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 투기로 수백억대 차익 남긴 '가짜 농업법인' 82곳 적발

허위 농업경영계획서로 취득 후 1년 만에 지분 쪼개 되팔아 차익

(수원=연합뉴스) 권준우 기자 = 가짜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하고 싼값에 농지를 취득한 뒤 지분을 쪼개 파는 수법으로 수백억원대의 차익을 남긴 영농법인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농지 [참여연대ㆍ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경기남부경찰청 부동산 투기사범 특별수사대는 농지법 위반 등 혐의로 경기 남부지역 영농법인 82곳에 대해 수사 또는 내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23일 밝혔다.

이들 영농법인은 농지 취득에 필요한 농업경영 계획서를 허위로 작성해 땅을 사들인 뒤 기획부동산의 형태로 토지 지분을 쪼개 판매하는 수법으로 차액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사들인 토지는 주로 용인, 평택, 이천, 여주 등 개발 가능성이 있는 수도권 외곽지역에 집중됐다.

제출한 농업경영계획서가 무색하게도 이들은 토지를 매입한 지 채 1년이 되기 전에 땅을 팔아치운 것으로 조사됐다.

한 영농법인의 경우 2017년부터 최근까지 지자체에 70여 차례에 걸쳐 허위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해 농지를 사들인 뒤 이것을 일반인에게 분양하는 방법으로 100억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챙겨 수사망에 올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사태로 촉발된 부동산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은 이런 수법의 농지법 위반 사례에 대한 첩보를 입수하고, 최근 경기 남부지역에서 토지거래가 있었던 5만여개 법인들의 취득 과정을 모니터링하던 중 이들 82개 법인을 우선 선정해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은 이들 법인이 농지 판매로 거둔 부당이득 규모가 수백억원 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 법인 외에도 단기 차익을 보기 위해 허위 계획서로 농지를 취득하는 사례는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의 구체적인 혐의를 수사하는 한편 다른 유형의 부동산 투기 등으로도 수사 범위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st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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