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원전 방류 229일뒤 제주로.."방사능 1년 허용치 7천만분의 1"

이새봄,이종화 2021. 4. 23.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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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방류' 오해와 진실
229일뒤 해류 타고 제주도 연안에
정화시설 ALPS 거쳐 방류한다해도
방사능 물질 삼중수소는 못 걸러내
"처리水는 위험성 낮다" 대세지만
후쿠시마 앞바다서 '방사능 우럭'
오염수 정확한 수거 여부가 핵심
중국도 원전 45기..해안에 밀집
삼중수소 배출 없다고 장담 못해
"日·中 투명한 원전 정보 제공과
철저한 검증작업부터 이뤄져야"
2011년 3월 14일 일본 후쿠시마 제1 원전 3호기에서 수소 폭발이 일어나 연기가 치솟는 모습. [로이터 = 연합뉴스]
2011년 3월 11일 진도 9.1 규모 강진이 일본 동해안을 강타했다. 바다에 접해 있는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는 내진 설계 덕분에 강진은 버텼지만 쓰나미에 속수무책이었다. 바닷물 때문에 전기가 끊겼고 원자로 중심부에서 핵반응으로 열을 생산하는 부분인 '노심'을 식혀줄 냉각수 공급이 멈췄다. 노심은 속절 없이 녹아내렸다. 노심을 봉인하던 지르코늄 합금까지 용해됐다. 지르코늄은 고온에서 물(냉각수)과 반응해 수소를 만들어냈고, 수소가 공기와 반응하면서 폭발했다. 폭발 충격으로 세슘과 아이오딘(요오드) 등 방사성 물질이 원전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후쿠시마 원전 운영 기관인 도쿄전력은 뜨거워진 노심을 식히기 위해 원전 내부에 물을 들이부었다. 노심과 닿은 물에는 방사성 물질이 섞였다. 파괴된 노심 주변으로 지하수도 흘러들어갔다. '방사능 오염수'가 대규모로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일본 정부는 원전 주변에서 발생하는 오염수를 탱크에 모아놨다. 지난 10년간 모아둔 방사능 오염수만 125만t에 달한다. 현재도 노심 쪽으로 흘러들어가는 지하수 때문에 매일 140t의 오염수가 추가로 발생하고 있다. 연간 기준으로 매년 5만~6만t의 오염수가 더해지는 셈이다. 현재 일본이 탱크에 저장할 수 있는 최대 용량은 137만t으로, 2023년이 되면 더 이상 오염수를 저장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한다. 일본 정부가 오염수를 정화 처리해 태평양에 방류하겠다고 선언한 배경이다. 동해를 사이로 일본을 마주 보고 있는 한국은 일본 정부 결정에 강하게 반발할 수밖에 없다. 독일 킬대학 헬름홀츠 해양연구소에 따르면 일본이 오염수를 일부 처리해 태평양에 방류한다면 약 229일 후에 제주도에 도착한다. 여기에 괴담까지 보태지면서 공포감이 한층 증폭됐다. 오염수 처리 과정에서 정화되지 않는 삼중수소 등 방사능 물질이 한국 해안에서 잡히는 광어에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부터 후쿠시마 오염수 속 삼중수소가 여성의 '난모세포(난자의 근원이 되는 세포)'를 변형시켜 기형아를 유발한다는 확인되지 않은 주장이 난무하면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그렇다면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가 방류되면 실제 우리에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원전 오염수 정화 설비(ALPS)를 거쳐 나온 처리수에서 문제가 되는 방사능 물질은 삼중수소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일본의 정화 설비는 이온교환수지로 돼 있는 여과 장치로, 방사능 물질 중 대부분은 걸러지지만 삼중수소는 걸러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삼중수소는 양성자와 전자가 하나씩인 일반 수소와 달리 중성자가 2개 더 붙어 있다. 무게가 조금 더 무겁지만 물과 특성이 비슷하기 때문에 ALPS 처리 방식으로는 걸러지지 않는다. 삼중수소는 방사능 물질로 분류된다. 다만 에너지가 크지 않기 때문에 종이나 물을 뚫지 못하고 사람 피부도 통과할 수 없다. 다른 방사능 물질에 비해 삼중수소가 비교적 안전하다고 분류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문제는 삼중수소 양이 많을 때인데,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에서 나오는 양은 실제 우리 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주 교수는 "일본이 배출하겠다고 밝힌 삼중수소 농도는 ℓ당 1500㏃(베크렐·1㏃은 1초에 방사성 붕괴가 1번 일어날 때의 방사능 양) 수준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음용수 삼중수소 기준(ℓ당 1만㏃)의 7분의 1에 불과해 인체에는 해가 없다"며 "특히 해류를 타고 한국으로 오면서 농도가 더욱 희석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독일 연구 결과처럼 229일 후 제주도 연안에 오는 것은 맞지만 바다를 돌면서 한국에 도착할 때쯤이면 처음 방류될 때와 비교해 처리수 농도가 약 1조분의 1로 줄어든다는 게 주 교수 계산이다. 그는 "일반인에게 1년에 허용되는 선량한도의 7100만분의 1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정말 위험한 것은 처리수 자체가 아니라는 진단이 적지 않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더 중요한 것은 오염수의 정확한 수거"라고 강조했다. 이달 초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잡힌 우럭에서 기준치를 넘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돼 출하가 금지됐다. 우럭에서 검출된 세슘 농도는 1㎏당 270㏃로 일본 정부의 기준치를 3배나 넘겼다. 이 교수는 "오염된 우럭이 후쿠시마 근해에서 잡혔다는 것은 일본이 오염수를 모두 다 수거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일본이 오염수를 모두 정확하게 수거하고 있는지에 대한 확인과 관리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오염수 자체가 정화되지 않은 채 방류되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중국 원전이 배출하는 삼중수소가 한국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본의 오염 처리수는 태평양을 돌아 한국에 오면서 희석되지만, 중국 연안에 위치한 원전 배출수는 한국 해안으로 바로 흘러들어오기 때문이다.

원자력계 관계자는 "한국의 중수로인 월성원전에는 삼중수소 저감 장치를 설치해놨는데 중국이 설치해놨는지, 제대로 처리해 밖으로 내보내는지에 대해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중국은 대략 45기의 원전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 중 저장성에 위치한 3단계 친산원전 1·2호기는 중수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일본과 중국 정부의 투명한 정보 제공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이 교수는 "일본이 오염수 수거와 저장, 정제, 희석, 방류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해야 하고 인접 국가인 우리나라가 모니터링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용훈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후쿠시마 현지에서 직접 시료를 따 와 직접 측정하거나 국제원가력기구(IAEA)를 통해 공동으로 검증하는 등 감시와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새봄 기자 / 이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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