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화정이 공개한 좋은 쇼호스트가 갖춰야할 자질은.."신선함"

이영욱 2021. 4. 23.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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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end Interview] 배우·MC·DJ 거쳐 쇼호스트로 변신한 최화정
배우·방송인에서 쇼호스트로 변신해 성공한 탤런트 최화정의 도전은 늘 현재진행형이다. CJ오쇼핑 본사에서 만난 최화정이 세계지도를 배경으로 두 팔을 벌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배우·방송인·라디오 방송 진행자·여성들의 워너비.

방송인 최화정(60)에겐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다. 그는 1979년 탤런트로 데뷔한 뒤 요리, 생활정보 프로그램, 라디오 DJ 등 다양한 분야에 도전해왔다. 다양한 경력을 가진 그에게 몇 년 전 새로운 커리어가 하나 추가됐다. 바로 쇼호스트다. 최화정은 2016년 CJ오쇼핑이 론칭한 대표 라이프스타일 프로그램 '최화정쇼'를 강연희 쇼호스트, 이민웅 쇼호스트와 함께 진행하고 있다. 다양한 품목을 최화정만의 시각으로 풀어내며 시청자들을 만난 지도 벌써 5년이 됐다. 한없이 발랄하고, 통통 튀는 매력을 보여주는 한국 최고의 쇼호스트로 거듭난 최화정을 만나 무대 뒤 이야기를 들어봤다.

―배우·MC·라디오 DJ부터 쇼호스트까지, 이 중 가장 자신 있는 건 어떤 일인가요.

▷딱히 어렵고 쉬운 건 없었지만 연기를 가장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대사를 완벽하게 외워서 NG를 안 냈거든요(웃음).

―그래서 '최화정' 하면 '리타'를 떠올리는 분이 많습니다.

▷감사하게도 연극 리타 길들이기의 초연(1991년), 재연(1994년), 삼연(2008년)에 모두 출연했는데, 그러면서 '리타는 최화정'이란 공식이 생긴 것 같아요(세 번째 출연 당시 40대인 최화정은 20대 리타 역을 완벽하게 소화하면서 '리타는 최화정'이란 공식을 만들어냈다). 삼연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연기를 안 한 지 오래됐고, 다시 연기할 생각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죠. 보통 속편은 성공하기 어렵잖아요. 초연에서 큰 사랑을 받은 작품이라 더 두려웠어요. 거절하려 했는데, 1대 프랭크를 연기한 윤주상 선생님이 무대에 오른다는 말에 용기 내 무대에 섰죠.

―그럼에도 두려움도 많으셨다면서요.

▷참 이상한 게 연기는 알면 알수록 자신감이 떨어졌어요. 아니까 더 무서워지는거 있죠. 최화정 하면 많은 분이 가장 먼저 제 목소리를 떠올리잖아요. 그 튀는 목소리톤이 최화정만의 시그니처인데 그게 부담스럽다는 거였죠.

―특유의 목소리가 부담이셨던건가요?

▷목소리만이 아니었어요. 제 밝은 이미지, 배우로서 발랄한 제 성격을 지적하는 분도 계셨죠. '사랑의 아픔을 겪어봐야 배우가 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연기에 슬슬 겁이 나더라고요. 연기에 이어 시작한 라디오 DJ도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 같아요. 항상 초심을 잃지 말자고 결심합니다. 매일 방송을 하면서 오늘 처음 하는 것처럼만 하자고 다짐을 하곤 하죠.

―'최화정'이란 이름을 걸고 진행한 프로그램도 많았습니다.

▷(손가락을 하나씩 꼽으며) 최화정쇼, 최화정의 파워타임, 최화정의 아침밥상, 최화정의 올리브쇼…. 생각해 보니 제 이름이 붙은 프로그램이 여럿 있었네요. 첫 시작은 1990년대 최화정의 가요광장(KBS)이었어요. 당시만 해도 진행자의 이름을 프로그램에 붙이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MBC의 영향력이 대단했던 시절이었는데, 프로그램 인기도 순위 조사에서 30위권 안에 처음 들어온 KBS 프로그램이 가요광장이었어요. 인지도 있는 진행자의 이름을 붙이면서 프로그램 청취율 조사에서 유리한 결과가 나온 셈이었죠. 그렇게 제 이름이 붙게 되자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최화정이 브랜드라면 이 브랜드를 지켜야겠다'고요. 그러려면 우선 매일 뭔가가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매일매일이 똑같아선 발전할 수 없잖아요.

―쇼호스트를 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우연한 기회로 정식 출연 제안을 받게 됐습니다. 당시 어머니 건강이 안 좋으셔서 고민이 많았을 때죠(홈쇼핑 첫 방송을 한 달 앞둔 2016년 3월 그는 모친상을 당했다). 어떻게 했는지도 모르게 첫 방송을 끝내고 많이 울었어요. 우리 엄마가 이 방송을 보고 있었으면, 딸을 위해 내가 소개한 제품을 많이 사주셨을 텐데. 엄마가 방송을 보고 진짜 좋아했을 텐데 이런 생각이 들어서요.

―'최화정쇼'는 어떤 프로그램인가요.

▷리빙, 뷰티, 식품 등 실생활과 밀접한 상품을 선보이는 '라이프스타일 제안' 프로그램이에요. 2016년 4월 첫 방송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매주 수요일 오후 8시 45분부터 두 시간씩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저와 강연희·이민웅 쇼호스트가 같이 진행하고 있어요. 홈쇼핑이니 단순히 물건을 판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어떻게 보면 토크쇼일 수도 있습니다. 가장 중점을 두는 점이라면 최화정스러운 것을 보여주는 거죠.

―'최화정스럽다'는 건 어떤 의미입니까.

▷'최화정쇼는 라이프스타일쇼.' 이렇게 설명하는데요. 제가 어떤 것을 입고, 쓰는지 이런 것을 시청자들이 궁금해 하기 때문이에요. 저는 침구나 식기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따져보고 고르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제가 직접 제품의 특성을 경험하고, 연구한 뒤 방송에서 소개하는 거죠. 라이프스타일쇼라고 한 건 단순히 제품을 파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스타일과 코디법 등을 함께 제안하기 때문입니다. 타 홈쇼핑과 다른 저희만의 이런 진행 방식이 '최화정스러움'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혼자서는 못했을 거예요.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강연희·이민웅 쇼호스트가 없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까 싶네요.

―생방송 진행 중 아찔했던 순간이 있었나요.

▷돌이켜보면 유쾌한 순간으로 가득한 시간이었습니다. 한번은 방송에서 전동칫솔을 소개한 적이 있어요. 칫솔을 치아에 대면 미세한 진동과 함께 거품이 일면서 이가 닦이는 원리였죠. 칫솔과 함께 치아 모형이 마련돼 있었는데, 제 옆의 진행자가 "이에 한번 대보시죠"라고 하더군요. 칫솔을 모형에 대보란 의미였는데 너무나 자연스럽게 제 치아에 댄 적이 있어요. 다른 일도 있었는데, 전 그릇을 설명할 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쇼호스트는 방송 카메라에 잡히는 손의 각도까지도 계산을 해야 합니다. 접시를 가슴 높이까지 들어 보라는 사인을 받고 앞접시 두 개를 양손에 들었는데 접시가 가슴 위치에 놓이니까 갑자기 분위기가 어색(?)해지더라고요. 다들 빵 터졌죠.

―시식하는 일이 많던데, 이것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제가 먹방 하나는 또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거든요. 한번은 PD님이 막 뭐라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제품을 먹기만 하지 말(설명)을 안 한다고요(웃음). 먹는 건 사실 고역일 때도 있어요. 방송 중 계속 맛있게 먹어야 하는데, 배가 부르면 이게 쉽지 않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맛있게 먹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앞으로는 설명도 좀 더 하려고요. 너무 먹는 것에만 집중하지 않고.

―상품을 잘 소개하는 노하우가 있습니까.

▷다음주에 방송할 제품 생각을 계속 하곤 합니다. 제품을 사용하면서 겪은 에피소드, 경험 등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머릿속에 미리 정리해두죠. 이렇게 머릿속에 차곡차곡 메모를 해 놨다가 방송에서 언급하는 겁니다. 이외에도 이건 소소한 것일 수 있는데, 그날 소개할 제품에 맞춰 의상을 골라요. 가령 식품을 소개해야 한다면 빨간색 체크무늬 옷을 입는 거죠. 빨간색이 식욕을 자극하잖아요. 반대로 파란색은 식욕을 떨어뜨리니 피하는 거죠. 제가 연기를 해서 그런지 모르지만 그날 소개할 제품에 맞출 의상까지도 고민합니다. 로맨틱한 물건을 판매한다면 사랑스러운 옷으로 코디를 하죠. 청포도에서 추출한 성분을 첨가한 화장품을 소개하기 위해 라임색 옷을 입기도 했었고, 줄무늬가 들어간 프랑스 접시 세트를 소개할 때는 주름이 잡힌 옷을 입는 등 사소한 것까지도 신경 쓰려고 노력해요.

―생방송 시 말조심도 해야 한다면서요.

▷홈쇼핑은 심의가 매우 까다로워요. 소위 '아무 말 대잔치'를 할 수 있는 게 아니죠. 멘트 하나에도 상당히 주의해서 해야 합니다. 침구를 예로 들어볼게요. A라는 제품을 설명하는데, 가령 '프리미엄 위의 프리미엄' '세계에서 제일 좋은 제품' 이렇게 소개할 수 있을까요. 근거가 없다면 이렇게 말해선 안 됩니다. 항상 증빙이 필요해요. 그냥 말할 수 있는 게 아니죠.

―좋은 쇼호스트가 갖춰야 할 자질엔 무엇이 있을까요.

▷틀에 박히지 않은 신선함이요. 그러려면 우선 점잖음은 금물이에요(웃음). 전 지루하고 점잖은 걸 좋아하지 않아요. 아이 같은 (순수한) 마음이 필요하니 철도 들면 안 되고 그런 거죠. 여러 가지 면에서 깨어 있어야 합니다. 물론 자신만의 스타일이 필요하고, 정보력도 필수입니다. 아는 게 많아야 하니 공부는 쉼 없이 해야 해요. 매사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요. 우리가 흔히 방송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자질인 순발력, 센스, 유머 이런 건 당연히 다 필요합니다.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덕목이 '지루하면 안 된다'는 것이죠.

―인터넷으로도 살 수 있는데, 홈쇼핑을 봐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홈쇼핑처럼 1~2시간 동안 물건을 설명하는 매체는 없을 거예요. 우린 다들 바쁘게 살잖아요. 예를 들어 밥솥을 하나 사러 백화점을 들르는 것도 큰맘 먹고 해야 하는 일이 됐죠. 홈쇼핑은 한 시간 내내 밥솥 기능에 대해 설명하고, 요리도 보여주고 제품에 대해 자세히 알려줍니다. 물론 홈쇼핑에서 절대 물건 안 산다는 분들도 있겠지만 반대로 마니아층도 있어요. 홈쇼핑을 너무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쇼호스트를 꿈꾸는 사람도 많을 텐데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자신만의 시선이 중요합니다. 한 방송사에서 쇼호스트 오디션 프로그램을 한 적이 있어요. 참가자들이 똑같은 제품을 놓고도 다르게 설명을 하더군요. 어떤 식으로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그 스토리텔링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정형화된, 지루한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호환마마보다 더 무서운 건 무난한 것'이에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최화정에게 '최화정쇼'란.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는 기쁨'이라고 하면 너무 식상한가요. 결국엔 시청자들이 '최화정'이라는 브랜드를 보러 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항상 매력적인 쇼가 돼야겠죠. 최화정만의 매력이 있는 그런 프로그램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일주일에 한 번 온전히 여러분을 위한 시간이니까요(웃음).

▶▶She is…

배우·MC·탤런트·라디오DJ 등에 이어 쇼호스트라는 경력을 추가한 방송인. 1961년 서울에서 태어나 진명여자고등학교를 졸업했다. 1979년 탤런트로 데뷔해 여러 작품에 출연했다. 이후 요리, 생활정보 프로그램, 라디오 DJ 등을 맡았다. 1996년 SBS 파워FM 개국부터 시작한 '파워타임'을 25년째 진행하고 있다. 2016년 4월부터 CJ오쇼핑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프로그램 '최화정쇼'를 통해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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