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말 외면하는 정의, 진짜 정의인지 묻고 싶었다"

장병호 2021. 4. 23.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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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 대립과 가치 충돌이 나날이 극심해지고 있는 지금, 정의의 의미를 묻는 연극이 관객과 만난다.

서울시극단 정기공연으로 23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막을 올리는 연극 '정의의 사람들'이다.

감옥에 갇힌 칼리아예프 앞에 나타나는 환상을 통해 시대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정의의 의미를 관객에게 묻는다.

시연회 이후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연출을 맡은 문삼화 서울시극단 단장은 "남의 말을 외면하는 정의가 진짜 정의인지 묻고 싶었다"고 5장의 의미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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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극단 '정의의 사람들' 23일 개막
알베르 카뮈 희곡 현대적 재구성
"정의의 다양성 인정 못받는 현실 반영"
김시유·강신구·신현종 등 출연..내달 9일까지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이념 대립과 가치 충돌이 나날이 극심해지고 있는 지금, 정의의 의미를 묻는 연극이 관객과 만난다. 서울시극단 정기공연으로 23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막을 올리는 연극 ‘정의의 사람들’이다.

서울시극단 연극 ‘정의의 사람들’의 한 장면(사진=세종문화회관)
‘정의의 사람들’은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의 동명 희곡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카뮈의 희곡은 1905년 러시아 세르게이 대공 암살사건을 모티브로 삼아 정의를 위해 혁명에 나서 독재자를 살해한 칼리아예프를 통해 정의를 위한 살인은 정당화될 수 있는지를 질문하고 있다.

서울시극단을 통해 새롭게 탄생한 이번 작품은 원작의 이야기에 일제강점기 안중근 의사의 의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 그리고 촛불과 태극기가 공존하는 광화문 광장을 함께 무대에 올린다. 감옥에 갇힌 칼리아예프 앞에 나타나는 환상을 통해 시대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정의의 의미를 관객에게 묻는다.

개막을 앞두고 진행한 전막 시연회에서는 원작과 다른 결말을 택한 마지막 5장이 가장 눈길을 끌었다. 자신이 죽인 세르게이 대공의 영혼과 마주한 칼리아예프가 자신의 정의가 왜 옳은지 이야기하는 장면이다. 그의 뒤로 그동안 환영처럼 무대에 나타났던 이들이 한데 모여 각자만의 정의를 외친다.

노동, 촛불, 태극기, 페미니즘, 그리고 최근 미얀마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주주의 혁명까지 근현대사의 풍경이 모자이크처럼 겹쳐진다. 정의를 향해 소리를 내던 칼리아예프는 각기 다른 정의를 외치는 이들의 등장으로 존재감이 사라진다. 세르게이 대공이 이들을 향해 내뱉는 “너희들이 떠드는 정의가 대체 뭐냐”라는 대사는 관객을 향한 질문이기도 하다.

연극 ‘정의의 사람들’의 연출을 맡은 문삼화 서울시극단 단장이 23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가진 전막 시연회 이후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세종문화회관).
시연회 이후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연출을 맡은 문삼화 서울시극단 단장은 “남의 말을 외면하는 정의가 진짜 정의인지 묻고 싶었다”고 5장의 의미를 설명했다. 문 단장은 “칼리아예프가 살았을 당시의 정의가 거대 담론이었다면, 지금은 개인마다 각기 다른 정의가 존재하는 것 같다”며 “지금은 다들 자기 주장만 하면서 남의 말은 안 듣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각색을 맡은 김민정 작가는 “원작은 정의라는 이름으로 저지르는 살인은 정당한지에 대한 질문을 담고 있는데, 우리 공연은 여기에 내가 주장하는 것만 정의라는 고민까지 함께 담았다”며 “정의의 다양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시니컬한 현재를 추적하다 보니 지금과 같이 극을 결론내리게 됐다”고 덧붙였다.

주인공 칼리아예프 역은 배우 김시유가 맡았다. 김시유는 “칼리아예프가 여러 인물을 만나면서 흔들리는 신념을 어떻게 잡아야 하지 고민을 많이 했다”며 “한때 치열하게 살았던 청년 칼리아예프를 무대 위에 존재하게 해 관객과 만나게 하고 싶었다”고 연기 주안점을 설명했다.

김시유 외에 강신구, 신현종, 김재건, 구도균, 김강태, 김신기, 김단경, 주성환, 김지원, 최나라 등이 출연한다. 공연은 오는 5월 9일까지 진행한다.

장병호 (solan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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