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콘서트 티켓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을까

서정원 2021. 4. 23. 16:4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로코노믹스 / 앨런 크루거 / 안세민 옮김 / 비씽크 펴냄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미국에서 판매되는 콘서트 티켓 평균 가격은 1990년대 후반 이후 빠르게 올라갔다. 1996년부터 2018년까지 소비자 물가는 59% 상승한 데 비해, 콘서트 티켓의 평균 가격은 190%나 뛰었다. 같은 기간 의료비 상승 폭(113%)보다도 훨씬 높고, 204% 상승한 대학교 등록금과 견줄 만하다. 가장 좋은 좌석과 가장 인기 있는 공연은 더 큰 폭으로 올랐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1996년부터 2017년까지 상위 10%에 해당하는 티켓 가격은 218%나 올라 대학교 등록금 상승 폭보다도 컸다.

도대체 티켓 가격이 왜 이렇게 천정부지로 올랐을까. 최근 국역 출간된 '로코노믹스'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우선 국가가 부유해지면서 소비자의 여가 활동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통계에 따르면 스포츠 이벤트, 영화, 연극의 티켓 가격도 물가상승률보다 빠르게 올랐다.

하지만 콘서트 티켓 가격은 여타 엔터테인먼트 이벤트 가격보다도 더 빠르게 올랐는데, 책은 그 이유를 온라인 음악 파일 공유 서비스 '냅스터'의 등장에서 찾는다. 1999년 냅스터 등장으로 파일 공유와 불법 복제가 만연해지며 뮤지션들의 음반 저작권료 수입이 감소하자 대신 콘서트가 주요 수입원으로 부상했다.

예전엔 인기를 얻고 앨범을 더 많이 판매하기 위해 콘서트 티켓 가격을 낮게 유지하는 것이 타당했지만 이제 냅스터 때문에 어차피 앨범은 잘 안 팔리니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냅스터는 음반 업체들 소송으로 2년 만에 서비스를 중단했지만 여파는 계속됐다. 1999년 정점을 찍은 세계 음원 산업 매출은 2015년까지 줄곧 감소했고, 콘서트는 명실상부한 수입원이 됐다.

경제학자들은 음악 산업의 지표들로부터 오늘날 경제의 주요 흐름을 파악하고, 미래의 경제 흐름도 예측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음악 산업은 콘텐츠 산업 중 변화에 가장 민감하고 기술 발전의 영향도 크게 받기 때문이다.

'로코노믹스'는 음악 산업을 통해 규모의 경제, 슈퍼스타 경제학, 가격 차별, 대체 불가능성 등 우리 삶 속에 녹아 있는 경제학 원리를 찾아내 설명해 준다. 음악 산업에서 누가 어떻게 돈을 벌고 있는지, 콘텐츠 양극화 현상은 왜 벌어지는지 등을 알 수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경제자문위원회 회장을 맡으며 '오바마의 경제 교사'로 유명한 경제학자 앨런 크루거의 마지막 저서이기도 하다. 그는 2019년 3월 58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특히 월드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에 대한 분석이 흥미롭다. 책은 그를 경제학 원리를 뼛속까지 체화해 자기 수입을 극대화시키는 데 매우 능한 '경제 천재'로 본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여섯 번째 앨범 '레퓨테이션'을 출시하면서 처음 일주일간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게 했다. 스트리밍 서비스 저작권료 수입이 앨범 판매 수입보다 적기 때문이다. 이 기간 CD 혹은 디지털 다운로드만 구매할 수 있었지만 지불 의사가 높은 팬들은 기다리지 못하고 구매했고, 이런 전략으로 이 앨범은 2017년 가장 많이 팔린 앨범이 됐다. 지불 의사에 따라 시장을 분할하는 '가격 차별'의 전형적 사례다.

또 테일러 스위프트는 티켓 재판매를 최소화하기 위해 티켓을 한꺼번에 팔지 않고 오랫동안 천천히 판매하기도 했다. 스케줄이 불확실하지만 미리 구매한 팬들보다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할 의사가 있고 더 헌신적인 팬들을 공략한 것이다. 이 덕분에 전통적인 티켓 판매 방식을 사용했던 '1989 투어'에서는 티켓의 30%가 재판매 시장으로 흘러간 데 비해, 새 판매 방식을 적용한 '레퓨테이션 투어'에서는 티켓의 3%만이 재판매 시장으로 가며 테일러 스위프트는 수익을 더 챙길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테일러 스위프트는 자신을 돈이 아니라 예술을 옹호하는 사람으로 그리며 장기적 관점에서 평판 관리도 철저히 했다. 2014년 월스트리트 저널에 칼럼을 기고해 음반 아티스트를 옹호하면서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음악은 예술이다. 예술은 중요하고 희소한 것이다. 중요하고 희소한 것은 가치가 있다. 가치가 있는 것에는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

[서정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