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요구가 경쟁 공정성?"..'이남자·이여자' 이용한 정치 중단하라

김윤주 2021. 4. 23.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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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 성적에 따른 차등 대우와 공정한 경쟁에 민감하다고들 하지만, 이는 사회와 학교가 성적에 따라 줄 세우고 차별해야 한다고 가르친 결과입니다. 애초 경쟁에 뛰어들 자원을 갖추지 못한 청년들이 '차별과 불평등이 해소되길 원한다'고 이야기해도 사회에서 귀 기울여 주지 않습니다."

이들은 또 "시장이 낳은 청년세대의 불안정을 말하지 않고 시장 속 '경쟁의 공정성'을 청년의 요구로 인식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청년세대가 처한 사회적 조건과 차별, 자산불평등, 교육불평등을 말하지 않는 허구적 정치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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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4·7 재보궐선거]"문제는 세대 아닌 체제..불평등 해결해야"
청년 시국선언 원탁회의 등 여성, 교육, 학생단체 관계자들이 23일 서울 시청 앞에서 청년·학생단체 청년 시국선언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년들이 성적에 따른 차등 대우와 공정한 경쟁에 민감하다고들 하지만, 이는 사회와 학교가 성적에 따라 줄 세우고 차별해야 한다고 가르친 결과입니다. 애초 경쟁에 뛰어들 자원을 갖추지 못한 청년들이 ‘차별과 불평등이 해소되길 원한다’고 이야기해도 사회에서 귀 기울여 주지 않습니다.”

‘대학입시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의 공현 활동가는 최근 정치권에서 언급되고 있는 ‘공정’이 청년세대 중 일부에게만 국한된 개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정치인들이 ‘청년이 원한다’는 핑계를 대며 ‘공정한 경쟁을 강화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앞뒤가 바뀐 것”이라며 불평등 해결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정책을 요구했다.

4·7 재보궐 선거 이후 정치권에서 ‘이남자’(20대 남자)와 ‘이여자’(20대 여자)를 둘러싼 세대론과 공정에 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사회 불평등과 기후위기 등 청년들이 처한 문제는 외면하고, 정치인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세대론이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후·여성·노동·교육 등 다양한 분야와 관련된 19개 청년·학생단체가 모인 ‘청년·학생 시국선언 원탁회의’는 23일 오전 입장문을 내어 “이미 교육이 상품으로 거래되고 있어 대부분의 저소득층 가정의 청년들은 공정한 경쟁을 경험하지 못한다”라며 “수억원의 자산이 있어야만 도전할 수 있는 ‘영끌신화’ 역시 일부 (부유한) 청년에게만 허용된 경쟁인데도 정치권은 협소한 세대론에 갇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공정 관념을) 소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시장이 낳은 청년세대의 불안정을 말하지 않고 시장 속 ‘경쟁의 공정성’을 청년의 요구로 인식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청년세대가 처한 사회적 조건과 차별, 자산불평등, 교육불평등을 말하지 않는 허구적 정치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페미니즘을 재보궐 선거의 패배 원인으로 꼽고,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남녀평등 복무제' 도입을 제안한 것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문봄 성공회대 노학연대 가시 활동가는 “최근 민주당은 보궐선거 패배 원인으로 ‘넘치는 페미니즘’을 지목하고 여성 군복무, 군 가산점제도를 꺼내며 20대 남성들 마음을 잡으려 하고 있다”며 “정치 권력자들에게 여성의 삶과 페미니즘은 그저 정치적 전략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는 가부장제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청년 여성의 삶이 막막하다. 불평등의 근본 원인인 가부장제에 대해 말하지 않고 자신의 표를 위해 페미니즘을 이용하는 이상 여성의 삶은 절대 나아질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사회가 직면한 차별과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려면 청년이 가진 다양한 정체성을 토대로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소년트랜스젠더인권모임 튤립연대’의 한빛 활동가는 “소수자의 삶을 외면하고 이들이 받는 차별을 은폐하거나 부추기는데 앞장섰던 거대 양당 정치의 질서를 멈추지 않고선 인간다운 삶을 꿈꿀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학생 시국선언 원탁회의는 시국선언 취지에 동의하는 100명을 중심으로 결성됐다. 이들은 시국선언 참가자를 추가로 모집해 오는 30일 1000명의 이름으로 ‘청년·학생 1천명 시국선언’을 할 계획이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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