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차단" "책임 전가".. 공직자윤리법 개정 두고 '당국 vs 교원' 격화

이강진 2021. 4. 23.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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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충돌방지법, 8년 만에 국회 통과 가시화
정부, 공직자 투기 근절 여론에 '전 공무원 재산 등록' 대책 내세워
교원단체 "투기 감시 실패 책임 전가.. 공직자윤리법 개정 철회해야"
지난 22일 김태년 운영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를 계기로 이해충돌방지법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하자 교육계에선 “‘교원 재산등록·부동산 거래 사전신고 의무화’ 등이 담긴 공직자윤리법 개정 논의는 철회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직자의 직무 관련 정보를 이용한 사익 추구를 금지하는 이해충돌방지법에 교원들도 적용되는 데다, 교원은 부동산 개발 정보를 사전에 취득할 가능성 등도 없는 만큼 당정의 공직자윤리법 개정 추진이 부적절하다는 취지다.

공직자윤리법 개정을 둘러싸고 ‘모든 공직자의 투기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당정과 ‘부동산 관련 업무를 하지 않는 데도 잠재적 투기범으로 몬다’는 교원들 간 갈등이 격화하는 모양새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안은 오는 29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전망이다. 2013년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의 일부로 처음 국회에 제출된 이후 부침을 거듭하던 이 법안은 최근 불거진 공직자 부동산 투기 논란을 계기로 8년 만에 국회 통과가 가시화됐다.

이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이해충돌방지법 제정 가능성이 커진 만큼, 앞서 당정이 공직자 투기 근절 대책으로 꺼낸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은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총은 전날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안이 정무위를 통과한 직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적용대상에 국공립 교원과 공무원 공직자가 모두 적용되는 만큼, 교원·공무원의 재산등록·부동산 거래 사전 신고 의무화를 담은 공직자윤리법 개정은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해충돌방지법으로 교원의 직무 관련 정보를 이용한 사익 추구를 금지하는 만큼, 교원을 ‘잠재적 투기범’ 취급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까지 추진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LH 사태로 공직자 투기 근절을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지자 교원을 포함한 전 공무원의 재산등록을 대책으로 내세웠고, 여당은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공직 사회 전반을 향해 드리운 국민들의 불신을 공직자윤리법 개정 등을 통해 일소하겠다는 것이 당정의 목표다. 지금까진 4급 이상 공무원(일부 공직자는 7급 이상)에 대해서만 재산등록이 이뤄져 왔다. 정부는 공직자가 재산을 등록한다고 해서 그 내용이 외부로 공개되는 것은 아니며, 재산등록업무에 종사하거나 직무상 재산등록사항을 알게 된 사람이 이를 누설할 경우엔 처벌받는 만큼 개인 재산 사항이 외부로 공개될 우려는 없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민주당 김회재 의원은 지난 12일 ‘공직자의 부동산 거래 사전 신고 의무화’를 담은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사진=뉴시스
교원단체들은 이 같은 당정의 움직임에 대해 “부동산 투기 예방·감시 실패 책임을 업무상 부동산 관련 정보를 다루지도 않는 교원과 공무원들에게 전가한다”고 보고 있다. 등록 재산이 원칙적으론 외부로 공개되지 않지만, 등록과정에서 학교·교육당국 등록관리자 등이 재산내역을 알게 되므로 사실상 공개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우려와 행정력 낭비·교원 업무부담 가중 등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교총이 지난 13∼15일 유·초·중·고·대학 교원 6626명에게 ‘교원·공무원 재산등록 관련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95.2%가 재산등록 추진에 반대했다. 반대 이유로는 ‘전체 교원과 공무원을 잠재적 범죄자로 매도’(65.4%, 복수응답),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의 책임을 교원·공무원에 전가’(60.9%) 등이 꼽혔다. 교총은 김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에 대해선 “사유재산과 사생활, 개인정보 침해 등 위헌 소지가 분명한 과잉입법”이라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교총은 당정의 공직자윤리법 개정 추진을 막기 위해 조직 역량을 집중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5일부턴 ‘교원·공무원 재산공개 철회 촉구 전국 교원 청원운동’도 진행 중이다. 하윤수 교총 회장은 “이해충돌방지법이 제정되면 공직자윤리법, 부패방지법, 부정청탁금지법, 공무원행동강령 등 공직자윤리 법령만 5개가 된다”면서 “학교는 이미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스승의날 제자가 달아주는 카네이션 한 송이, 커피 한잔도 금지하고 있는데 법령의 중복성과 보여주기식 제도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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