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의원들은 왜 대법원장 차량에 뛰어들었나

배지현 2021. 4. 23.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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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날'을 이틀 앞둔 23일 아침,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은 아수라장이었습니다.

보수 성향 변호사 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이 주최한 김명수 대법원장 사퇴 촉구 공동선언 행사에 국민의힘 지도부를 비롯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함께한 것입니다.

결국 '김명수 탄핵거래 국민의힘 진상조사단장'인 김기현 의원과 권성동·유상범·정점식·박형수 의원이 김 대법원장과 면담을 하고 나서야 의원들은 여의도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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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현의 보헤미안]정치BAR_배지현의 보헤미안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23일 오전 김명수 대법원장이 탄 관용차를 막아서려고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법의 날’을 이틀 앞둔 23일 아침,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은 아수라장이었습니다. 오전 8시30분, 주호영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를 비롯해 국민의힘 의원 50여명이 모였습니다. 보수 성향 변호사 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이 주최한 김명수 대법원장 사퇴 촉구 공동선언 행사에 국민의힘 지도부를 비롯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함께한 것입니다. 주 권한대행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부의 독립 침해에 스스로 알아서 눕고 있다”며 “조금이라도 양심이 있으면 출근길에라도 차에서 내려 국민의 외침을 들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오전 9시15분께 김명수 대법원장이 탄 차량이 대법원 정문으로 들어섰습니다. 그러자 의원 10여명이 차량 앞으로 돌진해 막아섰습니다. 곧 경찰과 몸싸움이 벌어졌고, 모여든 야당 지지자들과 보수 유튜버들은 김 대법원장에게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경찰의 제지로 차량은 정문을 통과했지만 배현진·배준영 의원 등은 경찰이 설치한 펜스를 넘어갔습니다. 결국 ‘김명수 탄핵거래 국민의힘 진상조사단장’인 김기현 의원과 권성동·유상범·정점식·박형수 의원이 김 대법원장과 면담을 하고 나서야 의원들은 여의도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김기현 의원은 김 대법원장을 만나 조속히 용퇴할 것을 촉구했으나 김 대법원장은 “유감스럽긴 하지만 직을 걸어야 할 일은 아니다”라고 답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도 독설은 이어졌습니다. 주 권한대행은 “1년이 지나도록 130여건이 넘는 선거재판을 한 건도 결론 내지 못하고 재판을 미루고 있다”며 김 대법원장을 죽은 사자 몸에서 사체를 갉아먹는 ‘구더기’에 빗댔습니다.

국민의힘이 김 대법원장의 자진 사퇴 카드를 꺼내 든 건 지난 2월입니다. 사법농단 사건으로 기소됐던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가 김 대법원장과 나눈 대화 녹취 파일을 공개한 게 발단이었습니다. 녹취 파일에는 김 대법원장이 지난해 사직 의사를 밝힌 임 부장판사에게 “국회에서 법관 탄핵 이슈를 띄우는데 사표를 수리하면 내가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는 취지로 말하며 임 부장판사의 사표를 반려한 일이 담겨 있었습니다. 녹취 공개되기 직전까지 이를 부인했던 김 위원장은 정치적 중립 위반 논란과 함께 거짓말을 한 사실까지 들통나며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습니다. 이후 주호영 권한대행를 시작으로 국민의힘은 지난 2월8일부터 김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해 왔습니다.

야당의 입장에서 볼 때 김 대법원장은 ‘문제적 인물’입니다. 국민의힘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을 맡고 있는 김미리 부장판사를 서울중앙지법에 계속 유임시키는 등의 인사 문제, 청와대 울산시장 당선 개입 사건 봐주기 등을 들면서 사퇴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1인 시위도 계속하고, 다음 달엔 ‘김명수 백서’를 발간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국회의원들이 대법원장이 탄 관용차에까지 돌진하는 것은 ‘오버’라는 지적이 당 안팎에서 나옵니다.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법원장의 출근차량을 막아서며 사퇴를 강박하는 거야말로 반헌법적이고 사법부 독립에 위해를 가하는 것”이라며 “술에 취한 것보다 승리에 취하는 것이 더 해로울 수도 있겠구나”라고 꼬집었습니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비판적인 시선이 있습니다. 한 비대위원은 “판사 출신인 주 권한대행이 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김 대법원장에게 직접 항의하는 ‘그림’을 만들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이라고 말합니다. 김기현 의원이 전면에 나선 것도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의 당사자이기도 하지만 차기 원내대표에 뜻을 둔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김 대법원장은 “사퇴할 만큼 잘못하진 않았다”며 계속 버틸 작정인데, 국민의힘은 언제까지 1인 시위를 벌여나갈까요?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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