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에서 온 울산 남자, 신형민이 말하는 현대가더비.."우리도 거칠게"

울산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2021. 4. 23.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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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울산 신형민이 지난 22일 울산 클럽하우스에서 개인 훈련을 통해 전북과의 현대가더비로 지친 몸을 회복하고 있다. 울산 제공


축구에서 라이벌전을 의미하는 ‘더비’는 전쟁에 가깝다.

전력의 강약을 떠나 질 수 없다는 선수들의 투지는 때때로 그라운드의 유혈 사태로 이어지기도 한다. 우승을 다투는 구도라면 더할 나위가 없다. 21일 울산과 전북의 101번째 현대가더비가 그랬다.

그라운드의 투사로 불리는 신형민(35)은 0-0 무승부로 끝난 현대가더비 최고의 스타였다. 울산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선수가 승리를 향한 투쟁심으로 리더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신형민은 22일 울산 클럽하우스에서 만나 “울산은 기술이 뛰어난 선수가 많은데, 기술 외적인 부분에선 부족한 게 보였죠. 전 그걸 채워줬을 뿐입니다”고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사실 신형민은 전북과 인연이 깊은 선수다. 그는 2014년 전북 유니폼을 입은 이래 지난해까지 숱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그랬던 신형민이 올해 라이벌인 울산 유니폼을 입은 것도 놀라운데, 친정팀과 거침없는 신경전을 벌였으니 놀랍기만 하다. 자신이 맡은 상대와 몸을 아끼지 않으며 부딪치고, 동료가 위축될 땐 큰 목소리로 싸웠다.

특히 신형민이 옛 동료인 전북 수비수 홍정호와 언쟁을 벌인 대목은 과거 울산에 찾아보기 힘들던 ‘투사’가 등장했다는 찬사가 절로 나왔다.

신형민은 “그라운드에선 과거의 친분은 잠시 잊어야 한다. 서로 승리를 위해 싸우는 무대다. 더구나 전북전은 더비였다. 동료들에게 거친 축구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현대가더비는 지난 몇년간 울산과 전북이 우승을 다투는 양강 구도를 형성하면서 최고의 라이벌전으로 떠올랐다. 그런데 울산은 지난해 현대가더비에서 1무4패로 고전했다.

신형민은 울산이 도련님처럼 얌전한 축구로 고전을 자초했다고 짚었다. 상대가 조금만 거칠게 나오면 위축되고, 선수가 위축되면 경기도 꼬이는 흐름이 반복된 탓이다. 신형민은 “울산이 좋은 축구를 하면서도 전북만 만나면 꼬인다. 강하게 부딪치니 움츠려드는 것이 문제였다”며 “갑자기 포메이션을 바꿀 땐 이상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신형민은 투사를 자처하지만 한 가지 철칙은 갖고 있다. 그는 “거친 축구도 선을 지켜야 한다. 거칠게 상대를 다루면서도 가라앉히는 법도 알아야 한다”며 “이기려고 기싸움을 벌이는 것이지 상대를 다치게 만들면 안 된다. 정당하게 부딪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형민은 현대가더비에서 울산 선수들이 처음 맛봤던 거친 축구가 남은 경기들에서 살아난다면 우승컵도 가까워질 것이라 확신했다. 그는 “우리 선수들이 축구가 기술만 갖고 이길 수 없다는 것만 알면 된다”며 “특히 우리 선수들이 전북에 이런 축구를 보여줘야 한다. 전주에서 맞붙는 다음 맞대결에선 무승부가 아니라 승리를 안겨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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