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벌위장서 주먹다짐까지.. 김원웅 때문에 두쪽난 광복회

원선우 기자 2021. 4. 23.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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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 후손 상벌위 개최
反김원웅·親김원웅파 충돌
상벌위 결론없이 파행
광복회원 김임용(오른쪽)씨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에서 상벌위원회의 언론 공개를 요청하며 취재진과 함께 입장하려다 광복회 관계자들의 제지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광복회가 23일 독립운동가 후손 김임용(69)씨 징계를 위한 상벌위원회를 열었지만 김원웅 광복회장 찬반 세력 간에 충돌이 벌어지면서 파행했다. 광복회는 김씨가 지난 11일 제102주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식에서 김 회장 멱살을 잡는 등 광복회 명예를 실추했다며 징계를 논의하려 했다. 그러나 김 회장에 반대하는 광복회원들이 거세게 항의하면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김 회장의 정치 중립 위반 논란으로 불거진 회원들 간 갈등이 1965년 설립된 광복회를 위기로 몰고 있다.

광복회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 사무실에서 김임용씨 징계를 논의하는 상벌위원회 회의를 소집했다. 광복회 관계자들이 회의장에 입장하려 하자 김씨는 상벌위 회의를 언론에 공개하라며 취재진과 함께 들어가려 했다. 이를 광복회 관계자들이 제지하면서 김씨 측과 욕설이 섞인 고함을 주고받았다. 이 과정에서 양측 간에 주먹다짐도 벌어졌다. 회의장 밖에서도 ‘반(反)김원웅파’ 회원 수십 명이 “김원웅은 자폭하라” 같은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양측 간 대치는 한 시간 가까이 이어졌고 상벌위는 결국 징계 문제를 논의하지 못하고 폐회했다.

11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 야외광장에서 열린 제102주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식에서 김원웅(가운데 한복) 광복회장의 멱살을 잡는 등 거친 항의를 하는 김임용(왼쪽) 광복회 회원을 관계자들이 저지하고 있다. 김임용 회원은 임시정부 입법 기관이었던 임시의정원 의장을 지낸 당헌(棠軒) 김붕준(1888~1950) 선생의 손자로 김원웅 회장의 독단적인 정치 활동으로 광복회 명예가 훼손되고 있다고 주장했다./이덕훈 기자

김원웅 회장에 반대하는 회원들은 이날 집회에서 “정치인 출신 김 회장이 취임 후 정치판의 중심에 서서 순수한 독립 정신을 왜곡하는 돌출 언행으로 회원들의 실망을 넘어 규탄 대상이 됐고, 국민 분열과 회원 편 가르기를 일삼는 게 일상이 됐다”며 “징계를 받아야 할 사람은 김 회장”이라고 했다. 김 회장을 둘러싼 광복회 분란은 김 회장이 지난 1월 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 이름을 딴 ‘최재형상’을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에게 수여하면서 본격화했다. 최재형기념사업회가 “광복회가 상을 가로채 여당 정치인들에게 나눠주며 최 선생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온 것이다. 여권의 ‘친일 청산’ 주장에 동조해온 김 회장에 대해 일부 광복회 지회장도 정관에 명시된 ‘정치적 중립 준수’를 요구하며 반발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지난달에도 더불어민주당 소속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에게 ‘우리 시대 독립군 대상’을 줬다. 이에 반대파 회원들이 김 회장의 친여(親與) 움직임을 두고 볼 수 없다고 거세게 항의하는 과정에서 김임용씨가 김 회장 멱살을 잡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일 이후 저명한 독립운동가 후손들도 김 회장 비판에 나서기 시작했다. 윤봉길 의사 장손녀인 국민의힘 윤주경 의원, 김구 선생 장손 김진 광복회 대의원, 장준하 선생 장남 장호권 전 광복회 서울지부장은 최근 “국민을 편 가르는 김 회장을 더는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자 김 회장을 지지하는 일부 광복회 지부장은 윤주경 의원을 향해 “할아버지 팔아 얻는 반짝이는 금배지 달고 세비나 꼬박꼬박 잘 챙기시라”고 공격했다. 또 광복회 고문변호사가 독립운동가 후손들을 향해 “가난한 환경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했고 온전한 직업을 갖기 어려웠다”고 해 논란을 빚었다. 이 변호사는 윤 의원을 향해 “말을 섞는 것조차 싫다. 혐오다”라고도 했다.

독립운동가 김붕준 선생이 만든 임시의정원 태극기 복제품을 들고 추미애(왼쪽) 당시 법무부장관, 박주민 의원 등과 기념 촬영하는 김원웅 광복회장. / 조선일보 DB

김 회장 문제로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참여하는 광복회 내분이 극에 달했지만 관리·감독 기관인 국가보훈처는 사실상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남우 보훈처 차장은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 회장이 현재까지는 정치적 중립을 규정한 법적 의무를 위반했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현행 국가유공자단체법은 ‘정치 활동 금지’와 관련, “특정 정당의 정강(政綱)이나 특정 공직 후보자를 지지·반대하는 등 정치 활동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 회장의 ‘친일 청산’ 등 구호가 이러한 현행법을 어겼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보훈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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