수록 TKㆍ친박 지지층이 윤 전 총장에게서 돌아서고, 윤 전 총장과 국민의힘의 결합도 어려워지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독주와 독선 등 그간 민주당이 쌓아온 부정적 이미지에서 탈피해 '통합'의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이 차기 국무총리로 ‘통합형 정치인’인 김부겸 전 의원을 지명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정치권에선 TK 출신인 김 총리 후보자가 대통령에 사면을 제안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한 민주당 의원은 "올해 9월 민주당 경선에서 선출되는 민주당 대선주자가 사면을 제안해 대통령이 수용하거나, 대통령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직접 사면을 단행하는 그림도 가능하다"면서 "다만 사면을 위해 필요한 국민 동의를 얻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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