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의 피아노 음반 뒤엔..언제나 가족이 있었다

오수현 2021. 4. 23.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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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서 둘째 아들 위해
생애 두번째 음반 출시
24일부터 네차례 독주회
"세번째 음반낸다면 아내 위해"
2013년 첫 피아노 음반도
손자·손녀들을 위한 작품
정명훈이 22일 간담회에서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다. 그는 손주와 아들을 위해 앨범 2개를 발매했다. 또다시 음반을 낸다면 아내를 위한 음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제공 = 크레디아]
7년 만에 피아노 독주회를 앞둔 마에스트로 정명훈(68)의 기자간담회가 열린 22일 서울 서초동 코스모스아트홀. 이 자리에서 "한 번 더 피아노 앨범을 낼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정명훈의 두 번째 피아노 앨범이 간담회 하루 전인 지난 21일 발매됐는데, 세 번째 음반 가능성을 묻는 질문이었다.

한참 주저하던 정명훈은 갑자기 피아노 앞에 앉더니 아무 말 없이 열정적으로 피아노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가 연주한 곡은 슈만의 환상곡. 슈만 특유의 시적 상상력과 은유적 표현으로 가득한 걸작이다.

"(음반 프로듀서인) 둘째 아들이 연주활동은 안 하더라도 음반 녹음은 계속하자고 하더군요. 사실 한 가지 생각하고 있는 음반이 있긴 해요."(정명훈) "말씀해 주시면 안 돼요?"(사회자)

"아 좀 창피한데.(웃음) 말해 놓고 안 하면 안 되는데…."(정명훈)

"그렇게 말씀하시니 더 궁금한데요."(사회자) "와이프를 위해 만들고 싶은 음반이 있어요. 아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곡이 하나 있는데 꽤 어려워서 (내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정명훈)

정명훈은 아내가 좋아하는 곡이 무엇인지 밝히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거듭된 요청에 주저하다 결국 슈만 환상곡이라고 말한 뒤 피아노를 연주했다. 연주 후 정명훈은 이 곡을 두고 "차가운 열정"이라고 말했다. 정명훈과 네 살 연상 아내 구순열 씨 간 금슬은 음악계에서도 유명하다. 정명훈은 19세 때 구씨와 연애를 시작했지만, 집안 반대에 부딪혔다. 누나인 첼리스트 정명화의 남편 구삼열 씨가 구순열 씨의 오빠라 겹사돈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명훈은 아랑곳하지 않고 구씨와 교제를 계속했고 결국 6년 뒤 어머니만 참석한 가운데 미국 LA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정명훈이 만약 또다시 음반을 낸다면 이번엔 아내를 위한 음반이 될 것이라고 밝힌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 셈이다.

정명훈은 지난 21일 두 번째 피아노 앨범 '하이든, 베토벤, 브람스-후기 피아노 작품'을 발매했다. 이번 음반을 낸 배경에는 둘째 아들 정선이 있다. 기타리스트이기도 한 정선은 한때 세계적인 음반 레이블 ECM에서 프로듀서로 일했다. ECM은 키스 자렛, 팻 메스니 등 전설적인 재즈뮤지션의 음반을 낸 곳이다. 하지만 정선은 이곳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이렇다 할 작품을 만들지 못하고 나왔다. 그런 정선이 이번 음반에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해 제작을 지휘했다. 프로듀서 정선의 작품 목록 최상단에 오를 만한 작업이다. 한 음악계 관계자는 "이번 음반은 프로듀서 아들에게 기회를 주려는 정명훈의 의도에서 시작됐다"며 "둘째 아들을 위한 부정(父情)이 담긴 음반"이라고 말했다.

사실 정명훈은 음반 녹음을 극도로 싫어한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제가 제일 싫어하는 게 세 가지 있는데, 바로 사진 찍는 것과 인터뷰하는 것 그리고 음반 만드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음반을 만들고 나선 절대 듣지 않는다. 듣는 것 자체가 고통스럽다고 한다.

앞서 2013년 낸 생애 첫 피아노 앨범은 손주들을 위한 작품이었다. 아들 정선이 "손자, 손녀들을 위한 앨범을 만들면 어떻겠느냐"고 하자, 한참 고민하다가 음반을 만들었다. 당시 그는 "피아니스트의 앨범이 아니라 순전히 우리 꼬마(손주)들을 위한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 아이들에게 음악적이고 아름다운 편지를 건네준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 앨범에는 드뷔시의 '월광',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 슈만의 '트로이메라이' 등 소품이 담겼다. 정명훈의 피아노 음반에는 가족을 향한 애틋한 마음이 일관되게 흐르고 있는 셈이다.

정명훈은 1974년 만 21세 나이에 세계 3대 콩쿠르 중 하나인 차이콥스키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2위에 오르며 차세대 피아니스트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이후 지휘자로 전향해 정명훈의 피아노 연주를 들을 기회는 많지 않았다. "피아니스트로 활동 안 한 지 30년이 넘었어요. 하지만 내 첫사랑은 피아노였고, 여전히 사랑하고 있어요. "

정명훈의 독주회는 24일 군포, 27일 수원, 28·3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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